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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사회 생활 5년차인 인문 대학 졸업생입니다. 전공은 영어영문학이고 93년도에 입학해 98년도에 졸업했습니다. 제가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에게'라고 쓰지 않은 까닭은 인문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전공학과의 구분이 진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또 인문학의 범주 아래 대부분의 학문들이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경험을 놓고 보면, 저 또한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초보 운전자에 가깝지만, 초보의 마음은 초보가 안다고 이제 막 사회를 느끼기 시작한 선배 처지에서 드리는 이 글이 인문대학 학생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글인 탓에 필요 없을 부분을 제가 미리 추려내지 못했으니 주제 넘게 쓴 부분이 있다면 여러분께서 덜어내면서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왜 인문 대학에 진학했나요? 인문대학 학생들이라면 문학이나 역사나 철학을 대하는 태도가 타 단과대학 학생들보다는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고 법대나 경영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점수가 모자라서 그랬다구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과를 하시거나 재수를 하는 방법이 있고, 만일 여러분이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속는 셈치고 인문대학에 푹 빠져보는 길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결론부터 말하면, 여러분은 정말 매력적인 분야를 선택하신 분들입니다.

여러분의 철학을 만들고 평생 가꾸세요

거창하지요? 하지만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크게 와 닿는지 모릅니다. 업무 시간에 치이고 원치 않는 술자리나 무의미해 보이는 많은 일들을 하면서 시간은 잘도 갑니다. 어느 순간 정말 내가 기계 부속품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머리와 가슴이 텅 빈 건조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거창하게 철학이라고 얘기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태도를 갖자는 얘기입니다. 철학개론을 읽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나면 내 나름의 철학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물론 철학책을 읽는 것이 기본적으로 도움은 되지만 절대로 어떤 책들을 통달하고 나서 삶의 철학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여러분이 읽고 느꼈던 세상으로 족합니다.

앞으로 꿈꾸는 세상, 나의 가치관, 이 두 가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게 힘들다면 여러분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대신 사람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겠지요?

'강해지려면 강한 척 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의 철학으로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깨부숴 보세요. 내가 아주 나약한 존재임을 곧 깨닫겠지만 끝까지 강한 척하고 깨지면서 더욱 단련시키세요. 이런 담금질이 없다면 당신의 칼은 늘 장식용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이라크 파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어떤 이유로 하지 말아야 하나. 여러분의 관점을 가지세요. 나중에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고 느끼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당신은 진보한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틀려도 있는 편이 학창시절을 가치 있게 건너는 데 도움을 줍니다.

"수사적인 말들을 사용하지 말 것. 아니면 훌륭하게 사용할 것"

에즈라 파운드가 이렇게 말했지요. 일단 사용해 보자구요. 훌륭하진 않더라도 멋지게만 쓰면 절반 이상은 성공 아닙니까.

맥락이 중요하다

문학 작품을 읽고 역사책을 읽고 철학책을 읽고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으며 가장 도움이 되는 독서 방법은 맥락을 찾으면서 보는 방법입니다. 인문대학 4년 동안 맥락을 다루는 법에 모든 시간을 보내도 충분히 보람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늘 맥락이 중요합니다. 일상의 맥락은 물론이고, 머리와 꼬리를 모두 떼버리고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왜곡 기사와 칼럼에 분노할 수 있어야 합니다. <25시>에서 요한 모리츠가 징발되기 전날의 심리를 읽으며 앞뒤의 문맥과 정황을 그려보세요. 그러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 알게 되지요.

우리가 훌륭한 고전이라고 말하는 대부분 작품들은 맥락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런 작품들과 만나야 합니다. 문학작품이든 영화든 다 보고 나서 남는 게 줄거리뿐이라면 시간 낭비한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하더라도 여러분과 궁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부활>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훌륭한 작품이라고 칭송하는 작품이지만, 3일 동안 오직 인내심으로 졸음을 견디며 읽고 있다면 당장 창 밖으로 던져 버리세요. 대신 여러분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찾아 만나세요. 재미있는 것은 여러분이 궁합이 맞는 여러 작품들을 만나고 작품과 대화하는 방법을 깨닫고 나면 <부활>과 같은 작품도 여러분에게 갑자기 수많은 질문들을 해온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주된 테마 가운데는 '은폐된 진실과 위장된 허구', '가상과 실재의 모호한 경계',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해석'등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모두 맥락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어요. 무엇이 진실인지 탐색하고 진리에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많은 작품(소설·영화 등등)들과 만나세요.

읽으면서 고민하라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온종일 먹지도 않고 밤새도록 자지도 않고 생각하고 고민만 해봤는데 다 소용 없더라. 배우는 것만 같은 게 없더라.'

무슨 말일까요. 자취방에 틀어박혀 폐인들처럼 밤새며 술이나 마시면서 인생을 고민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혼자 조용히 명상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요. 하지만 늘 작품(책·영화 등)이나 작품같은 사람과 대화하면서 인생에 대해 고민하시기를 바랍니다. 대학 4년, 금방 갑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지요? 폐인 같은 생활도 길지 않다면야 해볼 만 하죠. 할 건 다해보고 후배들에겐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은 선배의 영원한 딜레마임을 압니다.

인문대학 시절은 세상과 연애하는 시기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연극배우, 좋아하는 웹사이트, 좋아하는 풍경, 좋아하는 외국 음식, 좋아하는 나무, 좋아하는 시 구절, 좋아하는 문체, 좋아하는 정치인, 좋아하는 노을 색,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좋아하는 우리말 꽃이름… 등등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많이 가지세요.

'다다익선'이란 말은 이럴 때 필요한 거죠. 앞에서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맥락에 대한 얘기를 했지요? 이 부분과 모두 통하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들은 여러분의 가치관이며 철학에서 나오고 맥락을 파악하는 데 여러분의 잣대가 되기도 하지요.

단!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어도 되지만, 이유 없이 뭔가를 싫어하진 마세요. 인문대학 시절은 세상과 연애하는 시기입니다. 사회로 진출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이제 세상과 약혼하거나 결혼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요. 적어도 연애 기간에는 마음껏 사랑하고 좋아하도록 합시다. 시인들이 그랬잖아요.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라고.

횡적인 인간 관계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종적인(연배에 따른 구분인데 편의상 사용할게요.) 인간 관계에도 많은 애정을 쏟아 봅시다. 아주 높은 학번 선배나 교수님이나 동호회의 최고참 선배나 아직 고등학생인 후배들과 자주 대화할 기회를 가지세요. 평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이들에게 애정을 쏟아 보세요.

<성공시대>와 <인간시대>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지치지 않고 평생 즐겁고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일을 꿈 꿔보고 이 목적지에 가기 위한 삶의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이미 졸업하셨다구요? 다행입니다. 하지만 제겐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가장 큰 고민거리였거든요. 야망과 꿈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야망은 타인을 희생시켜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꿈은 나를 희생해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시대'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전 이 프로그램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물론 성공의 의미가 개인마다 모두 다르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부와 명예를 위해 가족과 친구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이들이더군요. 야망보다는 꿈을 키우는 인문학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공시대'보다는 '인간시대'에 나올 만한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전공 학과 공부는 성공시대와 인간시대 모두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일이관지'(하나로 꿰뚫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좌우명이기도 한데요, 모든 학문에는 공통의 원리가 있다고 합니다. 영문학 텍스트를 열심히 읽고,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여 소신껏 자기 의견을 첨부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직장 생활을 할 때 기획안도 아주 잘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자기소개서도 멋지게 쓸 수 있지요.

믿으세요. 진짜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강의를 수강하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어떤 능력을 팔면서 먹고 살게 됩니다. 인문대생들은 어학능력이나 영업력(가장 인간적인)이나 기획력이나 글쓰기 능력 등을 주로 팔게 되지요. 한가지를 꿰뚫은 이들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선배들을 보면 증명이 되지요.

'대기업에 취직하겠다'같은 바보 같은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늘 직종 선택이 업종 선택에 선행해야 하며, 꿈이 항상 제일 앞에 있어야 합니다. 회사 선택은 이런 목표들이 세워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진로는 뜻하지 않게 여러 번 바뀌게 됩니다. 불가피하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야만 할 때도 많습니다. 그 때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입니다. 회사에서 '짤렸다'고 삶과 희망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당신의 하루가 당신의 이력서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이력서이고 자기소개서입니다.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창업하실 분이 아니라면 주점 서빙은 당장 그만두시고 여러분이 일하고 싶은 쪽과 최대한 유사한 분야의 경험을 하고,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경우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하세요.

방송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방송국을 찾아가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세요. 대학생이 좋은 게 뭡니까. 무작정 부딪쳐 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요. 운이 좋아서 전문적인 일의 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복사나 자료 정리 같은 일도 괜찮습니다. 방송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은 인문대생이라면 최소한 주점 서빙보다는 앞으로의 경력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력 관리 하셔야죠.

매일 매일 여러분의 이력서를 새로 써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그건 사실 좀 무리일 것 같고 최소한 보름에 한번 정도는 내 이력서를 다시 한번 갱신(업그레이드를 위한 업데이트)해 봅시다. 이력서는 두 종류를 준비해 보죠. 현재의 이력서와 1년 후의 이력서. 현재의 이력서는 말 그대로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내 경력을 사실 그대로 담는 것이고, 1년 후의 이력서는 내가 1년 후에 되고 싶은 모습을 담습니다. 이 방법 꽤 효과 있습니다.

최대의 고민거리, 자기소개서

기업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신입사원 채용입니다. 경력 사원의 경우 지난 경력이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어렵지 않게 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입 사원의 경우 직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능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서서 대학생활에도 경력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러분이 기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학보사 기자를 경험해야 하고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 시민 기자 활동을 하세요. 통신업체에서 일하고 싶다면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은 경력이 됩니다. 환경 운동을 하고 싶다면 환경 관련 시민 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세요. 관련 분야의 인터넷 동호회가 있다면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운영진이 되세요. 필요한 경우 여러분이 새로운 동호회를 만드셔도 되구요. 이제 이력서 작성이 끝났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시간이군요.

얼마전 뉴스에서 봤는데,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신입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는 데 1명의 지원자당 약 15초의 시간을 쓴다고 하더군요. 수백수천 장의 이력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15초! 이 짧은 시간에 여러분의 자기소개서가 휴지통으로 가거나 별도 파일함으로 가는 것이 결정 나는 거죠.

평균 시간을 줄여주는 데 일조하는 자기소개서 유형이 있습니다.

'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님의 철저한 가정 교육 하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5초 만에 휴지통입니다. 여러분이 왜 이 회사를 지원했고 여러분이 왜 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지 설명하기에도 지면은 아주 부족합니다. 그리고 채용 담당자는 여러분의 10대 시절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부분부터 간결하게 그리고 소신껏 자기소개서를 쓰세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분야에 부합하는 인재인지 이를 위해서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는지(주점 아르바이트 그만 두고 했던 경험 쓰세요), 내 장기적인 삶의 목표와 단기적 목표는 각각 무엇인지 어떻게 기여하고 싶고 어떤 직장을 꿈꾸는지.

면접 잘 보는 법

면접을 잘 보려면 우선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요. 중요한 것은 면접이 여러분을 '심문'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면접은 일방적인 게 아닙니다. 여러분도 회사를 면접하는 겁니다. 내가 만일 어떤 회사에 지원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면접 전에 그 회사를 직접 찾아가서 직원들과 만나 대화 해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지원하려고 하는 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가장 좋고 그게 부담스러우면 커피를 마시러 나오거나 담배를 피러 나오는 직원들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안녕하세요. 이 회사 입사 희망자인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확신컨대 95% 이상 친절하게 대답해 줍니다. 만일 직원들이 한결 같이 불친절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조용히 뒤돌아 나오세요. 이런 회사는 안가는 게 낫습니다. 미리 면접 봤다고 생각하세요.

자, 친절한 회사 선배들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를 하면서 회사 분위기를 일단 경험했습니다. 좋은 느낌도 받았을테고, 뭔가 아쉽거나 좋지 않은 느낌도 받았을 것입니다. 이 느낌들을 간략히 정리하여 실제 면접에서 말씀하세요.

면접관들이 아주 난처한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대개는 이런 위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이 순발력을 발휘하여 잘 대답하면 최상이구요. 제가 차선을 알려 드릴게요. 어려운 질문을 했을 때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면 탈락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가 얼마 전 회사 선배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하고 일단 운을 띄우세요. 최소한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하게 식은 땀만 흘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리고 말을 이어가세요. 어떤 얘기를 했고 느낌이 어땠는지 그리고 질문과 유사한 점을 찾아가세요. 사실 이야기가 술술 풀리면 난처한 질문을 했던 면접관도 질문과 상관없이 지원자를 다시 보게 되지요. 면접 당일이 돼서야 그 회사를 처음 찾는다면 여러분은 참으로 무모한 지원자입니다.

끝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0대는 무조건적인 배움의 시기다.'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인생은 1백미터 경주가 아닙니다. 저도 이제 갓 서른을 넘었고 여전히 배움의 과정에 있지만, 20대에, 대학시절에 했어야 할 일들을 게을러서 지금 하고 있는 듯합니다. 식물도감을 열심히 본다고 꽃이름이 기억되진 않더군요. 실제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봐야 비로소 알게 되고 기억된다는 것을 들과 산에 가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시절엔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직장인이 되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집니다. 직장인이 되면 쉽게 하지 못할 일들을 대학 시절에 한가지라도 더 해보세요. 여러분이 어떤 중요한 판단의 갈림길에 설 때, 인문대학생이라면 이왕이면 '극적이고', '소설 같은' 쪽을 선택하는 게 멋있지 않을까요.

저는 지난 4년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최근에 직장 생활을 접고 독립하여 생계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자 했던 일에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즐겁습니다.

<월든>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루비아 같은 화초를 가꾸듯 가난을 가꾸어라'

당분간 꽃을 가꾸듯 가난을 가꾸렵니다. 힘들 때마다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인문대학 4년의 시간이 키워준 세상에 대한 애정이었고, 진실과 진리에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 그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 덕이었습니다. 후배 여러분, 세상과 진실을 사랑하시는 인문학도가 되십시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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