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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중단 사태 속에) 저의 지지층이 넓어졌다면 그만큼 저의 책무성도 커졌다. 제가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지지는 반대와 거부로 나아갈 수 있어 그 부분을 높이 사면서도 언제나 주민과 학부모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생각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 교육감은 올해부터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끊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맞서 왔다. 홍 지사는 '선별적 무상급식'을 내세웠지만 박 교육감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고수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를 위해 해보지 않은 활동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고수하고 있는 박 교육감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 지사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빌미로 경남도교육청 관할인 학교를 특정감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교육감은 월권행위라며 거부했다. 최근 경남도는 '조례'를 개정해 '도 감사 의무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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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 교육감은 "이번에 조례 개정안을 낸다는 것은, 지금까지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경남도가 했더라도 경남도에서 감사 권한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조례 개정 추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박 교육감은 '진보적 방법으로 학력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력은 성적을 포함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개인이 갖추는 역량을 말한다"며 "지금까지 아이들은 공부를 많이 시켜서 성적을 올리겠다는 방식이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개인이 가지는 역량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교육감과 23일 오전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 취임 1년 소감은?
"길고도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길었다면 학교 급식 문제로 힘들었다는 것이고, 짧았다면 임기 4분의 1이 이렇게 지나가면 남은 3년도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금방 지나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 1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텐데 가장 인상 깊게 남는 일이 있다면?
"학부모들이 자꾸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들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들한테서 무언가 항변하고 싶지만 좀 더 기다려주자는, 그 마음들이 읽힌다. 그래서 두렵다는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급식 때문에 신경을 못 쓴 부분에 대해 1년을 맞으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바꿀 것은 바꾸겠다."

"무상급식은 선거 과정에서 합의된 것"

- 제일 힘들었던 일은?
"어떻게 보면 70년 만에 교육청의 권력 교체라 할 수 있다. 관료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도 있다. 교육청 권력교체라고 하는 것이 교육감과 같은 생각을 가진 공무원들로 정렬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처음 취임하면서 '성찰'과 '공감'이란 화두를 던졌다. 왜 도민들이 박종훈을 뽑았겠느냐는 생각을 하자고 했다. 아직 1년이지만 교육감 철학 대로 공무원들이 제대로 정렬되었는가 하는 데 의구심도 든다. 그런 부분이 많이 힘들었다. 끊임없이 이끌어나가야 되겠지만 힘들다."

- 무상급식 중단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갑을 관계로 본다면 우리가 을이라는 입장이고, 예산을 받아 사용하는 수혜자 입장에서 당장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철학과 소신은 보편적 복지이고, 급식은 교육이다. 그런 철학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경남만 유독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가자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학부모들이 가장 큰 힘이 되기에, 이 문제에 있어 우리가 매몰되어 있을 수는 없지만 긴 호흡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하나의 큰 계기가 될 것이고,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 결국은 도민과 학부모 의사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합의된 것이기에 또 다시 선거를 거쳐야 하는 측면이 있다."

- 홍준표 지사가 왜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는지?
"이미 지난해 10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홍 지사의 정치적 판단이 이 문제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 정치적 판단은 구체적으로 대선에 관한 것과 본인의 입지도 있을 수 있다. 홍 지사의 개인적인 캐릭터도 묻어 있어 보인다. 검사 출신의 도백으로서, 가지는 개인적 캐릭터도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 <새창녕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4일 창녕을 방문했던 홍 지사가 "전교조 교육감을 뽑은 된서리를 맞아 봐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홍 지사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 저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맞다. '전교조 교육감'은 다르다. 반대로 홍 지사를 '검사 지사'라고는 하지 않는다. 검사 출신 지사이지. 그렇게 규정짓는 것은 썩 좋은 게 아니라 생각한다. 만약에 그 말씀을 했다면 그것이 도민들의 책임인 것처럼, 유권자의 판단을 크게 폄하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홍 지사가 그런 말을 안 했을 것이라 믿는다."

- 경남도의회가 새누리당 일색인데, 그동안 관계는?
"힘든 과정을 겪어 왔다. 교육감으로서 의회와 의원님들을 상대하는 관계에서 힘들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의회가 가지는 고유 권한, 그리고 도민의 대표 기관으로 존중해야 한다. 교육을 여야, 또는 진보.보수의 이념 기준으로 보기 보다는 어느 것이 더 교육적이냐, 교육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냐는 기준으로 보면 새누리당 일색이라고 해서 크게 극복하지 못할 장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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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 중단 사태 속에 학부모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부모들은 대단한 분들이다. 지금까지 학부모 단체나 급식 관련 단체는 활동가 중심인데 비해, 이번에 SNS 모임의 학부모는 대규모 대중들이 이렇게 조직하고 규합하고,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새로운 학부모 모습을 본 것 같다. 아마 정치인들도 학부모들의 거대한 조직에 대해 새롭고 큰 존재로 생각할 것 같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지향하는 방향의 한 모형을 학부모들이 만들어주었다고 본다."

- 무상급식 중단되면서 학부모들의 정치의식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이고, 그것으로 인해 교육감에 대한 지지층이 더 넓어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맞다. 유권자들이 투표 행위를 하고 난 뒤에 다음 선거까지는 잊어버리는, 그런 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오기도 했다. 이제는 중간에 언제라도 도민과 학부모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만들어내는 창구, 그런 경로가 만들어졌다는 게 엄청난 변화라 본다. 저의 지지층이 넓어졌다면 그만큼 저의 책무성도 커졌다. 제가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지지는 반대와 거부로 나아갈 수 있어 그 부분을 높이 사면서도 언제나 주민과 학부모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생각이다."

"도의 학교 감사 조례 개정은 권한 없음을 스스로 인정"

- 최근 경남도청이 '학교급식지원조례'에서 경남도의 지도 감독에다 감사 의무 조항을 포함하는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육청에서 TF팀을 만들어 대응할 것이다. 이번에 조례 개정안을 낸다는 것은, 지금까지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경남도가 했더라도 경남도에서 감사 권한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교육자치 관련 법률을 보면, 경남도와 교육청은 단일한 자치단체의 두 기관이다.

도에서 교육청을 감사 하겠다는 것은, 왼팔로 오른팔을 때린다는 것이고 왼팔로 오른팔을 제어한다는 것인데, 태생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공공기관감사와 관련한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법률 개정 취지는 중복감사와 감사권 남용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도가 교육청을 감사하겠다고 조례로 규정한다는 것은 감사 관련 입법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쉽게 조례개정이 강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조례가 개정된다면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무상급식 중단 사태 때문에 경남도교육청이 다른 일을 못했다는 말도 있던데, 어떤지?
"관료조직은 교육감이 누가 되든 기본적인 정부 기구로서 역할은 한다. 다만 새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펴는 정책이 추진력이나 동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매몰되어 기본적인 역할을 소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경남도에서 추진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무상급식 지원 예산 전용 사용)에 대한 견해는?
"우리의 자녀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면, 정상적인 경로라면 도에서 교육청을 통해 지원하는 게 맞다. 무상급식 때문에 정상적이지 못한, 비정상적인 지원 방법이 만들어졌고, 그렇다면 무상급식이 정상화 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되돌려야 한다. 서민자녀한테 지원할 재원이 있다면 교육청을 통하는 게 효율적이고 중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사들의 학습 이외 업무 경감 정책(업무 다이어트)을 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평가는?
"제가 제시한 역점 사업임에도 아직 현장 만족도는 높지 않다. 교육 현장의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할 것이다. 교직원들의 업무를 줄여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정열을 바칠 수 있는 정책을 쉼 없이 할 것이다."

-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기본적인 견해는?
"교육이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학교 안 모든 구성원들은 차별없이 대우를 받고 일해야 한다. 사회적인, 인간적인 차별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차별없는 교육이어야 한다. 5만명의 교육가족이 일하는데 차별받지 않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교장한테도 늘 강조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과 학교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것이다.

소외받고 있는 분들과 그쪽과 관련된 의사 결정할 때는 그 분들의 입장을 듣고 존중하면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강조한다. 비록 비정규직이기는 하지만 일하는 데는 학교의 주인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차별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 것이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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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적 방법으로 학력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 방안은? 학력이란 개념부터 다시 바로 잡자는 움직임이 있다. 가령 전북도에서는 '참학력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기존의 학력 개념과 차별화하면서 교육 본질에 접근하려고 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견해는?
"전북이 이름을 잘 지었다. 학력의 개념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 학력은 성적만으로 규정되면 안 된다. 학력은 성적을 포함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개인이 갖추는 역량을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진보적 방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공부를 많이 시켜서 성적을 올리겠다는 방식이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개인이 가지는 역량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만남을 통해서 말이다. 교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수업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잠자는 교실이었다면 질문하고 토론하고 깨어있는 교실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해서 수업하고,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진보적 방법을 통한 학력 향상을 하자는 것이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하나씩 없애 나가겠다"

- 올해를 "교육본질 회복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과 성과는?
"올해는 교육본질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적이 있다. '본질'은 '비본질'의 상대 개념이다. 교육에 비본질적 요소를 많이 발견한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 말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본질인데, 행정이 본질인 것처럼 되어 있다. 가령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행정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비본질적인 요소를 제거해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새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것은 없애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과 관련해 성과를 굳이 이야기 하자면, 학교 업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줄이고, 교육지원청에 학교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 업무를 가져와서 하고, 일반계 고등학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입 배정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 많은 것을 추진하고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 행복학교 추진에 기대가 크다. 한편 도내의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행복학교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의 행복학교보다 더 교육본질에 빨리 접근하면서 보다 앞서가는 미래형 교육으로 나아가려면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권역별로 더 세워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대안교육'이라기보다 '다양성 교육'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지금까지 교육이 너무 획일적이기에 반작용으로 '대안교육'이 나왔다. 교육이 다양하다면 대안교육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에는 교육부도 동의한다. 일반계고교를 똑같이 하는 게 아니고 나름대로 특성을 살려 하도록 할 수 있다. 가령 태봉고 같은 학교를 경남에 4개 정도 하고 싶다.

음악과 연극, 미술 중심의 각각 특징을 가진 대안적 프로그램을 가닌 고등학교를 만들고 싶다. 거창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 옆에 중학교가 폐교 되는데, 그 폐교를 활용해서 연극 중심의 대안학교를 할 수도 있고, 밀양에 영화 중심의 대안학교, 고성에 미술 중심의 대안학교를 하고 싶은데, 사실은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서 힘이 들고 어렵다."

- 지난 1년간 무상급식 문제가 워낙 큰 사안이라서 그랬는지, 상대적으로 학교는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반응이다. 학교에 대한 밀착 방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학교가 자유로워졌느냐 소외되었느냐. 저는 소외가 아니라 자유로워졌다고 본다. 학교에서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투명성만 된다면 자율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 자칫 착각해서 자유를 주었는데 거꾸로 해석하면 무관심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무관심이 아니고 자유를 더 많아 부여한 것이다. 급식 때문에 학교 현장에 더 관심을 가지지 못한 점은 동의한다. 교육감 2년차에는 지금까지의 '교육 본질 회복'이라는 큰 틀과 '선생님을 아이들한테 돌려드리겠다'는 계획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현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현장 중심의 교육을 펼치겠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박종훈 교육감#경상남도교육청#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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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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