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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돌이 인터넷 모임 운영자 '대왕 소금' 이대표씨
ⓒ 김진석
신용불량자 4백만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꽤나 낮은(?) 신용으로 약 15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왕’ 이 있다. 주식이나 땅 투기 없이 합리적 소비만으로 살벌한 강남 역삼동에서 3년 반만에 6700만 원을 모은 ‘대왕소금’ 이대표(27)씨.

그는 즐거운 짠돌이 인터넷 모임 (http://cafe.daum.mmnix)의 운영자이자 경제부분 서적 4위에 오른 <한국의e짠돌이> 저자이다. 그가 쓴 <한국의e짠돌이> 는 인터넷에서 만난 즐거운 짠돌이들의 기구한 사연과 기상천외한 '절약’ 비법들이 담겨 있다.

과거 구린내 나는 '구두쇠' 와 당당히 차별을 외치는 그들은 “써야할 돈은 반드시 쓰되, 불합리한 곳엔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를 제창한다. 또 “결코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라는 전제 하에 절약을 실천하며 ‘짠돌이 = 궁상’이라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대구지하철 참사 모금, 태풍 매미 피해자 과수 사기 운동 등 '쓸 때는 확실히 썼던' 카페 회원들은 이 책의 판매 수입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똑같은 ‘돈’을 아껴 더 값어치 있게 소비하는 이들은 지혜로운 ‘세상의 소금'이 되고자 한다.

"한달 핸드폰비 3500원(?)으로 강남 역삼동에서 생존하기!"

지난 11월 마지막주 토요일 부천의 자택에서 이대표씨를 만났다. 새로 지은 그의 집은 이씨가 ‘짠돌이’ 를 자처하며 거둔 첫 결실이다. 이씨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지난 3년 6개월 동안 매달 월급의 95% 이상을 저축했다.

아침 7시 출근 밤 11시 칼(?) 퇴근. 점심은 김치부침개말이 도시락, 교통비는 정액권, 한 달 핸드폰 요금은 3500원. 돈을 쓸래야 쓸 시간도, 쓸 곳도 없던 이대표씨의 한 달 용돈은 10만 원.

짠돌이 카페는 어떤 곳?(cafe.daum.net/mmnix)

회원수 15만에 육박한 숫자는 그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만큼 유용한 정보와 진솔한 삶의 얘기들이 넘쳐난다. '생활 경제를 알고 부자가 되는 기본을 닦는 곳' 이라고 소개하는 이 카페는 생활 경제를 아우르는 각종 전문가들의 상담 및 혼자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생활 속 지혜들이 즐비하다.

또 신용불량자가 '짠돌이' 생활을 통해 불량을 탈출하기까지 힘겨운 사연들이 네티즌의 눈시울을 자극함과 동시에 카드에 대한 '경각심' 을 일깨워 준다. 전문가 상담으로는 결혼,보험, 금융과 절세, 통신 요금 등의 상담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 밖에 재테크 관련 및 경제 기사, 민간요법, 각종 경품 쿠폰 이벤트, 벼룩 시장, 참신한 절약 비법 등 알아두면 평생 써먹을 생활의 지혜들이 가득하다. / 김은성
비용 목록 중에서 가장 신기한 건 핸드폰 요금이다. 기본 요금만 해도 최소 만 원을 넘는 요즘, 그가 3500원으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사용자 요청 발신중지와 분실신고를 번갈아 하는 것이었다. 받기만 하고 걸 수 없는 그의 1년 핸드폰 비는 다해야 4만2000(3500x12)원을 넘지 않는다. 그 외 급한 전화는 헌혈로 얻은 공중전화카드를 사용한다. 결국 아쉽고 답답한 이들이 이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용건을 나눈다.

이씨가 태어날 때부터 짠돌이는 아니었다. 그 또한 있으면 있는대로 다 써버리는 소비자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계산을 해보니 한 달 용돈에서 이씨도 모르는 ‘출처불명’ 의 지출이 무려 80만 원. 꿈꿔오던 ‘그림 같은 집’이 그야말로 그림에 그칠 뻔 했던 지출규모이다.

깜짝 놀라 마음을 고쳐먹은 이씨는 지난 2000년 12월, ‘짠돌이’ 카페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짠돌이 생활에 뛰어들었다. 짠돌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활의 지혜와 절약 방법이 필요했다.

이를 자연스레 터득한 그의 생생한 경험담은 방송 및 소문을 통해 전국 곳곳에 퍼져나가기 시작. 이씨는 그가 보낸 사연으로 각종 경품에 당첨되고 이를 통해 신혼살림의 90%를 장만하기에 이른다.

“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돈을 아껴서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 모두가 손가락질 했어요. 투자없이 내 집 마련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랬죠. 사람들은 모두 제가 헛소리를 한다며 비웃었어요. 그러나 전 헛소리를 현실로 만들었고, 이제는 오히려 저에게 그 비법을 알려 달라네요.”

"돈이란 '행복한 아빠' 되기 위한 수단일뿐!"

그의 집 안은 최저 온도로 보일러를 맞춰 놓은 듯 적당히 서늘했고, 10년도 더 된 것 같은 낡은 세탁기 소음만이 한가로운 실내를 울리고 있었다. 이씨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고 당당히 말했다.

얼마 전 출간한 자신의 책도 경품으로 받았다며 밝게 웃는 이씨는 진솔한 생활담을 방송국에 보내 무려 일주일에 한 번씩 경품을 탔다. 이렇다보니 그는 사연 당첨률 70%를 자신한다.

ⓒ 김진석
“처음엔 저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했죠. 근데 나중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아무리 저축을 해도 이상하게 제가 돈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써버려서 결국 어머니에게 모두 맡겨 버렸어요.

점점 돈의 액수가 쌓이자 꿈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오는 게 보였죠. 눈치라뇨? 오히려 제가 합리적 소비 비법을 알려주니 사람들이 더 고마워하던 걸요? 꼭 돈을 쓰지 않더라도 타인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이씨는 다른 이들의 집안 경조사 및 물품 구매에 각종 상담을 맡고 있다. 그덕에 그는 시즌 별 품목에 따른 시장 정보를 꽤뚫고 있다. 더불어 회사 다닐 동안에는 상사들 일까지 대신하느라 일도 배우고, 수당도 붙고, 돈도 절약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었다. 경제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앓는 소리를 해도 그는 꾸준한 연장 근무로 기존 월급의 반에 해당하는 수당까지 두둑히 챙겨모았다.

“펜티엄 4를 펜티엄 2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처럼 펜티엄 2를 펜티엄 4로 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문화생활도 즐길 줄 모른다고 하는데, 전 충분히 남처럼 할 건 다하고 살아요! 영화나 연극 관람은 물론 헬스도 다니고 남들과 다를 게 없어요.”

남들과 다른 게 있다면 유료가 아닌 무료라는 것 뿐. 헌혈, 각종 카드 혜택, 시사회, 복지관 등을 통해 무료로 영화를 보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고, 헬스 또한 가까운 동사무소를 이용한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이런 그의 철학으로 결혼 전 아내와의 데이트 비용 또한 총 30만 원을 넘지 않았다는데. 테스트용으로 쓰이는 시판전 재료로 집을 지은 이씨는 '30%' 저렴하게 그의 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런 이씨의 ‘짠돌이’ 철학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2세를 품고 있는 아내가 입덧이 심해 '바싹바싹 말라간다'는 그는 얼마 전 아내가 먹고 싶다는 ‘백도복숭아’ 를 구하기 위해 부천시 마트를 이잡듯 뒤졌다.

“쓸 때는 써야죠. 전 행복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짠돌이 생활을 하는 거지, 현금 많은 부자가 되기 위해 아끼는 게 아니에요. 행복한 아빠가 되기 위해 집도 필요했고, 저축한 돈도 필요한 거죠. 가족에게까지 짜야 할 필요가 없어요. 돈이란 그저 수단이면 되지, 목적이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서민들의 투자는 절약으로!"

ⓒ 김진석
“이상하게 인생이 재미있게 꼬였어요. 제가 돈을 더 아껴쓸수록 사람들이 더 좋아해요. 절약하는 아이디어가 생기고 또 증명된 경험담이 쌓일 때마다 더 돈이 들어 오죠. 오히려 돈을 쓰면 주위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볼 정도예요. 짠돌이 철학이 틀리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제 소신껏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돈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빚을 진 것도 아닌 이씨였지만 그가 고백한 자신의 신용 등급은 의외로 낮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해 쓰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씨는 불현듯 “신용이 어디에 쓰이는 줄 아느냐?”며 사뭇 진지하게 묻는다.

"금융기관에서는 신용 하나로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는 신용 사회라 강조를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신용' 이란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만 유리하게 쓰이는 것이지 별다른 쓰임은 없어요. 대출과 더불어 신용카드로 돈 없이 물건을 사는 것 즉, 금융권의 거래 외에 다른 용도가 없는거죠.

돈을 자주 빌리고 제 때에 갚는 사람, 즉 많이 쓰고 많이 갚는 사람들일수록 신용 등급이 높이 올라가요. 반면 돈을 대출해 쓰지 않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낮은 신용이 적용돼요. 간혹 신용이 낮다고 혹은 신용 불량자라고 취업이나 사회 전반에서 손해를 보거나 죄 지은 사람처럼 사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금융권이 만들어낸 잘못된 사회 인식의 문제라 생각해요.”

이씨는 합리적 소비를 할수록 더 낮은 신용을 매기는 한국 사회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현재 그는 한 일간지에 기고 할 칼럼을 구상중이다. 이씨는 전염병처럼 퍼진 '부자되기' 열풍 속에 정작 제대로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언급된 바 없다며 투자가 아닌 ‘절약’ 에 관한 경제 칼럼을 준비 중이다.

“흔히들 재테크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기를 생각하시는데, 그런건 이미 많이 가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손쉬운 ‘투자’ 일 뿐이죠.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솔직히 힘들어요. 절약으로도 얼마든 안전하고 확실하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저같은 서민들과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절약’ 이라는 투자를 알려 드리고 싶어요.”

이씨는 짠돌이 생활은 즐거운 마음으로 했을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한다. 억지로 하다보면 결국 한계에 부딪쳐 역효과만 생긴다며, 짠돌이 생활은 행복으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 재차 강조했다.

대왕소금 이대표씨가 전하는 아끼며 사는 지혜!

▲ 이대표씨는 생활에 필요한것은 대부분 경품으로 받아 사용한다
ⓒ2003 김진석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생활 속 절약 비법 및 알아두면 평생 ~ 써먹는 유용한 정보*

▷녹슨 우산의 녹은 솜이나 휴지에 아세톤을 조금 묻혀 닦으면 깔끔하게 지워진다.

▷빨래가 끝난 후 1 분정도 세탁기를 자체 탈수시키면 구석의 물이 다 빠져나가 한 겨울 세탁기 동파를 막을 수 있다. 또 수도꼭지와 세탁기로 물이 들어가는 줄을 빼놓고,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꼭지를 버리는 옷 등으로 싸두는 것도 좋다.

▷까맣게 된 스텐 그릇이나 냄비는 끓는 물에 레몬을 넣고 몇 분 끓이면 문지르지 않아도 새것처럼 변한다. 또는 버리는 귤껍질과 사과껍질로 닦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붉은 고추나 마늘을 쌀통에 넣어두면 쌀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또 쌀통속에 큰 마늘 봉지를 깔아두면 쌀통 구석에 쌀알이 껴 썩는 일도 없다.

▷못 쓰는 스타킹에 10원짜리 동전 4, 5개를 넣어 싱크대 거름통에 매달아 두면 음식 악취를 제거 할 수 있다.

▷장마 후 생긴 벽곰팡를 제거하려면 알콜과 물을(1:4의 비율) 섞어 벽지에 뿌리면 된다(그 외 습기가 많은 욕실, 주방 등에 수시로 뿌려주면 곰팡이를 예방할 수 있다).

▷설탕통 중간 쯤에 고무줄을 몇 겹 감아주면 개미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

▷방바닥에 아이들이 그려놓은 볼펜자국은 물파스로 지울 수 있다.

▷먹다 남긴 탄산음료(콜라, 사이다)의 맛을 유지하려면 병을 거꾸로 세워 보관하면 된다.

▷머리 감을때 흰 면장갑을 끼고 감으면 흰 면장갑의 찌든 때를 쉽게 제거 할 수 있다.

▷버리는 호일로 가위나 칼날을 문질러 주면 일시적으로 날이 서는 효과를 얻는다.

▷상한우유는 식물 거름 대용과 가구의 광택제로 활용 할 수 있다.

▷옷에 묻은 껌은 얼음조각을 헝겊에 싸 껌이 묻은 곳에 대고 있다 껌이 굳어지면 떼어낸다. 또는 휘발유를 묻힌 다음 손으로 비비면 깨끗이 떨어진다.

▷고장난 시계는 사진 액자나 십자수 등 색다른 셋팅 액자로 다양하게 연출 할 수 있다.

▷구멍난 고무장갑은 적당한 두께로 잘라 다용도 고무줄로 사용한다.

-cafe.daum.net/mmnix 가운데 발췌.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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