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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상선의 2235억원 대북송금건을 놓고 정치권 등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평화유지비'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남북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목사이자 재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웅씨는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에서 이 건은 절차의 정당성, 동기의 순수성, 비밀지원의 결과에 대한 평가 등을 감안할 때 '국가 최고기밀' 영역으로 보호돼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인만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오마이뉴스>는 김씨의 글에 대한 반론성격의 글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정권의 2억 달러 상당에 달하는 대북 비밀현금지원 문제를 놓고 '통치권 차원의 행위에 대한 정치적 해결' 대 '국민적 합의 결여에 대한 추궁 및 진상 수사'로 대립되고 있다.

어느 기준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향후 한반도 위기관리의 근본기조를 정하는 일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와 관련해 새로운 발상과 또한 차원이 다른 자세가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 문제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과 보수계열의 언론만이 아니라,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을 일관해서 옹호해온 <한겨레신문>조차 사설을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논지는, 차기 노무현 정권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장기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비록 과정상 어려움이 있다 해도 의혹해소를 바탕으로 투명성 확보를 함으로써 새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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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의 주장을 반박한다

<더 타임즈>, '뇌물거래'로 표현

여론은 찬반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곧 물러나는 김대중 정권은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워 왔던 남북관계의 역사성에 오점을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즈> 2월 1일자는 이 문제로 김대중 대통령이 진상과 관련한 자세한 석명의 요구와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1월 31일자 영국의 <더 타임즈>는 이 돈을 '평양에 대한 뇌물(bribe to Pyungyang)'이라고까지 표현, 이 사건의 성격을 부패한 거래로 규정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관련한 노벨상 수상, 그리고 그에 따른 명성이 이런 식으로 상처 받음으로써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후 국제정치적 영향력마저도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제는 향후 20년에서 30년간 '비밀통제 문서(classified documents)'로 묶어 진상접근이 차단되어야 하며, 김대중 대통령은 이로 인한 정치적 공격과 사법적 판단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차기 노무현 정권에게도 남북관계의 일정한 영역은 공개적인 논의와 투명성 논란으로부터 방어, 보호받는 '국가 최고기밀'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노무현 정권에게만 한한 사안이 아니라, 향후 누가 정권을 담당하게 되던 간에 분단시대가 종식되기 전 민족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통일과정의 비상권한으로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현재적 시점에서의 비밀정보 공유는 대통령과 야당 책임자로 한정하거나, 대통령과 야당 책임자, 그리고 의회의 관련 특위 등 극히 제한된 범위로 설정, 헌법상의 대의적(代議的) 책임과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밀누설은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한다.

국민적 합의에 필요한 논의는 무엇보다도 바로 이 점에 집중되어야 한다. 합의의 주제와 그 대상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밀영역은 분단극복의 단계에 따라 점차적으로 축소하면서 투명성의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제도화의 영역으로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최고기밀' 영역으로 보호되어야

뿐만 아니라, 관련 사안이 비밀해제 되었을 경우 그 내용에 따라 만일의 경우 요구되는 수사의 시효는 해제 이후 5년으로 하는 등, 한 세대에 걸친 시간이 지났다 해도 유야무야 되지 않고 진상도 밝히면서 사법적 차원의 책임문제도 배제하지 않고, 그와 함께 이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사법적 판단도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역사적 관점에서 처리해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법이 과연 옳은가를 따지기 전에 우선, 이 문제에 대한 비판적 견해의 논지들을 살펴보자. 여러 가지 주장이 있으나 그 골자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북지원이 공개적이고도 투명한 국민적 합의의 기반 없이 국민을 속인 가운데 이루어짐으로써 정권적 차원의 도덕성은 물론이요, 남북관계의 역사적 정당성마저 스스로 훼손, 결국 남북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경제 협력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중요한 남북간의 합의나 결단의 배경에 이러한 비밀거래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남으로써 지도자 개인의 이기적인 정치적 야망이 통치권 차원의 행위 또는 민족적 결단으로 은폐 포장되는 사태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이 낸 세금의 유용에 대한 국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을 그대로 밝히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퍼주기 또는 정상회담 유도용 뇌물의 성격을 가진 돈거래가 오고가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편법을 통해 진행했고, 사실을 은폐하면서 진상파악의 통로를 차단하는 등 민주정부로서 지켜야 할 합리적 절차를 파괴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게다가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에는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명예욕이 가세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사적으로 유용해버렸고, 주변인사들의 투명하지 않은 움직임 또한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적들은 정치 윤리적으로나 민주정치의 절차적 정의, 또는 통일정책의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 등의 관점에서 모두 비판하기 어려운 설득력과 논리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절차의 정당성, 동기의 순수성, 비밀지원의 결과에 대한 평가

이러한 주장과 논란에서 우리가 최대한 집중해서 주목해야 할 바는 (1) 절차의 정당성 문제, (2) 동기의 순수성 여부, 그리고 (3) 대북 비밀 지원의 결과에 대한 평가, 이상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절차적 정의의 대목에서 김대중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해왔고 공개적인 합의의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통치권적 차원의 결단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절차적 정의를 위배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도리어 문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이는 까닭도 여기에 있고, <한겨레신문>의 사설 역시 이 점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보여 진다.

동기의 순수성에 있어서도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역사적 위업의 성취에 대한 과욕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취임 당시 금융위기 극복에 진력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작업에 일정한 성과를 보았다고 판단하자 그의 평생의 정치적 꿈인 남북관계의 해결에 거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개인적 성취의 다급함이 비밀지원이라는 편법 동원의 방향으로 그의 결심을 재촉했을 수 있다. 민족적 과제의 명분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적 명망성의 유혹이 없지는 않았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북 비밀지원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그간 한반도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기준으로 볼 때, 오늘날 남북간의 대화 통로가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를 주목하면 될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만 볼 때, 남과 북의 신뢰관계는 정상회담 이후 상당히 진전된 것이 사실이며 간헐적 위기가 있었다 해도 그것이 확대심화 되지 않고 극복되어왔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결과론으로만 정당화한다면, 방법론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정리해낼 수 없게 된다는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DJ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기 위한 전제가 과연 존재하는가?

그러나, 이렇게 추궁하고 사건을 평가하며 사법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에 우리 현실의 역사적, 국제적 특성과 제약이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온당하려면, 공개적이고 제도적인 절차와 통로를 통해서 대북 지원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원을 적대화 하지 않는 정치권의 민족적 관점이 확고히 서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남과 북의 접촉과 교류, 협력 등의 사안들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들의 개입, 내지는 간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어떠했는가?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남과 북의 경제적 고리 잇기 작업이 지대한 장애에 직면해왔고 대북 지원 자체에 대한 극도의 적대적 태도를 가진 야당과 보수언론의 존재가 대통령의 통일정책 추진을 사사건건 훼손해왔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적 여건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경우, 남북간의 거리를 메우는 작업을 마땅치 않게 여겨왔고 전력 지원 등의 문제를 가로 막고 나섬으로써 대북 지원의 경로를 봉쇄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청와대의 움직임이 미국 정보기관의 주시 대상 내지는 감시 범위 내에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국 내 외의 적대적 봉쇄망을 돌파하고 남북간의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신뢰조성의 현실적 작업을 해나가는 일은 상당한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의, 민족적 사명과 책임을 가진 비밀행위 외에는 가능하지 않다.

분단으로 인한 막대한 민족적 손실을 막고 긴장을 해결하며 전쟁의 위기를 막자는 현실의 절박성에 비추어 냉전적 제도의 잔존과 이를 유지하려는 국내 정치세력의 저항, 주변 국제정세 자체의 압박이 문제해결의 통로를 열어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당연히 국가 지도자로서 민족적 책임을 지고 “비상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온당하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분단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비상한 방식'은 인정돼야

▲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북한 김정일 당총비서와 함께 98년 10월 30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것이 우리와 같이 반세기가 넘는 분단지속으로 말미암은 굴곡과 위기의 시대를 사는 나라에 요청되는 지도력이며 그것을 그 민족이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그 나라 구성원들이 그러한 지도력을 방어, 엄호하려는가의 여부가 역사를 진전시키는 열쇠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절차 자체가 불합리한 상황에서 형식논리를 내세움으로써, 민족적 자해행위의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민족적 자산의 하나로 보존되어야 할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적 명망과 그 영향력의 활용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하고 마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열강정치의 패권술책에 넘어가는 일이며, 민족 내부의 신뢰기반을 만드는 과정을 파손하는 실책이 된다.

대북 비밀지원을 진상규명과 수사 등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첫째, 남북간의 중요한 결정에 동원된 구조가 드러나면서 외세의 개입과 간섭의 여지가 확대된다. 가령,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승(同乘) 과정에서 나누어진 대화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들이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웠을까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대북 비밀지원 문제에 대한 공개적 접근과 투명성 요구는 민족 내부의 역량을 극도로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둘째, 고도의 역사적 판단과 민족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가최고의 정치행위로서 전개되어야 할 남북 관계의 해결과정에, 정략적 논의가 주도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정파적 이해에 민족적 이익이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것은 이미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대북 지원에 대한 적대적 또는 민족 분열적 태도를 취해온 세력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사태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드러난다.

셋째, 노무현 정권이 이 문제를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넘기는순간, 남북관계에 필요한 국가 권력적 차원의 행동반경을 스스로 제약하고 마는 심대한 자해적 조처가 된다.

차기 노무현 정권은 남북관계와 국제적 압박의 파고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고 자주와 평화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현재의 시점에서는 결코 공개되어서는 아니 되는 결정들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북 비밀지원 문제를 진상규명과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넘기는 순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중대한 국가 권력적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슬기롭지 못한 결정이 된다.

넷째,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는 종속경제의 비중이 높고 노동 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측근과 자식이 관련된 권력 부패의 문제로 압축된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일관된 한반도 정책의 결단과 의지는 오늘날 이만큼의 평화와 전쟁통제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이것은 그의 정치적 과오가 아무리 깊다 해도 결코 폄하될 수 없는 것이며, 그의 퇴임 이후에도 민족적으로 여전히 요청되고 필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번 부시 정권의 전쟁 유도성 '맞춤형 봉쇄전략'에 맞선 '역 봉쇄전략 발언'은 “김대중”이라는 지도력을 가진 우리의 자산이 만든 결과이다. 이것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그것은 이 나라와 민족이 분열과 대립을 지속하기를 바라는 외세가 원하는 바이다.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는 철저하게 엄호되어야 한다.

다섯째, 민족문제를 정치적 거래 차원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여건과 주변정세로 인해 비밀행위가 필요한 사안을 정쟁적 논란으로 난도질해버림으로써 남북간의 문제해결능력을 극도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번의 대북비밀 지원 이상의 규모로라도 남북간의 협력이 주변 열강의 개입 간섭의 봉쇄망을 뚫고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이 되면, 우리는 우리 민족의 중대한 결정들을 온 세상의 동의를 구하고서야 비로소 착수할 수 있는, 비현실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누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국가적 민족적 운명을 개선시켜나갈 수 있는가?

지나친 적대적 논란은 분단극복의 민족역량 약화, 해체를 가져올 뿐

따라서 앞서 제안했듯이 이 문제는 비밀통제 영역으로 규정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결정과 행위는 면책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논란은 우리의 분단극복 역량을 약화, 해체시켜나갈 뿐이다.

남은 문제는 무엇을 비밀영역으로 제도화할 것인가이다. 남과 북의 통합적인 민족경제 건설에 필요한 지원의 내막은 알릴 것은 알리고, 알리지 말 것은 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족 공동의 외교적 대응에서 알릴 것은 알리고 알리지 말 것은 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 공동의 군사적 조처에서 알릴 것은 알리고, 알리지 말 것은 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개되어서 문제해결의 능력을 취약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것은 비밀스럽게 진행하여 역량의 성장을 조심스럽게 도모하는 것이다.

그로써 한반도의 운명을 외세의 간섭과 내부의 냉전수구세력의 반동적 저항에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어 결국 우리 민족의 손에서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치밀한 전략이 절실한 것이다.

물론 이 사안을 꾸준히 공개적 제도 속에 편입시키는 민주적 절차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보다 진전된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그러한 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분단체제의 변화가 동시적으로 이루어져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북 관계의 장기적이고도 정상적인 해결의 합의가 전 민족적으로, 민주적 방식에 의거해서 만들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아무튼 미국은 현재, 겉으로는 대화를 내걸면서도 정작 대화는 피하고,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해 이라크 모델을 적용, 압박을 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미 태평양 사령부가 한반도 주변 군사력 증강을 요청한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한반도 위기상황을 단계적으로 고조시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때, 남과 북 사이에 대화와 접촉의 내용에 고도의 민족사적 판단이 요구되는 비밀영역이 없다면 민족생존을 위한 공동의 방책을 마련하는 일은 실로 지난해질 것이다.

무엇이 민족의 생존을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서 의미 있는 것인지, 그래서 내외의 봉쇄망을 뚫고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의 기반을 마련해가는 노력의 과정이 될 것인지, 실로 모두의 심사숙고가 깊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하겠다.

이 문제는 '통치권적 차원'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접근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통령에 대한 비상권한의 위임이라는 틀 속에서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 비상권한이 과거의 권위주의적 권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족적 관점에서의 진지한 논의가 깊어져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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