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글은 아버지로부터 들은 6·25전쟁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버지를 1인칭으로 정리했습니다.<필자 주>


1951년 10월 아침

소대장이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지…. 전투가 있는 아침에 부르는 일이라면 뻔한 일이다. 소대장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공격에서도 대공포판은 내 차지가 된 것이다.

살아서 내일을 볼 수 있을까,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생각보다 내 차례가 일찍 돌아왔다. 아마 몇몇 대원들은 이 임무에서 제외시킨 모양이다.

내 임무는 나의 위치를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은폐나 엄폐는 가급적 피해야만 한다. 전투기 조종사는 내 위치가 아군의 최전선임으로 알고 내 앞쪽으로 지원 공격을 한다.

나보다 먼저 다른 전우를 앞에 보내서도 절대 안 된다. 대공포판을 어깨에 짊어질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차피 죽고 사는 일이 떨어져 있지 않기에 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대공포판(對空布板, Signal Panel)

지상부대 또는 함정과 비행중인 우군항공기간에 신호용으로 사용되는 포판. 대공포판 부호(對空布板符號, panel code)는 대공포판을 시각신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정한 기호.

아군이 머물면 아군 주둔을 알리기 위해 대공포판을 설치한다. 하늘에서 보기 쉬운 곳에 황색과 적색 판을 깔아 놓는다. 이것으로 아군 비행기에게 주둔지임을 알린다. 적 진지를 공격할 때 1개 소대에 한 명씩 이 대공포판을 메고 전투에 임한다.

이것은 아군 비행기에서 현재 아군의 위치를 가늠해 지원 공격을 하게 하는 중요한 일이니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런 중요함 때문에 적의 표적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 기억을 더듬으시며 많은 생각을 하시는 듯했다. 전쟁은 누군가에게 자꾸만 희생을 강요한다.)
<계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