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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혁규 지사.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혁규 지사. ⓒ 경남도청 최종수
존경하는 320만 도민 여러분! 자리를 함께 하신 언론인 여러분! 지난 10여년간 변함없는 사랑으로 저를 성원하여 주신 도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면서, 저의 거취와 관련된 중대한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달 중국을 돌아보고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우리나라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후발국가 중엔 어느새 우리를 앞질러 가는 나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모든 국가 에너지를 성장과 발전에 두고, 급변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온통 사회논리와 정치논리로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정쟁으로 날이 새고, 사회는 갈등과 반목에 휩싸여 있으며,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질서와 기강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가정경제는 사교육비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건전한 소비구조도 무너져 신용불량자가 35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방황과 혼돈, 갈등이 난무하는 요즘입니다. 이럼에도 정치권은 그들만의 싸움으로 영일이 없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이래서는 국가의 장래가 없습니다. 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도 끝없는 정쟁과 노사분규로 결국 2만불 시대에 이르지 못하고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이들 국가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존경하는 35만 도민 여러분! 저는 10여년간 도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일관되게 도민의 경제적 풍요와 선진자치단체의 기반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행정에 최초로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경영행정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으며, 세계 각국을 누비며 시장개척 활동과 함께 국내외 투자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여 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어느 지역보다 앞서서 제시해왔고 실천해 왔습니다. 민선 3기 취임과 동시에, '2만불 시대를 열자'는 도정목표를 내세웠으며, 우리 경남의 모든 에너지를 2만불 달성에 모아 왔습니다. 저는 이 길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권은 미래는 고사하고, 전투적 여·야 관계로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병폐와 정치권의 구태를 보면서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을 도와 우리 국가와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 정립하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바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320만 경남도민 여러분! 저는 결심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저에게 맡겨주신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아울러 제가 그 동안 몸담아온 한나라당도 탈당하려 합니다. 저는 이 순간부터 어떤 직책에도 연연치 않고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임을 밝힙니다. 저는 희생적 결단을 내려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겠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고향에 돌아올 수 있는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야 합니다. 오랜 고민과 여러 날 불면의 밤을 보낸 끝에 이러한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는 마지막 인생을 국가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단에 의한 것입니다.

지금은 국가발전이라는 대의 앞에 정파를 초월해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나가는 큰 정치를 펼쳐야 하는 시대입니다. 저의 이번 결정은 바로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존경하는 경남도민 여러분! 오늘 이러한 결심을 밝히기까지 제가 겪은 고민과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도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이 너무 컸기에 자칫 저의 결정이 도민 여러분의 믿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결단에 앞서 다시 한번 제 스스로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경남도민 없이는 저 역시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느 곳 어떤 자리에 있어도 경남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언제까지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경남도민 여러분! 흐르는 물줄기가 처음 시작한 곳은 서로 다를 수 있어도 결국 바다에 이르러서는 모두 만나듯, 지금 여러분과 잠시 헤어지지만 머지않아 다시 만날 것입니다.

여러분과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320만 경남도민 한 분 한 분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고 2004년 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3. 12. 15. 김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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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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