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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출범식을 갖고 여성의 국회 진출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출범식을 갖고 여성의 국회 진출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우리 여성들은 지금까지 정치와 권력은 여성들과 무관한 줄로만 알고 살았다. 그저 누군가가 그렇게 정해준 대로 역할분담에 충실하여 살림이나 잘 살고 자녀양육만 잘 하면 상팔자려니 하며 참고 살아왔다. 그러나 과연 정치가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과 무관할 수 있을까?

유기농 야채는 믿을만한 것인지? 한우라고 파는 고기는 과연 진짜인지? 수돗물은 믿고 마셔도 되는지? 버스가 편리한지 지하철이 싸고 좋은지? 자녀를 어느 학군 어느 학교에 보낼 것인지? 주택은 어디에 있는 어떤 것을 언제 사는 것이 좋은지? 세금은 얼마를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이 모든 일상사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정부가 개입되지 않은 것이 있는가. 정치와 직접, 간접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이 있는가. 정치란 내 가족과 이웃의 삶은 물론이요, 여성자신으로서의 '나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여성이 직접 나서 자신의 삶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과연 여성답지 못한 일인가?

21세기의 정치는 우선 '여성과 정치'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일에서부터 새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서도 여자가 정치를 하는 것은 '여성답지 못한 일'로 치부되어야 할 것인가? 여자는 정치에 대해 모르고,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 것이 과연 팔자가 좋은 것인가? 지금까지 남성에게 정치를 맡긴 결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여성이 정치를 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먼저 여성들은 정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치고 일어서서 새로운 의식을 가져야 한다. 20세기는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투표권이란 형태의 참정권을 획득한 시대로 기록되고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정치에는 구경꾼, 권력에는 객체적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21세기에는 여성 스스로가 정치와 권력과정에서도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equal partner)로서의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불만의 정치와 어마어마한 권력의 이미지를 씻고, 보다 '정의로운' 정치, 보다 '친근한' 권력으로 제 모습을 찾아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남성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새로운 정치'를 재건하는 일에 다같이 동참하도록 끌어내야 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목마름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의 구분을 초월한 인간회복의 대의를 표상한다. 행복한 결혼은 대등한 동반자 관계를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정의로운 정치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 20세기의 여성들은 '결혼생활에서의 대등한 동반자 관계'(Equal Partnership in Marriage)를 쟁취하는 일에 전념해 왔다. 21세기에는 '정치생활에서의 대등한 동반자 관계'(Equal Partnership in Politics)도 아울러 이루어가야 한다.

20세기는 아마도 여성에게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단 준 역사적 전환기로 기록될 것이다. 여성은 '가정'으로 대표되는 사적영역에, 그리고 남성은 '사회'로 지칭되는 공적영역에 종사하는 성별분업형태를 무너뜨린 것이 20세기였다. 그렇다면 이제 21세기는 남녀가 공사영역을 구분 없이 넘나들며 역사를 함께 만들고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양성통합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

21세기 우리의 국가목표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일이라면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1명 끼워넣기'로 가두어 두고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구색으로 끼워 넣는 여성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여성테마가 아닌가 한다.

민주화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사람들은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에 식상해 있다. 여성의 리더십은 단순히 권력을 추구하고 행사하는 차원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지도받는 자'들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도하는 자'와 '지도받는 자'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사는 방향으로 정치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냉전이 완화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퇴색한 이래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민들은 질 높은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사회가 다원화됨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사회 저변으로부터 제각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정치의 본질이 단순한 권력추구나 이데올로기의 대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더욱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이른바 생활정치로 변모해 가야 한다. 국민들은 맑은 물을 마시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일상의 생활상이 정치의 주요의제로 부각되면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반자로 자연스레 정치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이나 관리업무를 비롯하여 노인·아동·장애인·청소년·부녀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소비자 보호, 주거생활 환경개선 및 지원, 환경 및 자연보호활동, 교육, 평화, 체육, 문화, 예술진흥사업 등과 같은 일들은 여성들이 주부로서 어머니로서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분야들이다. 정치가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터전이라고 한다면 여성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더 엄밀히 따진다면 생활과 직결된 문제들은 바로 여성들의 주요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영역보다도 여성들이 다양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생활정치가 요구하는 전문지식은 여성의 일상적인 경험과 지식과 능력으로 족하다. 여성의원들은 비리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없는 것만 봐도 여성의원들은 깨끗하고 알뜰하게 나라살림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손봉숙씨
손봉숙씨 ⓒ 우먼타임스
그동안 여성들은 주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담당하면서 생활행정을 익혀왔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일, 소외받는 계층을 보살피는 일, 정의롭지 못한 것을 바로잡는 일 등에 손길을 뻗쳐왔다. 또한 소비자보호운동이나 환경보호운동 등에 이르는 다양한 시민운동을 통하여 민간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쌓아왔다.

이렇게 길러진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합치되어 여성들을 최고정책결정권자로 오르게 하고 있다. 이제 여성들의 일상적인 관심사들이 바로 우리 정치의 핵심의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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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여성의 힘으로 위기의 부패 정치를 개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의 새판짜기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을 17대 국회에 진출시키는 운동을 펴기 위해 지난 달 6일 발족했습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지난 해 12월15일까지 약 한달간 17대 총선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개혁적인 여성 후보를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100여명을 선정, 오는 8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추천 명단은 각 정당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정치를 맑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여성이 국회를 들어가야 합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womanpower2004.net입니다. 후보자 명단 및 향후 활동계획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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