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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불태워 어둠 밝힌 그대,살아오십시오"

지난 10일 새벽 세원테크 노·사 양측이 100여일 넘게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하게 대립했던 분규사태에 대해 해결의 가닥을 잡게 됐다. 그동안 입장 차이를 보였던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로 지목받던 이사진 3인에 대한 퇴진 문제가 일정정도 타결이 된 것.

10일 노사 타결이 알려지자 고 이해남·이현중씨 영안실을 지키고 있던 유족과 노조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100여일이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서로를 달래고 있었다.

"어머니, 너무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해. 현중이 장례 치르는 것 때문에 양보를 많이 했잖아."

긴 투쟁의 끝에는 씁쓸함이 많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노사 양측의 합의로 세원테크 사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했지만, 또다시 분란의 씨앗은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사 양측 모두 해를 넘기면서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면이 지금의 합의에 이르게 된 주요 동력이다. 그동안 노조측은 해고자 4명(이해남 지회장 포함)에 대한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었다. 반면 회사측은 이해남 지회장을 포함한 2명외에는 복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결국 해고자 복직 문제는 2명 복직, 나머지 2명은 추후 논의하고 회사측이 앞으로 미복직자 2명에 대해 2년동안 생활비를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노조파괴 3인에 대해 퇴진문제도 노조쪽이 전원 즉각 퇴진을 요구했지만 1명 퇴진, 나머지 2명은 3개월 내 퇴진으로 최종 합의됐다.

따라서 해고자 추가 복직과 나머지 이사진 퇴진을 놓고 노사 양측은 또다시 대결국면으로 치닫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노조와 회사측의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이번 합의로 원할한 노사관계 정립이 가능할지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조성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사가 과연 노사화합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해 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이라며 "일단 합의가 이뤄진 이상 현장에서 노조를 지켜나가고 회사측에 협조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똑같은 행태가 되풀이 된다면 싸움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세원테크 사태가 이렇게 악회됐던 데에는 노·사 문제에 '느긋하게' 대처했던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계 기관의 행태에 일정정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장기화에 이르기 전 적절한 노사 양측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원테크 노조 비상대책위 조성호 위원장은 "애초 문제가 악화되기 이전 노조가 회사측의 노조탄압에 대해 항의했을 때 지방노동청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줬다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세원테크 사태로 단위 사업장의 분규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비정규직 철폐 문제와 손해배상 가압류 등 근본적인 노동 현안은 노사정 모두 공통된 안 도출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세원테크 사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숨진 두 명의 노동자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2, 제3의 세원테크 사태와 또 다른 이해남·이현중씨가 생기지 마라는 법이 없다.

세원테크 노조 구재보 사무장은 "세원테크 사태가 합의에 이르러 현장에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2~3년 넘게 단위 사업장의 문제로 길거리에서 투쟁을 벌이는 동지들에게는 미안하다"며 "그나마 두 열사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나마 여론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지, 수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 탄압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싸움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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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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