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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네거리 - 더위하면 생각나는 '대구'도 이번 여름만큼은 무척 덥군요
ⓒ 오마이뉴스 이승욱
ⓒ 오마이뉴스 이승욱

"아이고 무시라! 와 이리 덥노."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위 이야기로 한창입니다. 목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닦으며 무심코 한마디씩 던집니다. 허탈한 웃음마저 곁들입니다. "더위가 사람잡네… 허허 참."

대구 서문시장 육교 위 노점 - 노점상 아저씨가 햇볕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종이박스로 햇볕 가리개를 만들었습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10년만에 찾아온 불볕 더위가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더위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구는 한마디로 연일 '찜통'입니다.

요즘 대구시민들은 지난 94년 낮 최고 기온 39.6도까지 기록했던 지독스런 여름을 자연스럽게 되뇌이고 있습니다.

양산 퍼레이드 - 햇볕이 따갑다 보니 으레 여인들의 손에는 양산이 쥐어져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니도 그거 봤제. 와 안 있나, 방송국 뉴스에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다가 날계란 터뜨려 뿌니깐 후라이 돼뿌는 거 나왔제…. 요번에도 마찬가지 아이가? 우째 이리 덥노."

불볕 더위가 시작된 이래 대구는 연일 35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답니다. 오늘(26일)도 대구는 낮 최고 기온 34.5도를 기록했습니다.

더위하면 이골이 난 대구시민들은 그래도 무지무지 싫은 '놈'이 있습니다. '열대야'라는 게 그겁니다. 찐득찐득 달라붙는 잠자리에서 쉽게 잠을 청하지도 못하지요. 열대야를 견디기 위해서는 돗자리 하나로 공원 곳곳에서 부채질을 하며 '피서'를 해야 합니다.

이런 불볕 더위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불볕 더위가 7월말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하는군요.

이쯤 되다 보니 더위를 피하는 풍경도 보통의 여름과는 다릅니다. 불볕이 유독 심한 낮 시간에는 시내 도로가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로 모두 숨었죠.

노점 아주머니들 - 양배추 한장 머리 위에 얹고 더위를 식히는 아주머니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길에는 볕을 조금이라도 피하려고 양산을 든 여인네들이 다른 여름보다 유독 많이 늘어나 줄을 잇습니다. 굵은 힘줄을 보이는 공사현장 일꾼들도 겉옷을 '훌러덩' 벗고 런닝셔츠 차림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서문시장 노상에서 펼쳐진 노점에서는 불볕 더위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보입니다.

"고등어! 너 참 시원하겠다" - 고등어가 상할 새라 얼음속에 고등어를 묻어둡니다. 하지만 이내 얼음은 녹아 버립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한 노점상이 바가지에 물을 담아 뿌리며 더위를 식힙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혹여 상할라 얼음 속에 고등어를 넣어 둔 한 노점상 아주머니는 "아이구 덥다, 더워"를 연발하십니다. 하지만 '도망갈 곳이 없는' 일상에서 내일도 이 아주머니는 거리로 나오겠죠.

▲ 시장안에서 파는 천원짜리 감주 한 잔에 입안이 얼얼합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카메라를 갖다대니 이 아주머니는 한 말씀 곁들이십니다.

"총각요. 총각은 공부 열심히 해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편안히 일 하이소."

시장에서 만나는 아주머니들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하나쯤 있습니다. 서문시장 입구에서 만난 노점상 아주머니들의 머리 위에 양배추가 한 장씩 빨래집게로 집혀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본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더위를 피하기보다는 즐기라는 말에 더 힘을 주십니다.

"이래 하면 조금 시원하다고 하더라 아이가. 실제로 해보니깐 조금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십년 넘게 노점상 하다 보니 익힌 게 하나는 있제.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생각하면 더운기라…. 그냥 더우면 더운 대로 즐기는 기 최고 아이가."

혹시 지금 당신은 불볕 더위에 찡그리고 계십니까. 더울 때 한번 웃는 것보다 더 좋은 피서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분수
ⓒ 오마이뉴스 이승욱
▲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무그늘로 숨어 듭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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