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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은 원세훈 전 원장 취임 후 확대개편,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국정을 홍보하고 정부 여당은 지지, 야당은 반대·비난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두고 법원은 줄곧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은 원세훈 전 원장 취임 후 확대개편,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국정을 홍보하고 정부 여당은 지지, 야당은 반대·비난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두고 법원은 줄곧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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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두고 법원은 줄곧 이렇게 말해왔다. 국가기관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세력'으로 몰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다양성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얘기였다. <오마이뉴스>는 7월 16일 원세훈 전 원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이 사건이 그동안 어떻게 흘러갔으며 법원은 왜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다섯 가지 주요 장면을 정리했다.

[장면 하나] 역삼동 오피스텔 : 꼬리가 잡히다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하는 국정원 직원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하는 국정원 직원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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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1일 오후, 역삼동 한 오피스텔 607호 앞이 북적였다. 이 집의 주인은 김하영씨. 남몰래 온라인커뮤니티에 정치관련 글을 올리고 찬반클릭 활동을 벌여온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원이었다. 이듬해 4월 18일 경찰은 김씨 등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이아무개씨가 정치개입활동을 했지만,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국정원의 지휘체계를 간과할 수 없다고 봤다. 이즈음 상부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있었다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폭로가 나오면서 '국정원 댓글사건'은 국정원의 조직적 사이버 활동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이 맞물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으로 커졌다.

☞ 민주당 "국정원 직원이 오피스텔서 여론조작"
☞ 경찰 "국정원 직원, 정치관여했지만 선거개입 아니다"
☞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경찰 고위층이 강한 외압"

[장면 둘] 원세훈 기소 : "그릇된 인식으로 불법적인 지시 내려"

검찰, 국정원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2013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검찰, 국정원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2013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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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초, 검찰 상황이 긴박해졌다. 원세훈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6월 19일이면 공소시효가 끝나는데도, 좀처럼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구속영장 청구까지 계획했던 검찰이 한 발 물러섰다. 6월 14일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이 취임 후 심리전단을 확대 개편, 인터넷 여론 조작 등으로 정치·선거에 개입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은 북한이 동조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 아래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 '원세훈 선거법 적용말라'는 법무장관...검찰 강력 반발
☞ "원세훈, 직무범위 벗어나 선거에 개입... 조직적 활동하다 증거인멸"

[장면 셋] 베일 벗은 트위터 공작 : 그의 마지막 승부수

국정감사 출석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2013년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 국정감사 출석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2013년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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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은 공판을 진행하면서도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13년 10월 17일 검찰은 심리전단 안보5팀 3파트원(트위터 전담) 4명을 긴급체포했고, 곧바로 법원에 국정원의 트위터 공작 5만 5689건을 추가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한다. 이후 검찰은 수사대상 트윗이 약 2200만 건이며 이 가운데 121만 건을 추렸고, 확실한 입증을 위해 최종적으로 78만여 건만 남겼다고 발표했다. 초기부터 수사팀을 이끌어온 윤석열 팀장은 상부 지시를 어겼다며 이미 보직 해임당한 상태였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은 원세훈 전 원장에게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셈이었다.

☞ 검찰, 국정원 심리전단 3명 긴급체포... 국정원 사건 보강 수사 급진전
☞ '윗선 지시 거부' 윤석열 팀장, 공소장 변경 남기고 떠나다

[장면 넷] 1년 3개월 만의 결론 : "사슴을 말이라고 한다"

"청와대 살리려고 민주주의 죽이냐" 2014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원세훈 원장 1심 판결보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 "청와대 살리려고 민주주의 죽이냐" 2014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원세훈 원장 1심 판결보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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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공판준비기일과 37차례 공판기일이 열린 끝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했다. 이 '찜찜한 유죄'는 법원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동진 부장판사는 현직임에도 실명을 걸고 이 사건 판결을 비판했다. 1심 재판부의 결론은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힘을 가진 자가 윗사람을 농락하면서까지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라는 얘기였다.

☞ 국정원법 유죄-선거법 무죄 원세훈 징역 2년6월 집유 4년
☞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현직 부장판사, 실명 비판

[장면 다섯] 누구도 예상 못 한 반전 : 당황해버린 원세훈

원세훈 항소심 징역 3년 실형...법정구속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5년 2월 9일 오후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재판 끝나고 말하겠다고 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 원세훈 항소심 징역 3년 실형...법정구속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5년 2월 9일 오후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재판 끝나고 말하겠다고 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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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재판과정에서도 말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입니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원 전 원장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2015년 2월 9일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을 선고했고 법정구속시켰다. 뜻밖의 결과에 원 전 원장도, 재판을 지켜본 취재진도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행위에 대한 법원의 엄단의지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세훈, 공직선거법도 '유죄' 법원 "조직적 행위" 형량 높여
☞ 원세훈 운명을 바꾼 '시큐리티 파일'

남은 것은 대법원의 최종 결론뿐이다. 2015년 7월 16일 오후 2시,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줄까. 아니면 이 사건을 계기로 정통성 시비에 휘말린 박근혜 정부를 지켜낼 것인가.


#원세훈#국정원#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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