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숀 페인 노조위원장이 지난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닥치고 휘슬이나 불어라!' 내가 정치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비난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리더를 선출하는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지 않을 수 없어 나왔습니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 스티브 커 감독이 무대에 섰다. 아직 금메달의 환호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제대로 된 리더가 그룹을 올바로 이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하며 해리스를 지지했다. 그는 11월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트럼프에게 '나잇 나잇(Night Night)'이라는 작별 인사를 하자고 귀엽게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도 연단에 올라왔다. 몇 달 전 전국적인 자동차 노조 파업을 이끌었던 인물로 눈에 익은 이다. 당시 자동차 노조 시위 현장엔 바이든도 함께 해 피켓을 들었다. 그는 스스로 28년간 자동차 노동자로 잔뼈가 굵었다는 이력을 소개한다.
"카멀라 해리스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그건 해리스와 트럼프의 차이입니다."
숀 페인 의장이 연설 중 입고 있던 재킷을 벗자 빨간 티셔츠에 쓰인 글자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노조파괴자'라고 쓰여있다. 레슬러 헐크 호건이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옷 찢는 동작'과 비견되는, 노조위원장다운 투박한 퍼포먼스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깃발이 넘어가면서 생긴 가장 큰 차이로, '낙태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언급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낙태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오늘 무대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했다. 낙태가 불법인 주에서 건강상의 문제,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으로 낙태를 해야 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운 좋은 '생존자'라 불렀다.
"나는 12살 때 임신 테스트에 두 줄이 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때 처음 선택권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요. 하지만 트럼프의 낙태 금지 정책은 전국에 많은, 나 같은 소녀들의 선택권을 뺏어갔습니다."
5살 때부터 계부에 의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자신과 같은 어린 소녀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누구보다 강력하게 얘기했다. 그 법을 만드는 이들 앞에서.
행사 중간에 등장한 해리슨의 어린 시절 친구와 그의 엄마는 전당대회를 '인간극장' 같은 사람냄새 물씬 나는 행사로 만들어 줬다. 그는 어린 시절 자기가 만든 찰흙 인형을 남자 애들이 망가뜨리자 어디선가 달려온 친구 카멀라가 그들과 싸웠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그때 카멀라 눈 위에 상처가 났는데 지금도 남아 있다면서. 친구의 엄마는 세상을 떠난 카멀라의 엄마를 기억하며 외친다.
"카멀라, 엄마는 지금 너를 분명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거다."
8년 전,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힐러리 클린턴도 엄마 얘기를 했다. 유리천장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자신의 엄마도, 해리스의 엄마도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면서. 자신은 실패했지만 해리스가 꼭 그 천장을 깨 달라고 당부하고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원로의 마지막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