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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인 서울 중구 순화동 1-1 구역, 롯데 건설에서 고층 건물을 짓고 있는 한 귀퉁이에 전기마저 끊긴 채 320일째 외롭게 투쟁 중인 용산 참사 유가족이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순화동 투쟁장을 지키는 이는 용산 연대투쟁으로 남일당 경찰의 강제 진압에 목숨을 잃은 윤용헌씨의 아내 유영숙씨다. 순화동 재개발은 2009년 용산 남일당 참사 이후 잠시 멈추는 듯했으나, 2014년 말부터는 롯데건설에서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에겐 생존권이나 주거권 재정착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순화동에서 투쟁을 시작한 고 윤용헌씨 아내 유영숙씨 내 남편을 살려내라!는 문구가 용산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 순화동에서 투쟁을 시작한 고 윤용헌씨 아내 유영숙씨 내 남편을 살려내라!는 문구가 용산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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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씨는 10여 년간 순화동에서 식당을 했다. 자리가 좋아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지 않고는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러나 재개발 지역이 되자 건물주와 건설사는 용역깡패를 동원해 위협을 가하며 세입자를 겁박했다.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자 세입자들이 하나둘 가게를 떠났고 남아서 투쟁하는 이들에겐 일방적으로 보상금 천만 원씩을 준다고 했다. 권리금이나 현실적인 재정착 방안 등 세입자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강제로 내쫓기는 신세가 되자,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한 유영숙씨 용산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한 유영숙씨 용산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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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시작되는 순간, 세입자는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고 보호받을 수도 없는 것이 현행법이 지닌 맹점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전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했으나, 재개발은 예외로 두고 있다.

권리금 등은 법적 보호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대로 한다면 건설사가 강제 철거를 단행해도 세입자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건물주의 재산권만 보호하는 법'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재건축 중인 순화동  롯데건설에서 재건축을 시작해 고층 건물을 세우고 있다.
▲ 재건축 중인 순화동 롯데건설에서 재건축을 시작해 고층 건물을 세우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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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이후 시민사회 단체는 세입자의 주거권과 재정착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몇 번의 공청회를 거쳐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18대 국회에서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으나 3년째 계류 중이다. 세입자들은 대책 없는 강제 철거를 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민사회가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남편이 용산 연대투쟁 갔다가 국가폭력으로 죽었어요. 순화동에서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철거지역 모든 곳이 순화동처럼 되겠죠.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죽음이 두려웠다면 순화동 투쟁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끝까지 투쟁할 것이고요. 용산유가족으로 혼자 싸우고 있지만... 순화동 투쟁에 많은 분들이 관심으로 연대하셨으면 해요."

수도가 끊긴 순화동 천막 롯데 건설은 수도를 끊었다.
▲ 수도가 끊긴 순화동 천막 롯데 건설은 수도를 끊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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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이후 전기도 물도 없는 생활 31일째, 투쟁을 시작한 지는 320일 째다. 잊지 말자. 용산의 남일당에 사람이 있었듯이 순화동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 편집ㅣ박정훈 기자



#순화동 투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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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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