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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랑의 일기' 교육부장관상 모습이다. 9개의 상 가운데 단체 부문 1개, 학생 부문 1개 등 모두 2개의 상이 학사모 핵심임원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사랑의 일기' 교육부장관상 모습이다. 9개의 상 가운데 단체 부문 1개, 학생 부문 1개 등 모두 2개의 상이 학사모 핵심임원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學사모)인가, 상장을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賞사모)인가.

'안티 전교조' 활동 등 보수 목소리를 내 온 학사모 전·현직 중앙 상임대표, 서울상임대표, 사무국장, 시도지부장 등 핵심임원 13명의 자녀가 이 단체 창립 직후인 2002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장관상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현 학사모 고 아무개 상임대표가 총 책임을 맡은 '사랑의 일기 공모', '눈눈수월래' 등 경진대회에서다.

학사모 상임대표가 책임 맡은 대회에서 상 줄줄이

더구나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장관상 등을 받은 상당수 학생은 대입 특례전형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들이어서 특혜의혹까지 일고 있다.

일기 응모자에게 상을 주는 '사랑의 일기상'과 제설 도구와 제설 아이디어를 공모한 '눈눈수월래' 등 두 대회는 모두 서울시교육청이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와 공동 주최했다. 학사모와 같은 건물을 쓰는 인추협은 학사모 상임대표인 고씨가 사무총장을 맡아 실권을 갖고 이끌어온 단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무조정실,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서울시교육청의 수상자 명단에 따르면 학사모 임원 가운데 자녀들의 수상 횟수는 확인된 것만 장관급 이상이 17개며 교육감상 이상까지 포함하면 25개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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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 아무개 상임대표 자녀(고3)는 2003년 '사랑의 일기' 대통령상과 2004년 '눈눈수월래' 서울교육감상 등 4개, C 서울상임대표 자녀(고3)는 행자부장관상(2003년 사랑의 일기)과 서울교육감상(2004년 눈눈수월래) 등 2개를 받았다.

또 고 아무개 상임대표 자녀가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지난해 '사랑의 일기' 공모에서는 2위 격인 국무총리상을 '사랑의 일기 봉사회원'이며 H그룹 회장의 자녀(상 받을 당시 고3)가 단독 수상했다. 이 자녀는 같은 해 '눈눈수월래'에서 서울교육감상도 차지했다.

학사모 서울공동대표 K씨 자녀(상 받을 당시 고2)는 2002년 '사랑의 일기' 교육부장관상 등 3개를 받고, 중앙공동대표 H씨 자녀(고2)는 2003년 '사랑의 일기' 행자부장관상을 받았다. 게다가 2002년 학사모 사무국장을 역임한 S씨 자녀(고2)는 2003년 '사랑의 일기'와 '눈눈수월래' 행사에서 각각 행자부장관상과 서울교육감상을 받기도 했다. <표 참조>

자녀가 상 받은 학사모·인추협 관련 간부와 상 내역
이름 직책 자녀가 받은 상 이름
*( )안은 당시 자녀 학년
주최
G씨 -현 학사모 상임대표
-인추협 사무총장
-사랑의 일기 잔치 조직위원장
1. 대통령상 : 2003 사랑일기(고2)
2. 서울교육감상 : 2004 눈눈수월래(고3)
3. 서울시장상 : 2002 눈눈수월래(고1)
4. 국무총리상 : 1997 사랑일기
인추협,
서울교육청
공동주최
C1씨 -현 학사모 서울상임대표
-2003년 학사모 감사
1. 행자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고2)
2. 서울교육감상 : 2004 눈눈수월래(고3)
H1씨 -인추협 사랑의일기 봉사대원
-H그룹 회장
1. 국무총리상 : 2003 사랑일기(고3)
2. 서울교육감상 : 2003 눈눈수월래(고3)
K1씨 -2003년 학사모 서울공동대표 1. 교육부장관상 : 2002 사랑일기(고2)
2. 서울교육감상 : 2003 눈눈수월래(고3)
3. 서울산업대총장상 : 2002 눈눈수월래
H2씨 -2003년 학사모 중앙공동대표
(두 명의 자녀가 상을 받음)
1. 행자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고1)
1. 서울산업대총장상 : 2002 눈눈수월래(고3)
S1씨 -2002년 학사모 사무국장
-2003년 학사모 서울공동대표
1. 행자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고1)
2. 서울교육감상 : 2003 눈눈수월래(고1)
3. 서울시장상 : 2002 눈눈수월래(중3)
H3씨 -2003년 학사모 사무국장
-현 Y초 학부모위원
1. 교육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초6)
2. 국무총리상(Y초 단체상)
J1씨 -현 학사모 목포지부장 1. 행자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중1)
J2씨 -2003년 학사모 상임대표 1. 서울교육감상 : 2003 사랑일기(고1)
L씨 -현 학사모 서울공동대표 1. 행자부장관상 : 2001 사랑일기(초등)
2. 서울교육감상 : 2004 눈눈수월래(중1)
3. 서울시의회 의장상 : 2003 눈눈수월래(초등)
K2씨 -2003 학사모 중앙공동대표 1. 장관상 : 2003 사랑일기(고?)
C2씨 -2003 학사모 서울공동대표 2. 환경부장관상 : 사랑일기(일자 미상)
K3씨 -현 학사모 자문위원
-2002 사랑의 일기 심사위원장
-K초 교장 2002년 퇴직자
1. 교육부장관상 : 2002 사랑일기
(K초 아버지회 단체 수상)
S2씨 -학사모 주변인사
(경기 전 학사모 대표 H씨 소개 인사)
-경기학운위원장 총연합회장
1. 교육부장관상 : 2003 사랑일기(고1)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사랑의 일기' 수상자 명단은 한해 수여하는 전체 장관급 상 40여 개 가운데 문화부장관상 6명, 해양수산부장관상 9명, 환경부장관상 3명 등이 빠진 자료여서 이들 명단까지 확인하면 상을 받은 학사모 임원 자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 일기' 응모자 1백만명 넘어

인추협이 서울교육청에 보고한 자료와 서울교육청이 만든 공문(문서번호 초등 81134-○○)에 따르면 2002년 '사랑의 일기' 행사에 응모한 초중고 학생은 190만명이며 2003년 응모 학생은 168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응모한 초대형급 행사에서 특정단체 임원들이 장관급 이상 상을 몰아받은 것은 편파적 심사의 결과이며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 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줄곧 '사랑의 일기'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 아무개씨(학사모 자문위원, 퇴직교장)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초기 심사에서만 서울교육청이 주선해준 50여명의 교사들이 관여했고 장관상 이상 최종 수상자는 따로 사정위원회에서 정했기 때문에 시상식 때 수상자를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심사위원장도 빠진 채 장관상과 대통령상이 추천되었다는 얘기다.

서울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1차 40점 만점 심사에서 '반성의 구체성', '새로운 각오와 의지', '문장의 표현력', '맞춤법' 등이 각각 10점으로 배점됐다. 2차 심사에서는 '내용' 30점, '일기 쓴 기간' 10점, '수상경력' 10점 등이 기준이었다.

하지만 교사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평가방식의 공정성과 상을 주는 일기 공모 형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02년 이 대회 1차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 아무개 교사는 "주최 쪽에서 1명 당 일기 복사본 50여 부를 나열한 다음 잘한 것을 추리라고 했다"면서 "요즘 아이들은 비밀일기장과 담임에게 낼 공개일기장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일기의 내용을 놓고 상을 주는 행위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교육청과 교육부는 특별한 공적조서와 실사 없이 대통령상을 비롯 장관상, 교육감상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인추협이 보낸 명단만 통보 받아 상을 주는 절차를 밟았다"고 밝혀 특별한 검증 절차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사랑의 일기' 부문 교육감상을 한해 100개씩이나 수여한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인추협이 추천한 학생들 수상자 명단만 보고 상을 배정했기 때문에 학사모 임원들 자녀가 상을 몰아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상상도 못할 일이며 있어서도 안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응모학생들한테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학사모와 인추협, '사랑의 일기재단' 관계자들은 "상을 받은 부모들의 모임인 사랑의 일기 학부모회가 학사모를 태동시킨 것이기 때문에 학사모 임원들이 상을 받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사랑의 일기재단'의 한 이사는 "사랑의 일기는 10여년 동안 순수한 마음으로 깨끗하게 치러온 교육행사"라면서 "사랑의 일기 학부모회 소속 엄마들이 학사모 직책을 맡고 있으니까 상을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인추협 관계자도 "꾸준히 일기를 써 온 학생들이 좋은 상을 받은 것이지 엄마들이 학사모 일을 잘 해서 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학사모 고 상임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학사모 "상 받은 학부모들이 모여 단체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오해"
교육시민단체 "교육당국과 사정당국, 진상조사 나서라"


하지만 문제가 된 임원 가운데 학사모가 창립된 2002년부터 올해 사이에 상을 받은 자녀는 13명(형제 중복 수상 1명 포함)이나 됐다. '사랑의 일기 학부모회'가 학사모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상 몰아주기가 계속된 것이다.

더구나 이 임원 가운데 학사모 상임대표와 서울상임대표, 중앙공동대표 등을 맡은 J씨, C씨, K씨, S씨 등 네 명은 '사랑의 일기 학부모회'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학사모 창립 직후와 지난 해 새로 단체활동을 시작했는데도 자녀들이 행자부장관상이나 서울시교육감상 등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민주노총, 전교조, 학벌없는사회, 참교육학부모회 등 10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개혁비상국민회의 심성보 집행위원장(부산교대 교수)은 "상 몰아주기 행태가 벌어진 일에 대해 학사모와 함께 사업해 온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교육당국과 사정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의 해괴한 교육감상 '뿌려주기'
인추협 행사만 125개, 전체 교육감 상 가운데 1/4

▲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상 발급 대장
ⓒ윤근혁
'사랑의 일기상' 100개, '눈눈수월래' 25개.

한해 서울교육청(교육감 유인종)이 인추협 관련 행사에 보내준 교육감상 갯수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교육감 외부 상장 발급 대장'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지난 해 72개 행사 436개의 교육감상 가운데 30%에 가까운 125개를 인추협 관련 행사에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나라사랑 전국 청소년 미술대전', '서울시 초등학교 동화구연대회', '전국 글짓기대회' 등에 각각 1개씩의 교육감상만 배정한 것에 견줘보면 상당한 특혜라는 게 일반의 분석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사랑의 일기상과 눈눈수월래에 상이 많이 배정된 것은 몇 해전부터 진행해온 관례"라면서도 "다른 상에 대해 교육감상이 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랑의 일기'와 '눈눈수월래'는 서울교육청이 인추협과 공동주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는 민간 단체 주최 행사에 상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사랑의 일기 행사에 교육부장관상이 9개씩이나 배정된 까닭은 전적으로 서울교육청이 공동 주최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서울교육청이 특정행사에 편중되게 교육감상을 남발한 것은 교육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여러 의혹을 갖게 한다"면서 "대입 특례입학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입시부정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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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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