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12 12:09최종 업데이트 24.06.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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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제21대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14번째 거부권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이에 제22대 국회 임기 첫날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 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각각 당론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함으로써 여야 간 극단적인 대치국면은 제22대 국회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대치 국면은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국회에 바라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양극화, 기후변화, 인구절벽, 지방소멸 등 복합위기에 둘러싸여 암울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치솟은 물가와 경제상황 악화로 민생 역시 파탄 직전이다. 보수 양당 체제가 공고했던 제21대 국회에서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고,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 후퇴를 경험하게 되었다.

복합위기 극복 위한 노동 입법과제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 30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22대 국회에 요구한다. 노조탄압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이정민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점차 심화해 가는 상황이다. 2023년 8월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 격차는 167만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하청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원청 노동자의 50~70%에 불과하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1주 노동시간 한도 및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적용,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주요 노동조건 보호에 대한 규정이 적용 배제되어 저임금·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비정규직 904만 명, 프리랜서·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531만~744만 명, 그밖에 사각지대 노동자 963만 명 정도로, 기간제 성격의 비정규직을 제외하더라도 불안정 취약 노동자의 규모는 총 17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제22대 국회는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법제화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법 제정 등 사회연대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한 산업별 교섭이나 초기업 교섭 등을 통한 사회연대적 임금체계를 구축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불평등 임금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대통령 거부권의 희생물이 되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반드시 내용을 대폭 보강하여 재추진해야 한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범위에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제외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 활동은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의 바지사장과 기업 쪼개기 같은 편법과 꼼수에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많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초장시간 노동국가이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해체시키고, 동시에 일-생활 균형을 도모하여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주4일제' 도입은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소명으로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인구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65세 정년연장'을 법제화하고, 노후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성을 지향해야 한다.

이 밖에도 저출생, 인구고령화에 이어 지방소멸이라는 심각한 상황과 맞닥뜨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민관협력에 기반한 '지역 중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통합 돌봄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의대정원 확대가 필연적으로 '공공의료 인력 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를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공병원,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입법은 의대정원 확대 논의와 별도로 반드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일터 구조개선이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우리나라 불안정 취약 노동자의 규모는 기간제 성격의 비정규직을 제외하더라도 총 17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셔터스톡

 
산업사회에서부터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생산물 시장구조 개선 ▲책임 있는 실질적 사용자와의 산업별 교섭 체계 구축 ▲차별 없는 노동시장 ▲고용안정과 보편적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하여 더 좋은 일자리를 산업 현장에 확산시키고, 일터의 구조개선이 우리사회 전반의 소득 불균형 해소와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에 제22대 국회는 '노동입법'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터전인 일터를 '차별 없는 일터, 함께하는 일터, 더 좋은 일터'로 변화할 수 있도록 주도하고 '더 좋은 미래사회'로 전진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갈등과 혐오의 정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대화와 타협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노동자·서민의 삶과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입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류제강 /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 류제강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류제강은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으로서 노동·인권, 사회보장, 국제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및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을 역임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생활 균형위원회', 장애인고용촉진 전문위원회, 공인노무사 자격심의·징계위원회 등 각종 정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및 그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 발전)에 따른 국내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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