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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투표라는 최악의 선택을 한 안동대 ‘총장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나흘만의 우편투표 중지를 선언한 가운데, 강행 이후 학내 외에 미칠 파장 우려는 일단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수-직원들간의 의견대립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7명의 총장후보자들, 총장선관위,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서로 눈치를 보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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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안동대 4대 총장 선출문제로 지난 5개월여 동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기상조론’과 ‘대세론’이 상충하는 가운데 대립하고 있는 교수-직원은 어떠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미 두 번의 총장선거 시도가 ‘안동대 총장 선출권 쟁취를 위한 직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회원들에 의해 저지·무산된 바 있으며 이러한 파행은 이해 당사자간의 극적인 타협이 있는 않는 한 일정기간 동안 학내 외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총장선출을 둘러싼 대학가의 파장은 비단 안동대뿐만 아니라 8개의 전국 국·공립대학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올 한해 부산대나 서울시립대 등 총장선거를 앞두고 있는 많은 국·공립대학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직원·학생들은 왜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인가?

현 총장선출 방식은 교수 직선제로 교수들의 손으로 직접 총장을 뽑는 제도이다. 지난 1994년 제정된 안동대 총장선출규정을 보면 선거권은 ‘본교에 재적중인 전입강사 이상의 교원은 선거권이 있다(안동대학교총장선출규정 제3장, 7조)’고 규정돼 있다. 이는 상위법인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 3의 4항 2호(총장선출방법 : 당해 대학교원의 합의된 의사에 따른 선정)’을 바탕으로 제정된 것이다. 또한 1987년 학원의 민주화와 자율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성과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교수와 직원들 권익 신장, 학생활동의 자율성 신장, 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 대학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일정부분 공헌해 왔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는 지난 16년 동안 그 폐단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과열선거 운동으로 인한 과다한 선거 비용 지출과 연구시간의 허비, 소모적 정쟁과 학연·지연에 따른 편가르기, 논공행상에 의한 보직 임명, 총장 지도력 약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현 총장선거방식은 대학 총장이 되고 싶은 교수는 누구나 출마할 수 있어 실제 능력 있고 자질을 인정받는 교수들은 뒤로 밀려나게되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선거운동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총장선거의 향방이 결정되는 실정이다. 이렇듯 검증자체가 되지 않는 가운데 유명무실한 총추위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위와 같은 폐단으로 인해 그 동안 총장직선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제도의 개선·보완이 요구됐다. 그러나 교수사회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요구를 외면하며 오늘의 결과를 낳게된 것이다.

현재 교수들만의 총장선거로 인한 폐해·불합리한 대학운영 등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직원·학생들은 총장선거에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얼마 전 공대위에서는 학교 게시판을 통해 현 총장선거에 구체적인 개선방향과 요구사항을 대학에 건의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총장선거 직선제 폐단 보완을 위한 일정비율 직원, 학생 참여보장 (교수 70%, 직원 20%, 학생 10%) △총장 입후보자 자료공개(인터넷 공개 및 자료요구) -신상 및 프로필, 출마동기 및 선거공약, 비전 등 △공명선거를 위한 구성원의 감시단 활동보장(교수·직원·학생 참여, 공명선거감시단 발족, 후보자부정선거에 따른 사퇴 및 징계권한부여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일정(선관위 회의일정 및 시간, 활동계획 등) 자료요구 △토론회·공청회·후보자 소견발표의 대학구성원 참여보장 △선거윤리강령제정(후보자 일괄서명)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참여보장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지침마련 보장 △교수운영위원회- 공명선거를 위한 성명서 채택 △대학구성원간(교수·학생·직원) 정기적인 만남의 장 마련 △총장선거직원참여를 위한 교수회의 요청

한편 교육부는 작년 말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당해 대학교원의 합의에 의해 총장선거문제를 해결하라’는 사실상 이 문제를 대학자율로 맡겼다.

교육부의 진의(眞意)는?

교육부에서는 매년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그 이유로는 대학개혁이 시급한데도 총장이 교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게 행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수들에게 발목이 잡혀 제대로 개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으로 사립대학의 경우 이미 140여 대학 중 100여 개 대학이 간선제로 돌아갔으며 지난 98년에는 전국 187개 대학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총장들이 총장직선제 폐지 및 개선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교육부의 주장은 쉽게 관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총장직선제 폐지는 대학 민주화 및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총장직선제는 군사독재시절의 엄혹한 정세 속에서 대학민주화를 향한 교수, 학생들의 투쟁의 결과이자 대학자치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성과다”고 말하고 교육부의 총장간선제 추진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밥 그릇싸움?!

지난 9월부터 직원들은 ‘총장선거권쟁취를위한직원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수만의 총장선거를 반대하며 머리띠를 메고 매일 아침 학내 선전활동과 1인시위 그리고 점심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총장선거와 관련된 모든 공식일정을 실력저지 해 나가면서 학내외 언론매체를 통해 여론화를 시켰으며 대학사회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 동안 관료화되고 정체돼 있는 직원사회의 자기반성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학생의 총장선거 참여 문제도 구성원들의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강행해왔으며 과격한 방법으로 진행시켜왔기 때문이다.

매년 대학에서는 직원서비스 평가를 한다고 한들 기존의 관행과 인습으로 인해 변화가 더뎌가고 있으며, 총장선거 학생참여문제도 학생 대표들과 적극적인 대화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끌어간 게 사실이다.

모든 구성원의 합의와 축복 속에서 선출해야

얼마 전 직원게시판을 통해 우리대학 임세권(사학·정교수) 교수는 직원·참여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바 있다. 그는 “교수와 학생이 학교를 움직이는 주체이고 직원은 그 주체들의 보조적인 기능만을 하는 역할로 교수들이 바라보는 것은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행정 없이는 학교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에 비쳐봤을 때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며 “학교는 학생과 교수, 학생과 직원, 교수와 직원 이 세 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하며 총장선출에도 당연히 일정한 지분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

대학의 주체라 하면 누구나 하나같이 ‘학생’이라고 답한다. 그만큼 대학 역할과 기능은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을 반대하기 위해서 연초면 학생회에서는 ‘등록금 투쟁’을 한다. 아니 이제는 양상이 좀 달라져서 ‘등록금 협상’이라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등록금은 매년 대학의 발전을 위한 교육기자재 설비 투자 등의 명분으로 인상된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 투성이다. 대학의 대외 이미지 강화 및 홍보의 일환으로 매년 수억의 돈을 집행하고 있으며 대학발전에 내실을 기하고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양적 팽창과 몸집 부풀리기 등에 사업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것들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의 우선 순위가 잘못 됐다는 것이다. 당장 시급한 강의실 환경 개선, 장학취업과의 취업정책 강화 및 전문인력 확보, 교과과정 개선 등 교육부분에 대한 건설적인 비전을 갖고 바르게 투자되어야 할 것을 간과하고 있다.

우선 순위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

우리 대학의 모든 행정과 운영의 최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총장이며 그 바탕은 교수만으로 구성된 교무회의나 주요 보직교수에 의해 논의된다. 이렇게 폐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로는 학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대학발전에도 역행한다.

대학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이미 우리대학의 위기는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점점 감소하고 있는 신입생 지원,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어 졸업 즉시 실업자로 전락해 버리는 지금의 사회 현실 속에서 대학의 무한경쟁체재와 공교육의 시장화로 대학의 존폐를 따져야할 중요한 시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의 구태의연한 인습과 규정은 과감히 벗어 던지고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교수·직원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학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난 그 첫걸음이 대학운영의 모든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안동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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