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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한국군의 새 주둔지역이 북부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아르빌 주와 술레이마니아 주 두 곳 가운데 한 곳으로 정해지게 됐다. 그러나 이 곳은 전쟁 피해가 거의 없고 주민들이 친미 성향으로 치안 수요도 거의 없어 수천명의 한국군이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2일 "합동참모본부와 미 중부군 사령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지역으로 아르빌 주 남부와 술레이마니아 주 2곳 가운데 한 곳을 선정키로 합의했다"며 "2개 지역 모두 국경 지역은 이미 이라크 국경수비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군 주둔지역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조하에 한국군의 현지조사 등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최종 파병지역을 결정키로 했다"며 "이달 중순 께 현지 조사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르빌 주는 인구 122만명, 술레이마니아 주는 인구 150만명으로 쿠르드족 집중 거주지역이다. 그러나 이날 국방부의 발표는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르빌과 술레이마니아는 1991년 걸프전 뒤 미·영 연합군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고 독립국가와 비슷한 자치를 누려왔다. 이번 이라크 전쟁 때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애초 이라크 파병의 목적을 복구 및 재건 지원으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이 지역의 재건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쿠르드 족 자체가 친미적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는 치안 소요도 거의 없다. 현재 이 지역에는 감편된 대대급 수준의 미군이 형식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파병을 위한 한국군 부대는 총 3600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600명의 서희·제마 부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투 및 전투근무 지원부대다. 미군이 형식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 한국군 수천명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국방부 기자회견 때 "치안소요도 없는데 이런 규모의 부대가 많은 돈 들여 갈 필요 있는가?", "파병 규모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는 "현재로서는 파병 병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쿠르드족과 아랍인들과의 미묘한 관계도 문제다. 현재 쿠르드 족들은 이라크로부터 분리해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르드족이 분리독립운동을 본격 추진할 경우 괜히 한국군이 이들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것으로 다른 이라크인들 한테 오해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파병 지역이 계속 바뀌고 새로 현지조사단을 보내는 등 파병이 자꾸 늦어지자 "자이툰 부대가 '실미도 부대'꼴 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성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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