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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비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법이 오히려 비리를 방조하거나 혹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최근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결의대회를 갖고 올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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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 돈 꿔서 대학 세우고 학교돈 수백억 빼돌려

사립학교의 경우 국가의 재정 지원과 학생의 등록금이 전체 학교 운영비의 9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바꿔 말하면 재단측이 학교에 내놓는 전입금은 겨우 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경우 '공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결산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재정실태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재정실태 공개를 사립학교법이 강제하고 있지 않은 것이 한 원인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학 재정운용의 투명성 확보와 공개문제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금년 5월 사립학교의 예결산 운용의 투명도와 학교의 민주적 운영실태를 밝히기 위하여 사립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학교 예결산 공개 여부 및 예결산자문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용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예결산 제대로 공개하는 사립학교 16.3%에 불과

2003년 1월 서울 Y재단에서 교사들이 예결산 서류 공개를 요구하는 교문 앞 천막농성을 진행
2003년 1월 서울 Y재단에서 교사들이 예결산 서류 공개를 요구하는 교문 앞 천막농성을 진행 ⓒ 최홍락
전교조 대구지부가 조합원이 있는 55개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올해 발표한 '대구사립학교실태백서'에 따르면, 예결산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39개교(72.7%), 공개하는 학교가 16개교(29.1%)로, 비공개 학교가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결산을 공개하는 학교의 경우에도 총액만 공개하는 학교 3개교(5.5%), 항목까지만 공개하는 학교 8개교(14.5%)로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는 시늉만 하는 학교가 전체 조사대상 학교의 94.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는 투명한 학교운영을 요구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교조 소속 교사가 없는 25개 학교를 합칠 경우 예결산을 제대로 공개하는 학교는 1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예결산의 심의 의결권은 이사회가, 편성권은 학교장이 갖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거쳐야 할 것이 예결산위원회의 자문이다.

그런데 위 실태백서에서 52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결산자문위원회가 '없다'와 '있는지 모른다'는 학교가 27개교(52%), 예결산자문위원을 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학교가 15개교(28.8%), 교사가 선출하는 학교는 2개교(3.8%)에 불과하다. 9개 학교에는 학교장의 자문 기구에 학교장 자신이 들어가 있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허수아비처럼 도장만 찍어주는 이사회 감사 제도

그렇다면 예결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이사회의 감사의 역할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법인에 1인 이상의 감사를 두고 법인과 학교의 재산현황과 회계를 감사하고 그 운영과 업무에 부정 또는 불비한 점을 이사회와 관할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내부 감사가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이사회를 소집한 경우는 전무하다. 이사장이 임명한 감사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할 서류에 도장만 찍는 것이다.

설훈 전 국회의원이 2002년도에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1년 상반기까지 전국 7개 시교육청 산하 313개 학교법인 소속 613명의 감사는 전체 1321번의 감사를 실시했지만 단 한 건이라도 문제를 지적한 경우는 30건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적사항을 포함한 감사보고서가 1페이지를 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상태가 이러하다보니 웬만한 사립학교치고 불법전용, 횡령 등의 재정비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2000년 전국 905개의 감사대상 사립학교 100%가 재정비리로 지적을 받았다는 통계자료는 사립학교 이사회의 감사제도가 허수아비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이다.

초등학생 반장 선거만도 못한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1등으로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에 선출된 교사를 교장이 배제하자 교사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1등으로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에 선출된 교사를 교장이 배제하자 교사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홍락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창의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적 제도가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이다. 그러나 예결산 수립과 심의를 포함한 모든 학교운영의 심의기구로서 위상을 갖는 공립의 학교운영위원회와 달리 사립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자문기구로서 그 권한이 매우 제한적일 뿐더러 특히 예결산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비민주적인 학교 구조 속에서 그나마 운영도 파행적이다. 우선 학교운영위원의 구성이 첫 단계에서 불법적이거나 불합리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가운데 학교운영위원들의 임무는 말 그대로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사립학교백서의 56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원위원의 경우 교직원회의에서 득표순으로 선출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5개교(8.9%)밖에 안 된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학교는 5개교, 투표를 했다고 하더라도 득표순에 관계없이 교장이 원하는 대로 뽑는 학교도 39개교(69.6%)에 이른다.

또한 55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학부모위원 구성 실태에 따르면, 학부모총회에서 정상적으로 선출한 학교가 19개교(34.5%)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대로 된 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무리이다.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다고 하는 학교조차도 교복, 급식업체, 앨범선정 등이 활동의 전부이다.

예결산에 대한 심의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는 공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와 달리 학교발전기금을 걷는 것 이외에는 자문기구의 역할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나마 예결산은 손도 못대는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의 평등권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사립학교에 배정해 놓고 공립학교처럼 투명한 회계운영을 법이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회계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담보하려면 이사회를 감사하는 감사의 책무성을 강조할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을 자문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로 높이고, 예결산자문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 구성원들의 학교운영 참여가 가능하도록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의 법제화가 사립학교법의 개정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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