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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채용과 관련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노조 간부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아차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와 회사측은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주시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채용과 관련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노조 간부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아차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와 회사측은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주시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뉴스포티지'의 출시로 주문량이 밀려 처음으로 '성탄절 특근'에 들어가는 등 활기에 찼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광주공장이 '된서리'는 맞지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름 아닌 검찰의 수사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직원 채용과정에서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부 간부가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광주지검 강력부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이로 인해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기아자동차 사측은 사측대로 말을 아끼면서 20일 오전 대책회의를 여는 등 당혹스러워하며 기아자동차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다.

검찰, 노조 간부 등 9명 계좌추적... 1억2천만원에 '주목'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는 내사 단계에 있고,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 1명에 대해서만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향후 수사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장 등 고위 간부들이 경질된 것으로 밝혀져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측은 전면부인하고 있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 김주선)는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 간부(44)의 동생과 취업 사례금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8명 등 연루 혐의자 등 9명의 은행계좌 10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출처, 사례금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간부의 동생 명의 통장에 입금된 1억8000만원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이 돈 가운데 일부 수표의 발행일자가 지난해 5월20월 ~ 7월9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생산계약직' 채용 시기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또 이 돈 가운데 1억2000만원이 이 간부의 동생 계좌에서 부인 명의의 증권거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취업 사례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내사 단계"라며 "개인비리 성격으로 노조와는 관계가 없다, 아직 드러난 혐의사실은 없으며 다른 직원들의 연루 여부 등도 확인된 바 없다"며 조심스런 분위기다. 일단 검찰은 연루자들의 계좌 추적 이후 수사 진척에 따라 관련자 소환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의혹 "곪다 터졌다"... 각종 의혹 확산

노조의 뒤 늦은 '대처', 결국 검찰 손으로
노조 19일 저녁 '진상규명대책특별위' 구성

인사비리에 대한 검찰의 내사 이전부터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 일부 노조원들은 광주지부에 비리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를 요구했지만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제를 제기해 왔던 광주공장 대의원들은 지난 5일 시작해 19일 저녁까지 이어진 기아자동차 정기 대의원대회에 뒤늦게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의원 대회에서는 '정식 안건으로 채택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한 동안 논란이 지속됐다고 한다.

한 대의원에 따르면, "이에 대한 안건 채택을 두고 찬반논란이 계속되다가 대의원대회 마지막 날인 19일 '입사관련 진상규명 및 대책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면서 "그러나 대의원대회가 끝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졌고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고 전했다.

노조 스스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때 늦은 조치"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기아자동차 노조는 사태 수습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발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 강성관
기아자동차와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뉴스포티지' 출시로 광주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대비해 지난해 5월 21일부터 7월8일가지 3차례에 걸쳐 생산계약직 1079명을 신규채용한 이후 '인사비리' 의혹이 노조 홈페이지 등에 제기됐다. 실제 지난 10월 <전남매일>은 관련 의혹들을 기사화 한 바 있다.

당시 기아자동차는 노조와 '2005년 1월 1일부터 정규직화 한다'는 조건으로 이들을 채용했으며, 약 5만여명이 채용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7개월여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채용 조건이었다.

기아자동차 사내 현장조직 간부 박모씨는 "신규채용, 정규직 승격 등 인사와 관련한 루머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는데 노사가 합의한 생산계약직 사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의혹이 더욱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않아도 광주지역은 실업률이 어느 도시보다 높은 곳이어서 인사비리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공장내에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선을 대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생산계약직 직원을 심사하던 중 470여명이 '나이 30세미만, 학력 고졸이상 전문대 졸' 등 채용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사가 '계약직 신분을 2달 연장한 후 정규직화하겠다'고 나서자 노조가 '파업불사' 등 강력히 반발했고 이달 초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 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심지어 "1인당 기본이 3000만원이고 부적격자의 경우에는 (사례금 액수가) 더 많다"는 주장에서부터 "광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비리가 있다"는 내용까지 인사와 관련한 각종 주장이 흉흉하게 떠돌았다.

일부 노조원들은 "노조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제기했지만 노조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원은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노조는 '유언비어일 뿐'이라며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기아자동차는 부사장급인 김모 광주공장장, 노무담당 이사 등 임원 2명을 전격 해임하고, 인사담당 주무 부서 과장급 2명과 대리 2명 등 4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다.

계약직 채용 과정에서 입사 원서에 사내 추천인란을 만들어 기재하도록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와 함께 사측이 기준 미달자를 채용해 놓고 '왜 나중에야 문제 삼았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인사 비리 가능성을 사측이 묵인 방조한 것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 현장조직 간부 B씨는 "심지어 노조가 실제 채용을 다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회사의 묵인이 없었다면 어떻게 노조간부가 개입할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기아노조·회사 '침통'... "도려낼 것 도려내야"

이번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기아자동차 노조·광주공장은 당혹감과 함께 침통한 분위기다. 노조 광주지부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이 잇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24일 대책회의 이후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올 것 같다"면서 "다들 일손이 잡히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기아자동차 노조는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노조는 오는 24일 소하리공장에서 노조집행부 총사퇴와 관련한 대의원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있다.

또 광주공장 임원진들 역시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어 사태추이를 주시하면서 회사로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기아자동차는 노조 사무실이 있는 광주제1공장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오후 5시 30분경 근무교대를 하던 한 노조원은 "이미 내부에서 불거진 것인데 제대로 진상을 밝혔으면 이렇게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면서 "노조 간부가 어떻게 채용을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노조원은 "소문은 그렇게 났지만 당황스럽다"며 "자부심도 있고해서 회사 점퍼를 입고 출퇴근했는데 눈총을 받을 시선을 생각해 오늘부터는 회사 점퍼를 입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한 관계자는 "아직 내사 단계에서 이야기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도부가 즉각 사퇴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파문이 확산되면 안 되는데…"라며 한숨만 쉬었다.

신중철 광주전남본부장도 "검찰의 수사 자체만으로 섣불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면서 "수사를 받는 자체가 문제지만 사측이 방조 혹은 조장했을 가능성도 있고, 개입된 노조 간부 뿐아니라 사측 임원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진 이후에 향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이번 일로 전체 노조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하지만 도려낼 것은 분명하게 도려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노조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사측 "임원 경질, 경영상 책임 물은 것 뿐"

한편 검찰 수사가 노조 간부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1월 6일경에 기아자동차가 단행한 인사의 배경이 관심을 받고있다. 이는 '회사는 왜 채용 당시에는 채용조건에 대해 아무말이 없다가 정규직화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했는지', '고위 간부를 전격 해임한 것이 비리와 관련된 것은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이번 파문의 과정을 잘 알고있는 한 노조원은 "신규 계약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본사 감사팀이 이와 관련한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면서 "감사 이후 간부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있었다, 과연 사측은 자유로운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측은 관련설을 전면부인했다.

기아자동차 총무과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광주공장장과 인사담당 이사를 해임하고 인사담당 간부 등 4명을 대기발령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불거진 의혹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본사 감사실의 감사실시여부'와 '감사결과에 따른 인사조치 여부'에 대해 "감사여부에 대해서 밝힐 수 없다"고 잘라말하고 "임원은 경영상 책임을 물어 해임한 것이고 인사담당 간부들은 (인사)관리책임을 물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사원 채용과 관련 잡음이 생겨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왜 나중에야 채용조건에 미달한 직원들에 대해 문제삼았느냐'는 질문에는 "광주지역에서 고급인력 1000여명을 동시에 채용하다보니 다시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조건에 문제가 발견된 사원들은 대부분 나이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와 함께 기아자동차 노조의 '입사관련 진상규명 및 대책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어떤 결론과 수습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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