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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태영 전라남도지사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전남도청에서 도장(道葬)으로 엄수됐다.
고 박태영 전라남도지사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전남도청에서 도장(道葬)으로 엄수됐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고 박태영 전라남도지사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도장(全南道葬)으로 엄수됐다. 전남도청에 마련된 고인의 영결식장에는 간간이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2천여명의 추모객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20여명의 국회의원과 광주전남지역 열린우리당 당선자 12명, 박병열 전남도의회 의장 등 50여명의 광역·기초의원,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김주현 행자부 차관,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 국내외 정·관·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이범관 광주고검장과 황선태 광주지검장 등 지역 검찰의 수장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노무현 대통령, 고건 국무총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2천여 추모객 애도

이날 영결식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영결식에서 조사와 영결사에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전남경제 살리기에 노력했던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회고했다.

고인의 죽음으로 오는 6월 5일까지 전남지사 권한대행을 맡은 송광운 행정부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지사님은 '전남의 미래가 보인다'며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를 외치며 투자유치에 밤낮 없이 뛰신 분"이라며 "지난 2년간 열심히 뿌린 투자의 씨앗이 이제 하나씩 꽃을 피워나가는 시점에서 왜 도지사님께서만 그것을 보지 못하시게 되었단 말이냐"고 안타까워했다. 송 행정부지사는 "도민들께서도 도정의 수장을 떠나보낸 상황에서 투자유치와 현안사업들이 좌초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며 "전남경제가 역동적인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서는 날을 향해 우리가 뛰겠다"고 다짐했다.

창문 너머로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는 전라남도청 공무원들.
창문 너머로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는 전라남도청 공무원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현대 비자금 수수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박광태 광주광역시장도 옥중에서 조사를 보내왔다. 심재민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박 시장은 친구사이인 박 지사의 죽음을 비통해했다.

박 시장은 "내가 국회 산자위원장으로 자네는 국민의 정부 초대 산자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우리가 힘을 합하면 광주전남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의기투합했다"고 회고하고 "광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게돼 자네에게 크게 한턱내려 했는데 훗날 하늘나라에서 술 한잔 건네겠다"며 아쉬워했다. 박 시장은 "나는 서울구치소에서 영어의 몸으로 친구를 잃은 슬픔에 울고 있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광주전남을 굽어살펴달라"고 말했다.

친우 대표로 조사에 나선 문순태 광주대 교수는 "명예와 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자네였는데 목숨을 버릴만한 무슨 절박함이 있었단 말이냐"며 "친구를 잃은 슬픔에 가슴이 미어져서 믿을 수가 없다"며 울먹이자 유족들도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의 죽음이 순수한 사회로 가는 밑거름 되길"

고인의 부인인 이숙희(왼쪽)씨와 아들 명주(오른쪽)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영결식을 치르고 있다.
고인의 부인인 이숙희(왼쪽)씨와 아들 명주(오른쪽)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영결식을 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유족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고인의 아들 명주(35)씨는 아버지의 영결식에 참석한 내외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한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명주씨는 "아버지의 비보를 확인한 순간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가슴이 미어졌다"며 "평생 고생만 했으니 노후는 편히 보내자고 어머니께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의 아픔을 잘 얘기하지 않으셨는데 무엇이 그리도 아버지를 힘들게 했는지 안타깝다"며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밖에 없게 만든 현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신 지금 아버지의 죽음이 순수함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버지께서 그토록 염원하셨듯 모든 도민이 행복하게 잘 살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한편 출산관계로 고인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딸 경주씨는 공교롭게도 고인의 영결식날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오전 11시30분경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고향인 전남 장성군 진원면 산정리에서 노제를 마친 후 선영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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