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남북관계의 공전에 대해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들기도 하고, 미국 정부의 강경노선을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책임질 부분은 없는지? 더 나아가 통일지향적, 건설적으로 북한체제에 쓴소리를 할 방법은 없습니까?

"북한쪽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느 정권이든 자기들 무너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뭔가 하려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 북한은 사회주의 세력권이 다 무너지는 상황에서 저 정도 유지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예요.

북한이 중국처럼 개방하면 무너지죠. 아무리 개방해도 중국은 대만에게 먹힐 염려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중국처럼 하면 남한에게 먹힙니다. 남한 자본주의 체제처럼 해버리면 북한은 무너져버리죠. 북한이 잘못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지적해줘야지... 남쪽 입장에서 설득하려고 하면 설득력이 없는 겁니다."

- 유엔 인권위원회가 북한정부에 인권개선 촉구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인권문제를 매개로 한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도 대단합니다.

"물론 나는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인권 이전에 생존권의 문제가 있습니다. 생존권 문제가 어느 정도 확보된 후 인권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인권은 생존권보다는 여유가 있는 개념이죠. 생존해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잖아요?"

-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압박은 서구적 잣대를 적용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한 인권을 얘기하려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시킨 다음에야 '이렇게 해줬는데도 왜 아직 인권이 이 정도냐'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 과거 우리나라도 개발독재를 하면서 노동자들 권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을 때 "경제가 성장해야 노동자들의 인권도 있다"는 논리를 설파했단 말이예요. 북한도 남한의 역대 군사정권들과 같은 논리로 인권문제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닌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정희 정권이 들어설 때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도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되면 1000달러, 10000만달러가 되면 10000달러만큼의 인권이 따라가줘야죠. 그런데, 정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00달러가 되었는데도 400∼500달러 수준의 인권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북한도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규탄받아야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제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졌을까요?"

- 가보지 않아서 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렵지 않을까요? 총장님은 몇 차례 북한을 다녀오셨는데, 평양 이외 지역의 상황은 잘 모르십니까?

"그들이 너무 창피스러워 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저는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렵니다. 하지만, 저도 지난 2월말에 개성과 사리원, 신천 등 몇 군데를 둘러봤지만, 대단히 어렵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평양과는 물론 차이가 나죠."

-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백범 김구처럼 분단을 극복하려고 했던 민족지도자의 반열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북송금 논란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 대통령의 업적을 훼손시키지 않을까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나는 훼손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백범 김구는 남북협상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리고, 암살당했어요. 김 대통령은 남북화해를 이루기 위해 대북 송금을 했는데, 그것은 북을 어떻든 도와주려고 한 겁니다. 우리가 러시아와 수교하면서 30억달러의 차관을 줬는데, 지금 그걸 제대로 받았나요? 북한에 5억달러를 보내줬는데, 국민들이 참 가혹하다는 느낌입니다."

- 역사를 가정한다는 게 참 힘든 문제이지만, 김 대통령이 정상회담하기 전에 국민들에게 '대북송금'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정상회담이 무산될 정도로 어려워졌을까요?

"그 당시 여소야대 국회였다는 게 국민에게 공개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아마 여대야소였으면 공개하고 국회 동의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 방미, 방일을 통해 드러난 노무현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실용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남북문제, 민족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중에서 그래도 민족문제에 대한 철학이 있는 사람은 김대중씨였다고 봅니다. 문제는 노 대통령도 그런 철학이 있느냐는 것인데, 아직 모르겠어요."

- 지금 노무현 정부가 인기가 없다,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지나온 궤적을 어떻게 보셨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사실 노무현 정부가 준비된 정부가 아니었어요.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한 사람도 아니고, 참모들도 정치인보다는 민주화운동가 중심이죠. YS와 DJ는 수십 년간 정치를 했고, 대통령은 국회의원 한두번 했고, 해양수산부장관 한 번 한 것밖에 없잖아요? 사실 작년만 해도 노무현씨가 대통령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권을 잡았으니 일정한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언론도 예전에는 밀월관계를 설정해줬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매너가 없어요. 처음부터 언론들이 흔드는데, 이런 상황은 곤란합니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사이에는 어려운 함수가 있는데, 정권 출범한 지 이제 3∼4개월밖에 안된 상황에서 '김대중만 못하다' '북핵 해결 못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무리 아닌가? 여유를 준 후 잘못하면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죠. 준비기간도 주지 않고, 책임부터 묻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급한 성격이지만, 좀 너무하다고 봐요. 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국민 지지가) 회복되리라고 봅니다."

- 지금 일부 언론에서 이렇게 '문제 많다'고 융단폭격을 해대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왜 지금 시기에 그가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됐을까요?

"그것은 상대방을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 김영삼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으로 오는 것은 민주주의적 발전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한나라당은 김영삼 세력도 일부 들어가 있지만, 그들은 소수이고... 대부분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아래에 있었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이 돌아가면 YS-DJ 시대를 거슬러서 전두환-노태우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을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 그렇다면 노 대통령 말고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는 얘기도 되네요?

"그런 면도 있지만, 노무현씨 말고 후보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없었잖아요? 노무현씨가 한나라당 대항마가 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는 다들 알기 때문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분단 극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민주화와 통일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당위입니다. 모든 지식인, 특히 언론인은 두 문제에 잣대가 맞춰져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는 언론이라면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겁니다."

- 얼마 전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 칼럼을 보니 "(미국에서) 요즘엔 텍사스 목장으로 초대받아야 진짜 국빈 대접을 받는 것이라는 점은 상식이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외교의 정석"이라는 식의 통념 때문에 노 대통령이 '굴욕외교' 논란에도 휩싸인 게 아닌가?

"지금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의 환대를 받는다는 게 세계사적으로 좋은 일인지 생각해보세요. 지금 부시는 세계사적으로 침략주의, 패권주의자의 화신이예요. 그런 부시의 환대를 받아야 좋은 대통령이라는 것입니까?"

- "힘이 있는 쪽에 붙어야 얻을 게 있다"는 의견 같습니다.

"그것은 역사적인 관점이 아닙니다. 권력이라도 올바른 권력이어야 합니다."

- 제가 오늘 오전 KBS 프로그램 개편 설명회에 다녀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4년 이상 방영된 역사스페셜을 폐지하고 우리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되는 민감한 현대사를 왜 다루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습니다.

"역사스페셜은 가끔 봤어요. 그런 걸 문제삼으면 아무도 현대사를 못 다루죠. 아까도 얘기했지만, 역사를 해석하는 잣대가 있잖아요? 역사가 나아가는 방향(민주화와 통일)에 맞춰 현대사를 해석하면 못할 게 뭡니까? 반(反)역사적 프로그램을 만들지나 않을지... 프로그램 평가는 만드는 프로듀서의 역사의식에 달린 것 같아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