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이용우, 박해철, 김주영, 박정, 박홍배, 김태선 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뉴라이트는 1919년 3월 1일이 아닌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이념적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 그런 의도에서 1948년 8·15를 건국절로 만들려 한다.
4·3은 조만간 세워질 정부가 분단정부가 아닌 통일정부이기를 소망하는 대중적 열망을 반영했다. 그것은 3·1운동 때 외쳤던 하나의 나라, 하나의 정부에 대한 열망이었다. 4·3은 8·15가 아닌 3·1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래서 4·3의 이념 하에서는 반쪽 정부 수립의 날인 1948년 광복절이 건국절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4·3이 추앙을 받으면, 8·15를 건국절로 만들어 3·1절을 약화시키려는 뉴라이트의 기획이 자연스레 무산된다.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4·3폭동"이라는 김문수의 외침은 4·3을 억누르지 못하면 건국절을 관철시키기 힘들다는 뉴라이트의 인식을 반영한다.
지난달 31일 발행된 <탐라문화> 제76호에 실린 유지아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의 논문 '제주 4·3과 동북아시아 냉전'은 1948년 상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역사적 퇴행이나 역행의 의미로 '역코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국은 일본을 동북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방파제로 삼기 위해 대일 점령정책의 전환을 단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역코스라 한다."
미국이 공산주의를 막는다며 단행한 역코스 정책은 일본을 전범국이 아닌 동맹국으로 둔갑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 전범에 대한 처벌도 크게 완화되고, 그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국의 친일청산도 결국 무산됐다.
그런 역코스의 명분으로 활용된 것은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국공내전과 더불어 제주 4·3 등이었다. 미국은 이런 현상들을 한데 묶어 공산세력의 준동으로 매도했고, 이는 한일 극우세력이 과거 청산을 저지하는 데에 뒷받침이 됐다.
4·3에 대한 왜곡과 억압은 일본 전범세력과 한국 친일세력이 면죄부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4·3이 역사적으로 제자리를 찾게 되면, 전범 및 친일세력이 면죄부를 얻은 것의 부조리가 한층 선명하게 폭로될 수밖에 없다.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들이 4·3을 악착같이 폄하하는 데는 그런 요인도 작용한다. 친일세력은 4·3을 공산폭동으로 매도하는 가운데 반공을 명분으로 단결해 국회 반민특위를 와해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4·3이 공산폭동이 아닌 것이 되면 친일세력의 부활과 결집도 명분을 잃게 된다. 공산주의를 막자면 친일청산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뉴라이트의 논리도 기반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제주 4·3의 코드는 냉전·분단·미군정·이승만은 물론이고 건국절·친일청산 등과도 연결된다. 뉴라이트의 이념적 기반과 고스란히 연결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제지를 당하면서도 "4·3은 공산폭동"이라고 거듭 되뇐 것은 4·3을 밟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뉴라이트의 처지를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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