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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훈련 중 M1탱크 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주한 미군
독수리 훈련 중 M1탱크 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주한 미군 ⓒ 미 국방부
한·미 양국은 지난 19일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령부 등 주한미군 지휘부 전체를 오산·평택으로 이전하는데 완전 합의했다. 오는 2006년부터 한강 이북의 미 2사단이 오산·평택으로 이전할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가졌던 이른바 '인계철선' 역할은 사라진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같은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부인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주한미군을 동북아기동군으로 변화시키며 오산·평택을 동북아사령부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한국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주한 미군을 재배치하는데 30억~50억달러(국방부 공식발표)나 되는 기지 이전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계철선'이란

인계철선은 전선에 설치해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이 터져 적을 살상하거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 즉 폭발을 유도하는 가는 철선을 말한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도 비슷한 개념이다. 비무장 지대 인근에 주한미군이 배치되어 북한이 남침할 경우 반드시 이들과 충돌하도록 한다. 이는 바로 미국이 한반도 전쟁에 '자동개입'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군사기술의 발달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볼 때 반드시 주한 미군이 한강 이북에 주둔해야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주한 미군의 한강 이남으로 완전 빠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나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거리 밖으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미군의 북한 선제공격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더구나 현 한·미 군사동맹상 주한미군이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면, 한국은 이들 나라를 군사적 적대세력으로 설정하게 돼 외교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후속 실무회담에서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령부 등 주한미군 지휘부 전체를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용산 미군기지에는 사실상 단 한 명의 미군도 남지않게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산 미군 기지에는 '드래곤 힐' 호텔 한 곳만 미군의 숙소로 남게될 것"이라며 "미 대사관 숙소부지 8만평, 미군 헬기장 유지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은 사실상 완전 타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 대사관 쪽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9일 실무회담에는 한국 쪽에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미국 쪽에서는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지난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실패했으나 불과 이틀만에 타결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24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국방부는 "미국쪽이 한미연합사를 오산, 평택으로 이전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미 사이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올해 연말까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산·평택은 동북아 사령부로

지난 17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 2개 권역으로 2단계에 걸쳐 재배치하고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며 "양쪽 국방장관은 1단계가 가능한한 조기에 착수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2단계 재배치 시기는 2003년 5월14일 및 10월20일의 한·미 정상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원칙에 따라 양국 최고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라고 말했다.

이는 1단계로 용산의 미군을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고, 한강 이북의 각 군소기지에 흩어져 있는 주한 미 2사단을 동두천과 의정부로 모은 뒤 2단계로 오는 2006년 이후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을 오산·평택으로 이전한다는 말이다. 즉 오는 2006년 이후 한강 이북에 주한 미군은 단 한 명도 남지않게 되며, 이들이 상징했던 '인계철선' 개념은 사라진다.

주한 미군은 중화기로 무장한 현재의 '기계화 보병사단'에서 스트라이커 여단과 같은 가볍고 기동성있는 부대로 변모하게 된다. 지난 6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주한 미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1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는 말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주한미군은 이제까지 대북 억제전력에서 동북아 지역의 중국과 러시아 등 모든 위협세력에 대항하는 전력으로 바뀐다. 오산·평택은 당연히 미군의 동북아사령부가 된다.

미 2사단 병력들이 임진강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미 2사단 병력들이 임진강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 미 국방부
주한 미군 감축 불가피

주한 미군이 스트라이커 형 부대로 바뀌면서 감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0월18일 미 AP통신은 미 행정부 관계자와 안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기존 3만7000명의 주한 미군의 3분의1 가량인 1만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며 "한국 정부와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협상이 성사될 경우 잔류 병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어느 곳이든 파견될 수 있는 '원정군' 성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지난 10월20일 태국에서 열린 아펙 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하급관리들이 자신들 생각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지 미국정부의 공식결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 행정부의 일시적인 변명에 불과했다. 또 다른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AP통신 보도가 정확하게 맞다"며 "오히려 최근 미국은 원래 계획했던 1만2000명보다 더 많은 병력을 감축하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도 지난 여름 미 의회 증언에서 "더 이상 미군이 정치적인 '인계철선'으로 비무장 지대 인근에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주한 미군의 유연성"을 강조했고 이에대해 외신들은 "미군은 더 이상 비무장지대 인근에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한 미군의 병력 감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1992년 동북아시아전략구상(EASI)을 발표하고, 2단계로 한국에서 7000명 등 1만5000명을 감축하고 3단계에서 '한국주도의 방위'를 확립하고, 한미 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소규모의 미군만 잔류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1994년 북핵위기가 불거지면서 1단계만 시행되고 미군의 더 이상 감축은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군 개조작업에 착수했다. 무겁고 중장비로 무장한 미군을 전 세계 어느곳이든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가볍고 기동성있는 부대로 바꾸는 것이었다.

미군의 이른바 '스트라이커 여단'은 바로 이같은 럼스펠드 군사혁신의 산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뒤 계속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미국의 이런 전략변화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왜 미군 기지 이전비용 대나?

지난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은 용산기지 한미연합사 등이 남아있는 대가로 기존 전체부지 78만평 가운데 28만평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한국은 17만평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갑자기 불과 이틀만에 양쪽은 타결에 이르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래 미국은 한미연합사 등도 모두 오산·평택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 때문에 잔류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미국은 처음에 한미연합사등이 잔류한다고 해도 10만평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요구 부지면적을 28만평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17만평으로 맞섰던 한국 정부는 최대 22만평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타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계속 28만평을 요구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용산의 미군 잔류기지 면적은 애초 한국이 얘기했던 17만평보다 훨씬 줄어들게 됐다.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큰 문제다. 애초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이 다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난 1988년 노태우 정권이 먼저 미군기지 이전을 요구했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대신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 군소기지가 동두천과 의정부에 통합되는 것은 미군 자체의 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미군이 비용을 부담했다.

그런데 오산, 평택에 용산 미군들뿐 아니라 2006년이후 한강 이북의 미 2사단까지 옮겨오게 된다면 한국 정부가 오산,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 비용을 전액 부담할 필요가 없다.

용산 미8군기지 입구
용산 미8군기지 입구 ⓒ 마이너
보수·진보 모두 비판할 듯

그러나 이번 타결안은 보수·진보 양쪽에서 강력한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최병렬 대표 등은 한국 정부가 한미연합사와 유엔사가 현 위치에 존속할 수 있도록 미국 쪽과 협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이는 국민들의 안보불안 해소하고 북한의 오판을 막고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도 비판 목소리도 크다.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평화군축팀장은 "본질적으로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의 신군사 전략에 따른 미군의 재배치다. 한국이 기지이전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구나 주한미군이 동북아기동군으로 변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된다"며 "현재 한미군사동맹 관계상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하위체계에 종속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 문제가 가장 크다. 미군의 동북아기동군으로의 변화는 오는 2020년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능가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과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러시아를 겨낭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지상군, 일본-해군, 미군-공군으로 역할 분담을 한 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동북아 군사동맹을 만들려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 자위대의 해외출동을 가능케한 '유사법제'의 통과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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