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3 13:24최종 업데이트 23.07.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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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광주·전남지역 81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NGO지원센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정채 전 전남대학교 총장이 직접 쓴 호소문을 낭독하며 모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안현주

 
"윤석열 대통령은 가여운 백성들이 정부의 도움하나 없이 30년 넘는 험난한 싸움으로 얻어낸 최소의 결과마저 여지없이 깨버렸습니다. 이른바 제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방식을 들고 나와 피해자인 우리 국민의 돈으로 자기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당사자인체하고, 연약한 백성을 회유와 압박으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해방 이듬, 이듬해 태어난 76세의 노(老) 교수는 직접 써온 호소문을 천천히 그리고 또렷이 읽어 내렸다.


격문을 낭독한 이는 강정채 전 전남대학교 총장.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광주·전남지역 기자회견 자리였다.

전남대 의대 출신인 그는 의과대학장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 광주·전남본부 상임이사, 전남대병원 임상연구소장·심장센터장을 거쳐 제17대 전남대 총장을 역임한 석학이다.

강 전 총장은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은 '몰염치이자 죄악'이라며 직접 회견장에 나섰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강제동원시민모임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강 전 총장은 안쪽 호주머니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호소문을 꺼내 낭독했다.

우리 국민도 피해자인데 '3자 변제' 웬 말이냐

그는 "요즈음 가만히 생각하노라면 세상이 우리들을 시험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여기에 모인 우리들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어때야 하는가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며 "그런데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사람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자들 또한 많아 보인다. 일본 정부가 그렇고, 한국의 위정자들이 그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제와 그 앞잡이들의 협잡과 협박으로 끌려가 노예로, 짐승으로 취급당하다가 어렵사리 풀려나서 내 나라를 찾아온 서러운 백성을 돌봐주는 나라는 없었다"며 "정부라는 것이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협박과 편견과 꼬임으로 인격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총장은 "정부가 말하는 소위 3자 변제는, 말이 안 된다. 우리 국민도 피해자인데, 어찌 3자 변제가 된단 말이냐. 이건 70년을 넘게 고통 받으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진정한 사과와 합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자 몰염치이고, 죄악이다"고 밝혔다.

또 "일본 법원에서 99엔을 보상이라고 주겠다며 조롱하던 것보다 더 한심한 일이다. 자기들이 뭔데 일본의 야만을 용서한다는 말이냐. 그들을 용서할 권한을 누구한테 받은 것이냐. 우리는 결코 그런 권한을 위임한 일이 없다"며 "지구촌에 함께 사는 이웃이기를 100년이 넘도록 거부한 일본을 무슨 명목으로 용서하고 동반자로 인정하자는 것인지, 우리도 그들처럼 파렴치해지자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모금 동참으로 한일 정부 비굴함 일깨우자 

한일 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일제 강제동원 문제는 그 고통을 겪은 분들만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사는 국민 모두의 수치이자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총장은 "고통과 부끄러움을 백 년 넘게 참고 견딘 국민 모두가 피해자다. 더구나 30년 동안 일본 법원의 재판에서 한없이 모욕 당하고 있을 때 아무런 말조차 없던 정부였다"며 "이제 겨우 우리 법원에서 일부 배상 판결로 조금이라도 분을 삭이고 있는 터에 대법원 판결마저 짓밟고, 우리 돈으로 아무런 정성도 없이 '받으라' 회유·강요하는 이 정부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우리는 죽어도 이런 논리도, 도덕도, 책임도, 반성도 없는 돈은 받지 않겠다'는 양금덕, 이춘식 피해 원고들의 말씀에 동의한다"며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존엄을 침범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존엄을 지키고 고통을 이기는 분들을 위해 연대하려한다"고 밝혔다.

강 전 총장은 우리 정부와 일본의 비굴함을 일깨우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 성금 모금에 동참해 달라고 간절히 하소연했다.

그는 "이웃에 동참을 권유해 달라. 물론, 여러분의 책임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의 구성원들의 굳건한 의지를 지키고, 우리와 함께 사는 사회의 연대감을 표시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다"며 "야만적인 일본과 한국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 시대, 이 사회가 잘못된 사고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자"고 호소했다.

※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모금계좌 <농협 301-0331-2604-51 (예금주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또는 페이팔(paypal.me/v19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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