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정류장에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콜을 받아 대기하고 있는 모습. 2023.2.14.
연합뉴스
플랫폼은 매력적인 사업입니다. 다른 정거장에 손님을 뺏기지만 않으면 기존 독점 재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기 위해서 가게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가게와 손님 중 한쪽 시장만 독점해도 됩니다.
대한민국 모든 음식 가게를 플랫폼에 입점시키면, 음식을 먹고 싶은 손님은 해당 플랫폼에 접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택시에 카카오를 깔게 하면 택시를 타고 싶은 손님은 카카오라는 정거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손님을 독점해도 됩니다. 카카오가 모든 택시손님을 갖고 있다면 대한민국 모든 택시가 카카오에 접속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은 손님에게 무료 쿠폰을 날립니다. 손님이 다른 정거장에 가지 못하도록 배송을 빨리하든, 최저가격을 보장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플랫폼에 들어온 손님이나 사장님들이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걸 자물쇠 효과, 잠금효과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모두 돈입니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들은 투자금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자본으로부터 받는 투자금이야말로 플랫폼 산업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당장의 적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을 팔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해 금융적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엑시트(exit)라고 부르고, 수많은 플랫폼 기업의 꿈이 되었습니다. 엑시트에 실패하더라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윤을 뽑아내거나 미래를 보고 더 큰 투자를 하라고 투자자들을 계속해서 끌어모으면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이 실패를 하지만,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면서 그야말로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행태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계획된 적자'와 뉴욕증시상장,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민 인수와 수수료 인상, 2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플랫폼 재벌 카카오의 탄생까지 최근 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중심에 플랫폼 기업이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 기업의 욕망을 집약해 놓은 인물이 바로 큐텐 대표 구영배씨입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 큐익스프레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큐익스프레스는 국제 물류회사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품을 전 세계에 배달합니다. 큐텐은 한국의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의 '위시'를 인수하여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높여 나스닥에 상장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습니다.
고객의 돈(정산금)을 마음대로 기업인수에 사용하거나, 판매대금 1조 원을 프로모션으로 모두 사용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과 말들은 플랫폼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는 일입니다.
타락한 플랫폼 자본주의의 실체
더 큰 문제는 플랫폼 자본을 규제하는 일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정부와 국회입니다.
사람들의 신념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다양한 안전장치와 규제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정한 규칙이 없으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잘 아는 장치가 금산분리입니다. 은행을 소유한 기업이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업이 은행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가령 삼성전자가 적자가 나면 삼성은행에서 돈을 빌려 메우면 됩니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공장을 지을 때 필요한 돈도 삼성은행을 통해 쉽게 빌리면 되죠.
게다가 은행은 다른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에 대한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은행이 없는 기업들은 은행을 가진 삼성전자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게다가 은행의 돈은 국민이 저축한 돈입니다. 은행은 남의 돈을 잘 관리하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일로 이익을 내는 곳이지 자체적으로 생산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이 금산분리 원칙이 플랫폼 기업에서는 무력화되었습니다. 거대 플랫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라는 거대 은행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4%를 소유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행은 34%까지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외가 민망했는지 대주주에 대한 대출은 전면금지시켰습니다. 원칙은 무엇인지, 왜 이런 특혜가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법을 만드는 국회의 무관심이자 '플랫폼'이라는 간판을 달면 혁신이라고 여겨지는 세태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금산분리라는 낡은 규제로는 지금의 사태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은 경계도 한계도 없기 때문이죠. 고객의 데이터와 현금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에 마음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는 금산분리로 막고자 했던 정보독점, 금융과 산업 분리 등의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과 노조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