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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중앙일보는 정말 '조중동'이라는 한묶음 호칭이 불편한가?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어느 정도로 다른가? 최근 일각에서 '조중동' 용어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후반부이다.

- 신문협회장으로서 신문의 위기를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다. 본질적인 면에서 한국 종이신문의 위기는 어디서 기인했다고 보는가?
"뉴미디어의 등장과 젊은 독자의 이탈 등으로 이미 세계의 종이신문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신문의 위기는 독자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상실한 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방송이 신문을 공격하는 문제도 있고, 신문과 신문이 이념을 갖고 서로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지방신문의 위기도 한국신문 위기의 심각한 축이 아닌가 싶다."



- 세계적으로 종이신문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신문산업, 특히 종이신문 산업의 전체적인 몫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영을 잘하고 신문을 잘 만드는 회사도 반드시 내려가느냐는 두 번째 문제이지만, 종이신문 자체가 비중이 줄어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문이 미디어로서의 권위나 영향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간은 예상외로 길지 않을까 본다."

- 그것은 저널리즘 차원의 문제이고,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종이신문의 살길은 무엇인가.
"신문을 주축으로 하는 언론기업은 '원소스 멀티유즈'가 방안이 될 것이다. 신문이 정보를 수집해서 어떻게 가공해서 쓰느냐, 즉 인터넷에도 내고 또 다른 정보와 합쳐서 방송의 형태로도 할 수 있고...그같은 방향에서 활로를 열심히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종이에다 담아서 내는 신문산업은 파이(시장)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

- 위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시원치 않아 보인다. 그건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웃음) 단위 회사로나 업계 전체로나 연구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가 있다. 8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언론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머독이 '10년 후 신문이 엄청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봤는데 들어맞지 않았다. 또 빌게이츠도 90년대 하반기에 '신문이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맞지 않았다. 미래를 예견하는 조사업체인 포레스트 리서치의 회장도 IT가 최고 피크에 올라 있고 신문이 가장 불행했던 2000년초에 '2030년에 종이신문이 1/3로 줄어들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렇게까지 되겠는가 싶다."

- 그래도 큰 틀에서 '흐름'은 맞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수치의 차이는 컸다."

- 지역신문의 고사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방안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신문협회장으로서 어떤 입장인가.
"지난 3월 신문협회장이 되고 나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지방신문사를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하는 방안이다. 신문협회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연구사업을 통해 중지를 모아나가는 게 있는데, 내년부터는 신문협회 행사로 '신문주간'을 다시 살리려고 한다. 지방신문 활성화와 연계해서 신문주간 행사를 해마다 돌아가면서 지방에서 열고 대대적인 신문교육활용(NIE)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세계신문협회장으로서 외국 사례를 보면서 지방신문 문제에 착안하게 됐다.

영국은 신문 타이틀(제호)이 600개나 된다. 우리는 인구가 4500만명이고 영국은 6500만명인데 우리는 신문 제호가 100개이다. 그러니까 더 생길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인구 3000명만 있어도 신문 1개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붕어빵식 신문제작'으로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나 지방의 조그만 신문이나 1면이 모두 똑같다.

지난 9월에 핀란드에 갔다 왔는데 450만명이 사는 나라가 100개 신문을 발행해 우리와 같았다. 그런데 신문들이 다 이익을 남기고 있다. 신문왕국인 노르웨이도 작은 신문들이 사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도 잘되고 종이신문도 건재하더라. 신문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거기 가서 보면 의문이 든다. 그래서 우리가 왜 못하느냐 하는 점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종이신문이 사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지방신문을 육성하는데, 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언론이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 지원받는 것은 언론자유와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3000명, 3만명, 10만명 이런 중소도시에서 신문이 살아남는 이유 중 하나가 훌륭한 기자와 언론이 지역사회로 돌아가서 신문을 만드는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훌륭한 언론인들이 다 수도권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도 큰 문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근 <시사저널>의 전문가 그룹 상대 영향력 조사와 ABC협회 부수공사 등에서 동아일보가 중앙일보보다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ABC협회 부수공사는 유료1에서 6000부 진 것으로 돼있고 유료2를 합치면 아직도 5만5000부 앞선다. 그래도 하나의 잣대로 볼 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의 질이다. 광고주들의 실제 광고집행 상황을 보면 확실히 '조-중-동' 순이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우리 신문사로서 기분이 썩 좋을 것은 없지만 그렇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 올해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 이맘 때에도 또 발표가 날 터인데 올해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란 걸 120% 자신한다.

94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시사저널>의 언론영향력 조사에서 동아일보를 한번도 앞서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동아일보는 80년 된 신문이고 역시 브랜드라는 게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이번에 오랜만에 수치를 봤더니 거의 근접해 있었다.

또 <시사저널>이 사회지도층 인사 900여명을 조사한 것 같은데 그중 103명의 언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문이 중앙일보로 나왔다. 소위 '선수'들이 인정하는 신문으로 1등을 했다는 게 뿌듯하다.

중앙일보가 동아, 조선과의 관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평가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서두르고 부수확장 위주의 과거와 같은 방식의 경쟁을 하는데서 탈피하려고 한다. 그게 일류신문이 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 회장께서는 지난해 수 차례 '경품금지'를 주장했는데 일선 중앙일보 지국에서는 아직도 자전거 경품공세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전거경품을 100% 근절할 용의는 없는가.
"내가 알고 있기로 중앙일보 지국에서는 자전거 경품제공을 하지 않는다. 그런 보고를 못 받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에 실린 다른 신문사의 자전거 경품 사진을 보고서 혹시 중앙일보 지국도 어디서 그럴런지 모르겠다는 걱정과 함께 '아직도 있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중앙일보는 판매의 혁신적인 구조개선을 연구해왔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하면 (신문산업이)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신문의 경영환경은 판매구조에서 과학화, 선진화를 해서 절감하지 않으면 대부분 신문사는 살기 힘들다. 1·2등은 그런대로 살겠지만, 나머지는 그야말로 다른 데서 큰 돈을 번 사람이 신문에 투자하지 않는 한 생존이 불가능하다."

- 일선 지국장들은 '조중동' 3사 대표만 자전거 경품근절을 합의해도 큰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안해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게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합의처럼 깨지기 위한 합의와 같더라."

- 올초 일간스포츠와의 전격적인 제휴가 화제가 됐다. 내년쯤 중앙일보의 일간스포츠 인수 또는 합병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인가?
"전혀 근거없는 얘기이다. 장중호 사장 쪽에서 지배주주로서 건재하고 있고 지분 참여할 때 절대로 밖에서 매집하거나 소위 '적대적인 M&A'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권을 갖느냐 않느냐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일간스포츠와) 컨텐츠 제휴를 통해 상당히 재미도 보고 있고, 또 일간스포츠는 나름대로 경영위기에서 탈출해 시너지 효과를 본 듯하다."

- '신문-방송 겸업' 허용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80년대초 TBC(구 동양방송) 분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시 중앙매스컴의 영향력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신문-방송 겸업금지 장치는 제도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겸업금지가 풀리더라도 한 회사가 여론을 독점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금지조항은 세계주의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고, 또 앞으로 시장 자체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 만약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기존 방송(케이블 포함)을 인수할 용의가 있는가.
"제도적 여건이 변할 경우, 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언론매체로서 중앙일보가 사회에 더 잘 봉사하기 위해 산업믹스(융합)나 매체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야 될 것이다. 건전한 언론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인수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요새 같은 세상에 꼭 혼자 (인수)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마친 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왼쪽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왼쪽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2003년 이 시대 한국언론의 역할과 기자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문 발행인을 한지 10년째이나 기자생활부터 쭉 올라온 발행인도 아니어서 그런 주제를 답하기가 다소 외람되긴 하다. 그러나 언론이란 현재든 과거든 서구언론이든 '권력에 대한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권력, 노동권력, 문화권력 등 최근에 언론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권력이 자기 위치에서 분수에 맞지않는 과도한 행동을 하고 올바르지 않게 간다고 할 때 언론은 마땅히 감시를 해야 한다.

또 현재 한국사회가 많이 갈라져 있다. 2년여 전부터 '통합자'로서 언론의 역할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는데 중앙일보가 차별화를 보인 점 가운데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지역문제, 이념문제, 남북문제 등에 대해 언론이 통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의 주역은 역시 기자들인데 전문성, 철학과 글쓰기, 현장확인 등 기본기를 잘 갖추는게 이 시대에도 기자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 인터넷매체에도 이해와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오마이뉴스>의 부족한 점을 냉정하게 지적해달라.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이어령 선생(전 문화부장관)이 그 세대치고는 인터넷 활용이 최고수준이다. 그분을 통해서 배운 것이지만 오마이뉴스가 가지고 있는 인터넷매체의 특·장점, 기술적인 활용은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최근 창간된 보수-중도 쪽 인터넷신문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 '오마이뉴스 현상'까지 일어난 것은 바로 이런 토대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보도 등 기초에 충실한 작업을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쪽의 이념과 주의를 주장해도 상관없겠지만 상대방을 비판할 때 적어도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도 스스로가 비판하는 기성언론이 가진 약점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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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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