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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홍 열린우리당 개혁과제준비기획단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민에게 개혁과제를 약속한 정부일수록 인사·언론개혁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언론이 정상화돼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개혁정책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은 모든 개혁의 첫걸음이자 개혁의 인프라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개혁 전도사'로 나선 김재홍 열린우리당 개혁과제준비기획단장의 '언론개혁 초기론'에 대한 소신이다. 25년의 기자생활을 거쳐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진출한 김 단장은 "이제 언론개혁은 정치차원을 넘어선 국민적 과제"라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김 단장은 "지난 2002년 대선과 이번 17대 총선 결과는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분출된 것"이라며 "특히 그동안 불공정한 편파보도를 가장 많이 해왔다는 비판을 받은 구시대적 주류언론인 신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총선서 국민들은 정치개혁, 언론개혁 요구"

신문개혁의 핵심 과제로는 ▲특정인과 특정족벌의 소유집중 분산 ▲일부 신문사의 시장과점 방지 ▲편집제작위원회 의무화 ▲신문 공동배달제 지원 등을 꼽았다.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 문제와 관련, 김 단장은 "특정인과 특수관계인의 제왕적 지배에 의한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유집중 분산'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소유지분 제한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주요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때 대주주 3∼5인 이상의 참여 의무화 등이 보완돼야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위헌시비와 관련해서도 "모든 언론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독과점 언론사에 대해 특정인(족벌) 지배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독과점 방지와 소유지분 제한을 연계시킨다는 방안이다.

열린우리당이 지금까지 예시한 기준은 시장점유율 15∼20%를 넘는 신문사의 경우 특정인과 특수관계인을 합쳐 그 지분이 20∼25%를 초과하지 못하게 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시장점율과 지분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한다고 김 단장은 말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이번 언론개혁이 신문개혁만 목표로 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큰 틀에서 언론개혁 방향과 방법 등을 모색한 뒤 각 매체별 특성에 맞는 중장기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제한 김 단장은 "시민사회의 및 국회내 여야 합의"를 언론개혁 성공의 관건으로 꼽았다.

언론관계법 정비와 관련, 김 단장은 현행 정기간행물법 개정으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김 단장은 "명칭을 정하지 않았지만 '신문법'이든 '미디어법'이든 새 언론관계법 제정이 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라며 "인터넷언론도 새 언론관계법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언론개혁 논의를 전담할 기구로 국회의장 직속의 '언론발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및 여야 합의 도출이 언론개혁 성공 관건"

또한 김 단장은 '시민사회 역할주도론'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정계가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당은 시민사회가 언론개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의제설정과 문제제기, 공론형성 등을 돕고, 시민사회 합의로 제출된 입법청원서 통과에 제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개혁과제준비기획단 차원의 언론개혁안 마련으로 한창 바빴다. 다음은 22일 오후 인터뷰에서 나눈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열린우리당이 언론개혁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은?
"언론개혁은 언론의 특성상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언론계, 언론사, 언론인들에게만 맡겨져서는 부족하다. 지금까지 기회가 많았지만 잘 안됐다. 물론 정치계, 정당이 주도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럼 왜 열린우리당이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고 나서는가? 그것은 2002년 대선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요구가 정치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었기 때문이다.

구시대적 주류언론·보수신문에 대항했던 소외된 정치인이 후보가 됐고 결국 다수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그것은 구시대적 주류언론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또다른 표현이다. 이번 총선도 대선 당시 표출된 국민의 요구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그런 개혁요구가 창당한지 1년도 안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 참여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해 언론개혁 의지가 미약했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1년간 국민에게 약속했던 언론개혁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형국에서는 불가능했다고 본다. 정부가 언론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소한 언론개혁 의제를 설정하고 시민사회에 제기하는 기획력조차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총선이 끝난 뒤 열린우리당도 언론개혁을 어떻게할지 고민했다.

이제 언론개혁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고 입법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가 됐다. 결국 열린우리당 몫은 지금까지 언론개혁운동을 벌여온 시민·언론단체와 학계 등 시민사회가 주도하도록 의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시민사회에서 입법청원서를 만들어 제출하면 열린우리당은 국회 안에서 그 입법청원을 통과시키는데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 언론개혁의 주체는 시민사회인가?
"언론자유는 언론사 경영의 자유가 아니고 언론계 자유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언론자유'이다. 언론자유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기본권이다. 언론이 잘못돼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선거를 통해 분출됐다면, 언론개혁의 주체는 당연히 국민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라고 하면 추상적인 개념이 되므로 오랫동안 언론개혁을 위해 애써온 시민·언론단체 중심으로 하면 된다."

- 열린우리당은 '신문개혁 우선론'을 표방하고 있다. 왜 그런가.
"열린우리당이 언론개혁 의제설정을 할 때 꼭 '신문개혁'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국민의 요구가 무엇이었는가에서 개혁의 우선순위와 내용을 잡아야 한다. 구시대적 주류언론은 정치인의 경쟁을 불공정하게 편파적으로 많이 보도해왔다는 게 시민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 비판을 많이 받았고 부정적인 역할을 한 매체가 어디인가. 그러면 신문이 1순위가 된다. 물론 방송과 인터넷언론도 문제가 있고 고쳐야 한다. 하지만 가장 문제점이 큰 신문을 우선 개혁하고, 방송도 병행해서 들여다보고, 인터넷매체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가장 문제 큰 신문을 우선 개혁"

▲ 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은 지난 4월 21일 낮 조선일보 앞에서 '편파·허위·왜곡 선거보도 규탄 및 언론개혁 촉구대회'를 열고 보수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신문개혁의 4대 과제 중 가장 뜨거운 쟁점인 언론사주 소유지분 제한 문제부터 보자.
"'소유지분 제한'보다 '소유집중 분산'이 더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이견이 있다. 언론개혁운동 단체들은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을 꼭 해야하는, 필수사항으로 본다. 반면 일반 시민단체들은 실효성이 있을지, 큰 저항에 부딪치지는 않을지 등을 우려한다.

'재산권 침해' 시비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재산권 자체가 아니라 그 행사방식만 제한하는 것이다. 공익성과 공공질서에 맞게 재산권 행사방식을 합리화하고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를 침해할 때 제한한다는 뜻이다. 일반 기업의 대주주 총액출자 제한과 토지공개념 등이 같은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성이 높은 언론사의 경우 사주가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게 소유지분을 제한하거나 분산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헌법정신에 합치될 수 있다."

- 독과점 문제를 소유지분 문제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모든 언론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은 독과점적 언론사에 대해서만 특정인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체제 사회일수록 독과점의 방지, 공정거래 질서를 중시한다. 시장점유율과 소유지분 문제를 연계시키면 위헌시비는 많이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그럼 구체적인 수치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유럽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독과점을 방지하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특정 언론그룹이 시장점유율 20%를 넘어서면 국민의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또 25% 이상이면 국민의 언론자유를 '위협'한다고 본다. 더욱이 유럽은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허용하고 있는 지역인데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겸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으면 엄청난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신문의 경우 15∼20% 정도 점유하면 국민의 언론자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시한 바 있다. 소유지분도 특정인과 특수관계인을 합쳐 20∼25%로 제한해야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의 비율이 시장지배적인 기준인지, 독과점 기준인지 정해야 한다."

- SBS는 특정인 소유지분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경영·인사권 전횡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방송개혁에서 민영방송의 소유지분 문제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수관계인이 분산해서 갖고 있으면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법의 허점이 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언론사주의 소유지분만 제한할 게 아니라 주요 경영권이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때 대주주 3∼5인 이상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수관계가 아닌 다수 주주의 참여를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

- 일부 기자들은 편집제작위원회 설치의 실효성이 적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재 사주체제가 존속하는 한 편집제작위원회 설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사주의 영향력도 제한하고 편집권 독립과 행사방식도 민주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협상에 맡겨둘 게 아니라 언론관계법에 넣어 실정법으로 강제, 시행하게 해야 한다. 선후배 상하관계, 지휘체계가 강력한 집단인 우리 언론에서 대등한 협상이나 사내토론 등이 실효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큰 신문사들은 '공동배달제 지원'을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재편 기도로 비판하고 있다.
"큰 신문사일수록 정부가 왜 자율시장질서를 깨뜨리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언론선택권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 출장을 가면 내가 보고 싶은 신문을 사볼 수 없다. 지방에 사는 국민 대부분이 자신들의 언론관, 철학에 맞는 신문을 사볼 수 없는 처지다. 전국적 배달망을 가진 거대 언론사만 전국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언론선택권이 자본과 언론사세에 의해 좌우되는 셈이다.

최소한 국민 자신이 원하는 언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정부의 도리이고 공익 아니겠는가. 공동배달제는 신문상품이 유통되는 인프라 구축을 돕는 차원에서 공공기금이나 공익적 자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이념의 언론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국민이 원하는 언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게 정부의 도리"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방송의 공영성 강화, 경영의 효율성 등 방송분야의 개혁과제도 만만치 않다.
"언론개혁은 단계가 있는데 우선 신문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은 언론은 권력이고 제4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 영원히 교체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게 사주체제, 족벌체제, 세습경영 체제를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방송의 경우 소유지분의 문제점이 있는 민영방송 말고, 공영방송은 많이 교체돼 왔다.

가장 큰 개혁요구로 지적돼온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문제점은 직접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방만한 경영문제, 비합리적 인력관리, 고임금, 본사와 외주업체 사이의 지나친 차등 등의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차순위다. 언론개혁은 큰 구조와 틀부터 고쳐놓고 장기적 과제로 세세한 내용이 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 방송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방송법 개정 등이다. 특히 방송위원 선임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임명과 국회 추천 등을 통해 위원을 선임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추천하든 야당이 추천하든 방송 전문가를 골라서 하면 될 테인데 정파적 추천을 하는 게 문제이다. 특히 정치인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제도를 만들면 취지를 살리는 게 아니라 악용하거나 아전인수식으로 끌고 가는 게 문제다."

- 인터넷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는가.
"인터넷언론은 자세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법을 보면 규제위주, 책임을 따지는 법체계로 돼있고 그 책임과 의무에 상응하는 언론사로서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언론은 선거 때 후보합동토론회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만 따져서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했고, 네티즌의 윤리문제 등에 대해 너무 대증요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언론관계법에 인터넷 사용자, 네티즌의 부작용을 집어넣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인터넷언론은 국민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투명성에서도 장점이 있고 토론문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언론으로서 지위를 부여하고 책임과 권리를 함께 요구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언론관계법에 인터넷을 포함시킬 것이다. 부작용과 폐혜는 형법 등에 넣어서 분리, 대처하면 된다."

- 인터넷언론의 범위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
"그게 쉬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아무래도 기사를 스스로 생산하고 자체 논평을 하는 곳 중심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언론사 기사를 퍼다가 전달하는 사이트라든지, 자체적으로 뉴스생산을 하지 않는 포털사이트 등은 어떻게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

- 인터넷언론을 제약하는 문제는 선거법 등에도 있다.
"언론을 규정하는 법률로는 언론관계법이 있고 선거법처럼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는 법이 있다. 현재 인터넷언론을 부당하게 제약하고 있는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고, 또 법이 금지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의 선거시기 후보합동토론회 등을 보장하려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곧바로 선거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다."

- 언론중재제도 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중재위원회도 피해자 중심으로 다시 봐야할 것 같다. 피해구제를 신속, 원만하게 할 수 있는 기구로 강화해야 한다. 중재위 자체 개선과 함께 언론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공익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소송을 대행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웬만한 정치인이나 단체도 언론을 상대로 제소하면 큰 부담을 느끼는데 일반 국민은 더 그렇다."

"정부가 개혁과제 실천하려면 초기에 언론개혁부터 해야"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시기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법제화 등을 초기에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고, 중장기 과제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개혁과제를 입안·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개혁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이후 국민으로부터 개혁정책이 지지를 받거나 토론, 공론의 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그 기능은 언론의 몫이다. 그런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개혁과제를 실천하지 못한다.

따라서 국민에게 개혁과제를 약속하는 정부일수록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개혁과제를 실천·입안해야 할 인물을 잘 골라야 하고, 동시에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인사와 언론개혁은 총론적 개혁, 개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어려운 개혁일수록 인사개혁과 언론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천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하려는 정권은 초기에 언론개혁을 해놓고, 언론이 정상화된 뒤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게 순서다."

- 언론개혁 추진에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시 시민사회의 합의를 이루는 게 가장 어려울 것이다. 여러 토론과 논의를 거쳐서 결정되더라도 찬반 양측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국회나 관료기구처럼 표결할 수도 없고, 많은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접근시켜서 합의된 의견을 만들지 여부가 관건이다."

- 개혁대상이 되는 언론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해당 언론사의 반발과 정치권 로비가 거셀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지금은 언론개혁이 여야 정쟁의 이슈라거나 정치적 차원의 정책을 넘어섰다고 본다. 국민적 이슈가 됐다."

- 언론개혁에서 '초선의원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초선의원들은 어떻게 보면 정치권의 관행, 현실 문제를 잘 모를 수 있다. 처음 국회를 운영하면서 재선 이상의 의원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초기에 개혁과제를 실천해야 한다면 관행의 중요성을 아는 것보다 국민개혁 요구에 가까이 있는 초선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잘 모르기 때문에 만용을 부리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정치문화보다는 정치권 밖에서 국민의사를 가지고 들어온 참신한 초선의원들이 개혁과제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언론계 내부 민주화가 가장 안됐다... 사주체제 기자 양심까지 영향"

- 기자 출신으로 언론개혁을 주도하는데 남다른 감회도 있을 터인데.
"25년 이상을 언론인으로서 살았다. 그중 8년은 강제해직 기간이었다. 언론현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기자로서, 주요 취재부서의 데스크로서, 논설위원으로 다양하게 거쳤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잘 이해한다. 사주체제의 문제점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언론개혁은 한마디로 다수 직업 언론인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주고 개선시켜주는 것이다. 소수 잘못된 사주와 경영진과 편집간부를 바로 잡는 것이고, 다수 언론인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계에 들어와서 언론개혁 하나만 제대로 해도 보람있다고 생각한다."

- 언론현장에 있을 때 우리나라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치적 자유 못지않게 사회 각 영역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정당 내부, 대학사회, 사회단체 등에서 민주화가 진전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화가 안된 집단은 언론사라고 본다. 사주체제 아래 편집간부의 독선과 자의적인 편집권 행사, 기자 선후배간 위계질서 등이 그대로 잔존해 있다."

- 그렇다면 왜 기자 스스로 언론개혁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는가.
"기자에게는 두 가지 직분이 있다. 하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민의 알권리에 부응하기 위한 역할이 있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월급쟁이 직장인이다. 사주체제에서는 기자들이 너무 월급쟁이 회사원 직분에 지배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자나 논설위원이 편집권자나 사주와 뜻이 맞지 않는다 해도 옮겨갈 곳이 없다. 예외적으로 스카웃이 있지만 매우 제한돼 있다. 우리나라 언론계는 인력시장의 유연성이 '제로' 지대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기자가 에디터(편집자)나 사주와 뜻이 맞지 않으면 사표 내고 다른 곳으로 간다. 우리나라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

- 조선일보와 개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가.
"자신들이 개혁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사일수록 나 같은 사람에게 연락하겠는가. 내 이름도 제대로 안 쓰려고 하는데¨(웃음)."

정치전문 <동아>기자 출신... 80년 검열·제작거부로 해직
'언론개혁' 선장, 김재홍은 누구인가

50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71년 10월 대학 3학년 때 유신정권의 위수령에 걸려 강제 징집됐다. 77년 MBC·경향신문사 통합3기로 언론계에 발을 디뎠다. 78년 <동아일보> 공채모집에 다시 응모, 신입기자로 입사했다.

80년 신군부의 등장에 맞서 민주화운동이 전국으로 번질 즈음 동아 기자 33명이 주도한 '4.17 자유언론선언'과 5.17 신군부 내란 및 5.18 광주항쟁 당시 검열·제작거부에 참여, 그해 8월 강제해직을 당했다.

그 뒤 한국국제관계연구소 상임간사와 서울대 대학신문사 편집국장(일반전임), 대학 강사 등으로 생활하다가 87년 민주화운동에 힘입어 88년 2월 동아일보로 복직했다. 이후 국제부, 정치부, 정치부 차장,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남북한 문제와 정치평론, 언론 분야에 조예가 깊다.

2001년 동아일보를 그만두고 경기대로 자리를 옮겨 통일안보전문대학원과 정치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섰다. 2003년 한해 <오마이뉴스> 논설주간을 지냈다. 같은해 12월 열린우리당 외부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정치계로 진출했다. 이후 공천자격심사위 대변인 등을 거쳐 비례대표 기호 24번으로 배정받았다. 특히 김 당선자는 정동영 의장의 후보 사퇴로 순위가 앞당겨져 당선권에 드는 '행운'을 안았다.

현재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국가발전전략분과 통일외교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국가안보회의 정책자문위원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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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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