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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기사를 쓰고 있는가요? 새만금 갯벌은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말하려니 막막합니다. 반대하는 이유, 싫어하는 이유는 말하기 쉬워도 지지하는 이유, 좋아하는 이유는 오히려 말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은 설명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멀쩡한 갯벌을 메우고 (선거 때 남발하는 공약 중 하나로) 거기를 농지로 만들겠다, 아니 복합산업단지로 만들겠다, (비판이 쏟아지자) 아니 쌀 수급을 위해 진짜 농지로 쓸 거다, (시화호 꼴이 나면 어쩌냐는 비판에) 수질개선 사업비를 대폭 증액하겠다, (세금을 누구 맘대로 쓰냐는 비판에) 토지자원, 식량자원, 수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시작된 국책사업이며 벌써 수천억원이 투입되었으므로 환경운동단체가 가당치 않은 이유로 반대하면 안 된다, 등등으로 그때그때 논리를 덕지덕지 갖다 붙이고 있더군요. 이 문제는 저 설명으로 막고, 또 파생되는 문제는 또 다른 설명으로 막는 이 부자연스러운 강행은 왜 시작되었고 왜 계속 진행되고 있을까요.

종교 때문에 싸우고 사람이 수십만 죽어나가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에 종교간의 연대가 이루어졌고, (제가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분명히 갯벌은 매립해야 하는 쓸모 없는 땅이라고 명기되어 있었는데도) 그간의 운동을 통해 국민들의 85%가 갯벌 매립 사업에 반대하는 등 환경 의식이 상승했다는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을 통해 이제 다른 갯벌과 습지의 매립을 막는 운동의 동력이 길러졌다 해도, 그 고유하고 유일한 새만금이란 생태계는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만다면, 괜히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키워나가려는 사람들도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새만금에서 서울로 우리는 걷는다!"

- 흐르는 물결처럼 2003 새만금 유랑단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을 위해서 우리는 걷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왜 반대하는지 다시 밝힐 필요가 있을까요. 새만금 간척 사업 이후 그 많던 맛, 모시조개, 백합, 동죽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갯벌 생태계는 자꾸만 파괴되어 가고,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 삶도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만금에는 생명을 위해, 갯벌을 위해, 우리 삶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습니다.

몇 년 전 잠시나마 새만금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시선에 희망을 걸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5월 25일 이후 새만금 간척은 생태적인 논의들을 무시한 채 정부주도로 다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고, 더 나빠만 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느새 새만금을 잊어갑니다. 정부의 사업강행 발표가 무슨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은 새만금의 뭇 생명들의 외침과 지역민들 삶이 아니었을까요?

새만금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선거 때 입으로만 환경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은 입을 싹 닦고 뒤돌아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은 이 기구를 통해 새만금 간척사업에 관한 모든 것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수위가 꾸려진 지금까지 아쉽게 새만금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우리는 당선자의 약속이 실행되기를 너무도 절실히 희망합니다.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잊혀져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쉬운 일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걷습니다!

새만금에서 서울로... 새만금 유랑단과 부안 주민이 함께 250여 킬로미터를 걷기로 했습니다. 오는 길에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 염원을 담아 우리 손으로 깎은 솟대를 새만금에서 서울로 가지고 갈 것입니다. 사람들은 새만금에서 희망을 빼앗으려 했지만, 새만금은 우리에게 희망의 솟대를 보냅니다.

우리는 작지만 당찬 희망을 담고 새만금에서 서울로 걸으며 새만금과 한국 갯벌의 위기를 느끼고 알려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들이 걷는다고 무엇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잊고 지냈던 새만금 생명들의 외침을 다시 들으면서 우리의 발걸음을 옮기고 싶습니다.

새만금에서 서울로 오는 긴 여정을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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