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자 <뉴요커> 표지. 해리스-월즈 지지율이 상승세를, 트럼프-밴스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모습을 롤러코스터로 표현했다.
뉴요커
월즈는 부통령 후보가 된 후 첫 연설에서 해리스를 소개하며 "무엇보다 즐거움을 가져다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이어 환하게 웃는 해리스가 등장하고 열광하는 지지자들과 환하게 웃는 두 후보가 '즐거움'을 만끽한다.
해리스가 대선후보가 되자마자 소셜미디어에 퍼진 해리스 밈(meme) 중 하나는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이렇게 미친 웃음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트럼프가 비난하는 해리스의 과거 동영상은 원래 공화당이 해리스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 퍼트린 것이다. 특히 "얘 너는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졌는줄 아니?"라고 말하며 해리스가 호탕하게 웃는 연설도 공화당에서 해리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동영상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즈가 '즐거움'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은 건 우연이 아니다. 월즈는 부통령 후보가 되기 전 방송에 출연해 "교사로서 사람 관찰을 꽤 잘하는데 트럼프는 다른 이들을 비웃을 줄만 알지, 다른 사람과 함께 웃는 것을 볼 수 없더라"고 말한다. '즐거움'은 상대 진영과의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데 '즐거움'이라는 감정 요소를 유세의 주요 키워드로 만드는 것이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CNN에서 외교안보분석 프로그램 <GPS>를 진행하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그렇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대신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선택한 후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만이나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도 주장한 바다.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이 말만 번지르르한 엘리트 정치인들을 혐오한다는 심리를 파고들어 정책적 완결성보다 감정을 부추기는 대선 캠페인을 벌여 성공했던 사례가 다름 아닌 트럼프이기도 하다.
해리스 캠페인, 앞으로의 과제
물론 해리스가 갈 길은 멀다. 지지율을 올렸지만 여전히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해리스의 인간적 면모는 보여주었지만 정책 정강 등을 완벽하게 발표하진 않았다. 사회복지, 인권 분야는 비교적 확실한 색깔이 있지만 경제, 외교, 이민 정책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기존에 낸 바이든 정책집에서 변경이 있을 예정이지만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안갯속이다.
해리스가 공격적인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도 없다. 8월 3주엔 경제 정책을 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업의 가격 폭리를 막겠다는 논리로 진보 진영 언론조차 허술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쩌면 구체적인 정책을 굳이 발표하지 않는 것이 현재 해리스-월즈 캠프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유세장 분위기가 좋은데 정책을 애써 설명하면 공격 당할 구실만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가 지난 3주 동안 해리스 캠페인에 모욕적인 별명을 여러 개 붙였으나 하나도 제대로 먹히지 않은 이유는 해리스의 정책 색깔이 잘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르치려 드는 잘난 여성'에 대한 반감이 자극될 수도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페인의 교훈이 작용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수백 페이지의 정책공약집을 낸 정책통이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한심한 인간들(the deplorables)'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확산하면서 호감도가 떨어졌고 결국 대선에 패배했다.
해리스-월즈 캠프가 그동안 트럼프의 흑색선전에 염증 느낀 시민들, 특히 무당파와 젊은 유권자를 끌어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9세 유권자층 지지율 변화도 흥미롭다. 7월 바이든(48%)과 트럼프(41%) 사이의 지지율 차이에 비해 8월 해리스(59%)와 트럼프(34%)의 젊은층 지지율 간극은 훨씬 더 벌어졌다. '긍정적 분위기'가 11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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