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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KEY 문성우 대표
오사카 KEY 문성우 대표 ⓒ 대구KYC 조성재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일본과의 과거사 청산 목소리 내야 한다"

해방 60주년·한일협정 40주년을 한 해 앞둔 2004년, 한국과 재일동포 청년들이 모여 올바른 한일 관계 정립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모색에 나섰다.

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대구KYC)와 재일동포 3세 청년들이 가입해 있는 KEY 오사카 지부는 지난 17일 저녁 경북 청도군 비슬문화촌에서 '한국-재일 청년 NGO 평화포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평화포럼 토론회에는 전날 16일 대구를 방문한 KEY 오사카 지부 회원 18명과 대구KYC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평화포럼 토론회는 한일간 과거사 청산 문제를 중심으로 '역사·인권·평화 동북아 미래를 우리 손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65년 남한과 일본간에 맺은 한일협정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잘못된' 한일협정이 남한 정부의 실정뿐만 아니라, 미국의 '개입'이 한 축을 차지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국 - 재일동포 청년, '한일협정' 등 열띤 토론

발제자로 나선 문성우 오사카 KEY 대표는 한일협정이 단순한 한-일간의 '자발적' 청산과정이 아닌 미국의 '필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성우 대표는 "한일협정은 미국이 북한과 중국이라는 눈앞의 적대적인 공산국가를 봉쇄하기 위한 냉전전략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미국은 애초 일본과 남한이 국교를 수립해 방어의 최전선인 한국을 일본이 원조하길 기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구KYC 이태호 평화통일센터 실행위원
대구KYC 이태호 평화통일센터 실행위원 ⓒ 대구KYC 조성재
문성우 대표는 "결국 한일협정은 한일 양국민의 상호이해와 화해를 통해 이뤄낸 것이 아니다"며 "미국의 냉전전략과 한일 양국의 국가(정부)의 목적에 의해 타결됐다"고 주장했다.

문성우 대표는 이어 한일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성우 대표는 "한일협정 전문에 한일간 관계개선의 전제가 되어야 할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언급과 사죄가 없었다"면서 "한일협정이 일본의 침략에 대한 배상과 보상문제는 제외한 채 경제협력 방식으로 국한되면서 이후 전쟁 후 보상 재판에서 일본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문성우 대표는 또 북한과 일본간 '올바른'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문성우 대표는 "북일관계의 호전은 동북아시아 전역의 평화와 관계가 깊다"며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수상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으로 북일관계 개선의 기회를 잡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 한일협정처럼 경제협력 방식으로 국한된 형태로 진행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청년 대표로 발제한 이태호 대구KYC 평화통일센터 실행위원도 북일간 관계개선이 식민지 지배 청산의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일수교는 원칙 있는 식민지 지배 청산으로..."

웃음속 하나된 한국-재일동포 청년들의 밤

▲ 오사카 KEY 회원들이 대구KYC 회원들과 가진 문화의 밤 행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저는 'KYC'(?)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젯밤'도 잘 부탁합니다."


재일동포 청년들이 '조심스럽게' 인사말을 건네자 '웃음바다'가 됐다. 일본에서 태어난 평생을 일본에서 살아온 재일동포 청년들은 한국말이 서투르기 때문.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재일동포 청년들과 한국 청년들간의 만남은 서투른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어색함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만남은 유쾌했다.

하나의 역사를 거쳐온 한 동포라는 점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보다 더 끈끈한 '정'이 배여 있기 때문이었다. 시종일관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밤 대구 한 음식점에서 첫 교류회를 가진 한국과 재일동포 청년들은 NGO 평화포럼 이틀째인 지난 17일 경북 청도군 비슬문화촌에서 토론회와 문화의 밤 행사를 가졌다.

한일협정 등 한일 과거사 청산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렸던 토론회에 이은 문화의 밤 행사는 각 단체가 준비해 온 문화공연 중심으로 이어졌다.

대구KYC는 회원 가족들이 준비해온 댄스 공연과 성악 가수의 노래 공연으로 이어졌고, 오사카 KEY 회원들은 이에 대한 답례 공연을 선보였다.

오사카 KEY 회원들은 그동안 익혀온 풍물 공연을 KYC 회원들에게 선보였다. KEY 회원들은 그동안 한국을 배우기 위해 한국 역사와 언어를 배우고 있었다.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풍물과 노래 등도 익혀오고 있었다.

풍물 공연은 오사카 KEY 회원인 박수현(25)씨의 피리 연주로 이어졌다. TV 드라마 연주곡을 직접 작곡하는 수현씨는 자신이 연주하는 앨범까지 내기도 한 실력파. 수현씨가 연주하는 애잔한 '임진강'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어진 오사카 KEY 백정유(29·방송국 카메라맨) 회원과 양무윤(29·회사원) 등은 한국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선사했다.

한국의 막걸리를 처음 마셔본다는 재일동포 청년들과 손님을 맞이했던 대구KYC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껏 불렀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재일동포 청년들의 마음만큼 여름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 이승욱

이태호 실행위원은 "한국에서 북일수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식민지 피해에 대한 배상이 올바르게 이뤄지느냐의 문제 때문"이라며 "북일 수교 과정에서 북한은 과거 한일협정을 교훈삼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원칙 있는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태호 실행위원은 "일제 강점기 피해에 대한 진상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조사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태호 실행위원은 또한 "남한 정부도 과거 한일협정의 내용을 즉각 공개하고 원칙 있는 북일 수교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 시간에서는 한국과 재일동포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역사인식과 해결책들을 쏟아냈다. 특히 한일협정으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일본사회 내 '자이니치 코리안'들의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일협정 불구, 재일동포는 여전히 불안"

문성우 대표는 한일협정이 일본 내에서 거주하는 대다수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성우 대표는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합 협정 1조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일본에서 영주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자뿐으로 (남한 국적도 아닌) 나머지 재일동포는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백정유 KEY 회원은 "요즘 일본에서도 일부 연예인들을 비롯한 한국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사회에서 생활하는 재일동포라는 각종 법적 제한 등으로 인한 한계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철호 KEY 회원은 "일본사회는 아직도 보수적인 세력들이 존재하고 힘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일본 내에서는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명분만 있다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남과 북이 일제 강점기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 협력할 것을 주장하는 의견도 발표됐다. 이종산 대구KYC 회원은 "일제시대 피해 등 과거사 청산 문제는 남과 북이 공동의 피해와 아픔을 씻는 과정이 돼야 한다"면서 "이 과정은 분단된 남과 북이 공동의 사안으로 토론하고 민족공동체를 협성하는 협력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재일 청년들, 한반도 평화 염원 키워

ⓒ 대구KYC 조성재
이날 평화포럼 토론회에서는 한일협정의 문제점과 북일 관계 개선의 방향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에에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토론회를 마친 김동렬 대구KYC 사무처장은 "일부에선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65년 한일협정으로 매듭지어졌다고 주장하지만 풀어야 할 더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면서 "그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한과 재일동포, 그리고 북한의 청년들이 함께 공동의 지향을 가져야 한다. 이번 토론회는 그 공동의 지향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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