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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광주지역 일간지들은 일제히 '호남소외론'을 제기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광주지역 일간지들은 일제히 '호남소외론'을 제기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 같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호남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며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이 정쟁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역 일간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호남소외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지난 1일 있었던 검찰·행자부 인사와 해양수산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광주타임스>는 2일 '참여정부, 광양항 개발 말뿐'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행양부가 당초 작성한 14쪽 짜리 업무보고서에 광양항이란 단어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광양항은 2년전 시작된 사업만 언급하고 부산항은 내년 예산 5천864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호남소외론'을 기획특집으로 다룬 <무등일보>는 '신호남 푸대접론 나돈다'는 기사에서 "이창동 장관은 '정부차원의 문화수도 육성계획은 없다"고 밝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광주 문화수도 육성에 찬물일 끼얹었다는 것"이라고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가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참여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겨 호남지역의 낙후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경제적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실정을 감안할 때,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광양항 관련보고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어서 따로 보고할 사항이 아니었으며, 부산신항 개발은 새로운 사업으로 보고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논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호남소외론'의 핵심적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호남인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단행된 행자부의 1·2급 인사, 인사대상자 20명 중 영남지역이 1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충청지역과 경기지역이 각각 4명씩이 포함됐다. 이에 반해 전북출신만 1명 승진했을 뿐 광주전남지역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호남신문> 정태열 주필은 4일자 '호남, 호남인이여' 제하의 칼럼에서 "사상 유례 없는 `호남홀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자로 사표가 수리된 1급 사퇴자의 절반을 이 지역 출신이 차지했다"며 " '인재의 싹'을 말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주필은 " '광주의 선택'은 잘못됐다"며 "남 좋은 일만 하는 '바보광주'가 더 이상 돼서는 안된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국정홍보처장의 편집국장단 모임 '거부'
10일 이후 보도 양상에 차이


이 같은 '호남소외론' 보도가 연이어 지면서, 광주지역 국회의원 6명은 모임을 갖고 고건 총리에게 '항의성 질의서'를 보내는 등 정치문제화 시켰다. 이런 움직임에 행정자치부는 1급·2급 인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에서 거론되는 지역편중 현상을 조사,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고 없다면 해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11일에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각각 보길도와 광주·나주 등을 방문했다. 물론 이들은 "호남소외론과는 관련없다"고 말했지만 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뤄진 방문이어서 지역 언론들은 '지역 여론 무마'를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은 11일 지역언론의 편집(보도)국장단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편집국장단이 이를 거부해 모임이 무산됐다.

한편 김 장관은 11일 광주MBC <진단21>토론회에서 "행자부 고위직급 인사에서 호남출신이 배제된 것에 대해 오해할 수 있겠으나 결코 호남을 소외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아직 인사국장, 감사관 등 주요 보직 인사가 남았고 이 지역 출신이 배치될 가능성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선정적 표현으로 지역주의 부추겨"

최근 광주지역 일간지들의 '호남소외론' 보도에 대해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장 박동명, 이하 민언련)은 "걸핏하면 호남 홀대 부추겨 지역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민언련 모니터분과는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최근 노무현 정부의 인사 및 지역정책을 두고 신호남 홀대론을 들먹이며 역차별이 걱정된다는 논리를 너나없이 펴고 있다"면서 " '씨말리기'나 '호남소외 망령' 등 지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표현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사 차별의 근거로 인사의 기준과 능력 등 인사행정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는 출신지역을 따지면 지역적 안배만을 강조하는 섣부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언론들이 호남 소외론을 제기하면서, 행자부와 검찰의 인사과정에서 잘못된 제도 등을 분석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 다만 지역안배가 안됐다는 보도만 있을 뿐이었다.

특히 민언련은 "과거 98년 국민의 정부 당시 이 지역 신문들이 '공직자 인사와 경제개발정책에서 호남이 역차별 또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논조를 보여 호남차별을 항변하였다"며 " '호남호황설' 유언비어에 지나치게 과잉의제로 대응하는 등 지역의 여론 강도를 지역언론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지역감정을 부풀리는 기능을 했던 것을 다시금 상기해 봐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 강성관
2일부터 시작된 광주지역 일간지들의 '호남소외론' 보도는 이제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도하며 "차별시정 약속 지켜보자"는 양상을 보이면서도 "호남민심을 왜곡하거나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전남일보>와 <무등일보>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편중인사 시정 약속을 지켜보자'는 논지를 펼쳤다.

이와 함께 <전남일보>는 "대통령 인사보좌관과 민주당 신주류 일각, 행자부에서는 '일부 정치인과 기득권층의 반발일 뿐 기층 서민들의 정서에는 변함이 없다'고 왜곡하거나 궁색한 변명만 왔다"면서 "인사권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쉬운 적재적소 원칙만 내세워 요직에 영남사람만 편중등용하면 국민대통합은 더욱 더 멀어진다"고 훈수를 뒀다.

<광주타임스>는 12일자 '호남민심 해석 제멋대로?'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신기남 의원을 겨냥해 "지역소외론, 기득권 세력 과대포장으로 내몰아"라고 보도했다.

반면 <광주일보>는 12일 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 간의 '호남소외론'에 대한 해석차이와 한나라당의 가세에 대해 "지역민들은 정치권 전체가 국책사업과 인사에서의 호남소외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광주매일>은 12일 사설에서 여타의 언론과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광주매일>은 사설 '신호남 소외론의 논란'에서 "진정한 호남소외는 인사로부터 소외가 아니라 경제로부터 차별과 소외다"면서 "주요한 정책과 예산편성, 시책에서 소외가 분명하다면 모르지만 호남소외론을 들어 몇몇 고위직 인사의 인사 청탁을 하는 것 같아 불썽사납다"고 주장했다.

광주 중심가인 충장로 1가를 오가는 광주시민들. 이들의 마음이 정말 '소외론' 으로 '요동'치고 있을까?
광주 중심가인 충장로 1가를 오가는 광주시민들. 이들의 마음이 정말 '소외론' 으로 '요동'치고 있을까?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어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 여론이랄지, 지역민심이란 말을 사용하려면 진짜 지역 민심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진짜 지역민심은 지난 국민의 정부 때도 지역경제의 차별이 해소되지 못했고 이 정부 들어서도 해소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고 인사보다는 국책사업에 무게를 뒀다.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정찬영(조선이공대) 교수는 "지역민들도 최소한 이런 '정서적'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구태 정치인들이 있다는 사실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대학강사)씨는 "엄밀히 호남출신 서울사람이 홀대받는 지는 몰라도 호남이 푸대접 받고 있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사권자의 인사기준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않고 푸대접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며 "현재로서는 푸대접론은 호남지역 기득권층의 주장 일 뿐이다"고 힐난했다.

반면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호남소외론은 호남민중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역 인사의 발탁인사가 지금까지 없었던 점이야말로 '호남인사 소외론'의 본질이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인사소외는 호남 출향인으로 정치지향적인 일부 고위직 관리들에게 초점이 맞춰졌을 뿐, 지역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담아낼 수 있는 지역에 천착해 살아온 '지역 인사'의 발탁인사가 부족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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