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온전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걸어놓고 있다.
연합뉴스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는 대표적인 논리로 내세우는 것이 노동생산성입니다. 최저임금의 주요 대상자인 서비스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10원 인상을 말하며 제출한 경총의 자료를 보면 18년에서 23년까지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대부분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4%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2018년과 2019년은 최저임금이 비약적으로 많이 오른 해이고, 그 이후에는 500원 미만으로 올랐는데 경총은 통계를 낼 때 반드시 2018~2019년을 포함합니다. 아쉬운 지점이나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으니 이해하고 넘어갑시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노동생산성이라는 어감 때문에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밥값을 못하는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개념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은 노동생산성을 노동의 가치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은 쉽게 이야기하면 판매액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것입니다.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판매가 줄거나 서비스산업의 가격이 낮으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제출한 '2024년 1분기 총요소생산성 동향 보고서에서 "내수부진이 이어지며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는 '2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둔화' 24년 1분기 역시 민간, 정부소비의 둔화,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라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산출(부가가치)둔화'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서비스산업 노동자를 떠올려보면 보다 쉽게 이해됩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사할 만큼 열심히 일을 합니다. 한국의 배송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을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가 가져가는 건당 수익은 600원에서 2000원에 불과합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 배달 가격도 3000원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무료도 있습니다.
한국은 서비스 가격이 너무 낮습니다. 가게에 손님이 없다면 노동시간은 늘어나는데 부가가치가 없어 노동생산성도 낮아집니다. 노동생산성을 높인다고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습니다. 교육 서비스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강의시간을 축소하고 의료서비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진료 시간을 축소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서비스산업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여 막대한 부를 가져가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규제를 받지 않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책임과 위험을 전가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올립니다. 이들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영세자영업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야간 휴일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1년 미만 계약으로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이주노동자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살아남습니다. 이런 경제구조는 놓아두고 경총이 노동생산성이 낮아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거야말로 최저임금에 대한 마녀사냥일 겁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비스산업에 일자리가 몰리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때문에 서비스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 맥도널드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노동자의 최저임금 두 배 인상운동, 최근 아마존 노동자의 최저임금 대폭인상운동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습니다.
10원은 빵으로 먹을 때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