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례 메이데이 집회에서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회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기에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라 불리는 '단카이세대(1차 베이비붐, 1947년-1948년 출생자, 당시의 합계출생률 평균치는 4.32)'가 동시 정년퇴직하면서 연금,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고령자 사회보장 예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이 시기를 전후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사태,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미증유의 금융, 자연재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보자. 일본정부의 부채 비율은 2002년 처음으로 150%를 초과했다. 2008년까지 150-17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고, 심지어 2007년에는 전년도 대비 5%포인트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먼 쇼크 이후 다시 재정확장 정책을 폈고, 2010년을 계기로 국가예산이 대폭 늘어나 200%를 넘어섰다.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아베 제2차 내각이 들어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 비율은 매년 GDP 대비 23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으로 돌입하며 마의 250%까지 깨졌다. 2023년 3월 현재 일본정부의 부채비율은 265%에 달한다.
이 말은 곧 정부가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단 소리다. 국채 수입금으로 직접 주식시장에 개입하고, 예산을 편성한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전통적인 세금(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등)만으로는 예산편성이 불가능하단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정부의 일반회계예산 내역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는 코로나 시국 전의 직전 예산을 보면 특별추경예산을 제외한 일본의 일반회계예산(2020년)은 102조 6598억 엔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회보장관계비'로 35조 8608억 엔(34.9%)에 달한다.
이 항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금급부금 12조 5232억 엔(전년도 대비 3.9%포인트 증가), 의료급부금 12조 1546억 엔(2.5%포인트 증가), 개호간병급부금 3조 3838억 엔(5.4%포인트 증가), 이른바 '고령자 대상 3대 급부금 예산 항목'이 28조 616억 엔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이 고령자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더라도 27.4%에 달한다.
혹자는 인구수 분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할 때 27.4%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타당하다는 의견을 펴기도 한다. 나아가 일본 국채는 90% 이상을 일본 국내 개인 및 기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를 풀어도 국가 부도의 염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백번 양보해 그러한 주장들이 전부 맞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연금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세대 간의 빈부 격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년퇴직 후 받는 연금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 꼬박꼬박 넣어둔 돈을 이자 쳐서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지금 지급받고 있는 연금에는, 사실상 자식, 손자 세대들이 현재 납입하고 있는 연금도 포함돼 있다.
각 나라의 연금기구는 그렇게 쌓인 연금을 투자금으로 운용해 매월 고령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즉 고령자들이 받는 연금에는 젊은 세대들의 납입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물론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꽤 심각한 저출생 사회이다.
일본은 흔히들 언급하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합계출생률 '1.54 쇼크'를 이미 1989년에 경험했다.
그 이후 각종 대책을 세워 일시적으로 회복한 적도 있지만 최근 20년간 줄곧 1.30에서 1.4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즉 기존의 사회 유지는 이미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을 보면 저출생 대책 예산은 3조 387억 엔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예산도 매년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계속 이렇다면 일본의 저출생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와 비례해 고령화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인 '연금제도'는 성립될 수가 없다. 일하는 사람이 없는데 연금을 누가 어떻게 낸단 뜻인가.
남자 노인을 위한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