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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 한종선 대표(가운데)가 미래통합당과 국회에 20대 국회 종료 전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관련사진보기 |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수십 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가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억울함을 호소한 지 8년이 넘었다. 국회의사당역을 기둥 삼아 텐트를 치고 역사 지붕에 올라 단식농성을 벌여도 국회는 이들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 국회는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20대 국회 내 과거사법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서산개척단사건진상규명대책위 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15명 의원, 정의당 6명·민생당 5명 등 여야 26명 의원들이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중 한 명인 최승우(51)씨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 지붕에 올라 고공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관련 기사: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어린이날' 국회 지붕에 올라간 이유).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이날 "억울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에 대해 명예를 회복시키는 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미래통합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통합당은 어떤 조건도 내걸지 말고 과거사법 통과에 대해 합의하라"는 요구다.
1984년 아홉살 때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살아남은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배·보상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왜 우리를 (형제복지원에) 잡아갔었는지, 왜 죄 없는 이들을 묻지도 않고 가둬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게 했는지 진상을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쓴 일기·자료 등을 토대로 2012년 책 <살아남은 아이>를 펴냈다.
피해생존자 한종선씨 "진상 알려달라는 것인데... 통합당, 왜 막아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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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 이틀째 국회 고공농성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 최승우 씨가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한종선씨는 특히 "여기에 통합당 의원이 단 한 분도 함께하지 않은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라며 "저희는 지난 2012년부터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무릎 꿇었다, (전)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 의원들께 밉보이게 행동한 적 없었다"라며 "진상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미래통합당이) 왜 계속 거절하고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씨의 말이다.
"형제복지원을 비롯해 과거사 피해자들은 이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나이가 됐다. 지금 국회 앞에서 노숙·단식농성하는 사람들 심정을 헤아린다면, 이채익 의원이 (지난해에) '한 달이면 해결할 수 있다'라고 했던 약속을 책임지고, 윤재옥 의원도 더는 반대하지 말고 함께 나오셔서 법안 통과에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그가 언급한 이채익 의원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다루는 행정안전위 통합당 간사이며, 같은 당 윤재옥 의원 또한 행안위 소속이다. 앞서 여야는 조사위 정원 등 규모와 조사 범위를 어느 정부까지 넣을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이 법안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어렵게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 때부터 과거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진상규명을 나선 진선미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유가족들께 할 말이 없다, 저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라며 "곧 뽑힐 민주당·통합당 원내대표께 진심으로 호소한다, 마음만 먹으면 20대 국회 종료(29일) 전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부산시가 발표한 첫 공식조사 결과('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에 따르면, 당시 복지원에선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인권유린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972년~1987년 수용된 피해자들 심층면접 결과, 수용자들은 폭행을 당해서 죽거나 자살하는 장면, 시신처리 과정 등을 목격했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 현재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 회견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민주당 15명(정성호·이학영·인재근·남인순·진선미·홍익표·전혜숙·이재호·송갑석·김성환·박주민·정춘숙·이재정·김영진·소병훈), 정의당 6명(심상정·윤소하·김종대·여영국·이정미·추혜선), 민생당 5명(박지원·천정배·장정숙·채이배·최경환) 등이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재)진실의 힘, 천주교인권위 등 전국 총 33개 단체가 연명해 국회의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밖에 없는 피해생존자들의 절규를 들으라"라며 "더는 지체 말고, 과거사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키라"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