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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길을 달려와 잠시 쉬고 있는 올빼미버스.
 밤길을 달려와 잠시 쉬고 있는 올빼미버스.
ⓒ 김은혜,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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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서울시의 심야전용버스, 일명 '올빼미버스'를 정식으로 운행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서울시의 심야버스 정책은 지난해 서울시민이 뽑은 '서울시 10대 뉴스'에서 12.8%(1766표)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작년 9월, 서울시민의 밤 늦은 귀갓길을 책임진다며 정식 운행을 시작한 올빼미버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식의 필요성과 수많은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올빼미버스도 논외는 아니다. 특히 올빼미버스는 심야 시간대(자정부터 오전 5시)에 새로이 도입된 대중교통인 만큼 안전문제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시민들의 대표 심야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어언 1년. 서울의 '올빼미들'은 괜찮을까? 올빼미버스가 안전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밤길을 나섰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도 대낮처럼 화려한 강남역 번화가의 정류장에서 '올빼미버스'를 기다렸다.

늦은 시간에도 온화한 표정으로 승객들을 반겨주시는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꽤 많은 승객이 있었지만, 차 안은 밤처럼 조용했다. 종점에 도착해 고요한 새벽의 차고지에서 10분의 짧은 휴식시간 동안 '심야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주간버스보다 노동 환경 좋아"

올빼미버스 운전기사의 출근 시간은 보통 운행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후 11시에서 11시 30분 사이다. 자정쯤 차고지를 출발하여 네 시간 가량 서울의 끝과 끝에 있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종점에서 기점까지 노선을 한 바퀴 순회하고 돌아오면 새벽 5시쯤 그들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올빼미버스가 처음 만들어진 때부터 운행을 담당해온 심야버스 운전기사 한아무개씨는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생각보다 장점이 많아요. (운행 시간이) 새벽 시간이다 보니 차도 막히지 않고, 그래서 주간버스처럼 배차 간격을 맞추려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비교적 근무 시간도 길지 않고, 승객도 평일에는 많지 않아 스트레스가 적어요. 오히려 주간버스보다 운행 환경은 좋아요."

심야에 일하는 불편이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앞설 줄 알았으나, 본격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버스 운행에는 오히려 심야가 장점이라고 했다.

 오전 3시 32분. 버스기사 김씨가 다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올빼미버스에 시동을 건다.
 오전 3시 32분. 버스기사 김씨가 다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올빼미버스에 시동을 건다.
ⓒ 김은혜,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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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새벽에 청소하러 나가시는 아주머니도 계시고요."

가장 많은 승객은 대리운전기사로, 새벽에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올빼미버스는 고마운 존재다. 취객에 대해 묻자 한씨는 "번화가를 지나는 노선이지만 취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아직 뭐 손님이 난동을 부려서 문제가 되거나 한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게 좀 힘들죠. 밤낮이 바뀌다 보니 푹 잠들지를 못해요. 처음엔 계속 자다 깨다 했죠. 하지만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서 졸리거나 할 일이 거의 없어요. 심야버스 하시는 분들은 이 일만 하니까. 또 낮에 일하시는 분들처럼 계속 몇 바퀴를 쉬지 않고 돌거나 하진 않으니…. 밤이어서 졸다가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는 손님들도 간혹 계신데, 다시 돌아가는 길에 내려드리면 돼요."

한씨는 올빼미버스 베테랑 기사답게 버스에서 졸아 내리지 못한 승객에게도 여유 있게 대처하고, 다시 새벽길을 떠났다. 새벽 3시가 넘어갈 무렵 차고지에서 다른 노선을 담당하는 운전기사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심야버스는 야간 운행 특성을 고려하여 한 노선에 운전기사 4명이 배치되며, 각자 3일 근무 후 하루씩 돌아가며 쉬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한 분이라도 펑크를 내면 서로 힘들어지죠. 서로 건강 관리를 잘해야 돼요. 혹시라도 아프거나하면 안 되니까, 컨디션 관리는 굉장히 신경 쓰고 있어요. 낮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금물이죠. 밤을 새다 보니 낮엔 쉬어야 하고, 시간도 맞지 않기도 하고…. 만약을 대비해 대기도 해야 하고요."

김씨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버스가 고장이 나도 큰일이에요. 배차간격이 40분씩 되고, 대체 차량이 없다 보니 한 대라도 고장이 나면 승객들이 몹시 불편을 겪어요.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회사에서도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어요. 또, 만약을 대비해 차량 정비팀은 항시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요. 바로 와서 고칠 수 있도록."

운수회사에서 특히 심야버스에 대한 안전 점검과 관리는 확실하게 한다고 했다. 운행되는 차량들은 전부 저상버스다. 긴 배차 간격에 손님들이 몰리는 문제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연식 또한 오래되지 않았다. 또, 과속을 예방하기 위해 최고 시속 70km로 제한하는 과속방지장치 설치를 통해 과속할 위험성도 줄였다. 

김씨는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잦진 않지만 가끔 술 취한 손님들이 차에 토사물을 남기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이 생길 때는 힘이 든다"고 말했다.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잠깐의 고민 뒤에 "아무래도 월급이 조금만 더 오르면 좋죠"라고 말했다.  

오전 4시 반, 심야버스 기사의 퇴근길에 함께 했다. 일명 '불금', 불타는 금요일이었지만 밖은 고요했고, 버스 안은 평온했다. 시끄러운 번화가를 지날 때도 승객은 많았지만 버스 안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저는 버스 운전은 심야버스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다. 올빼미버스에 대한 자부심과 안전운행을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 심야전용버스 정책'을 추진하며 노선 구축 과정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훌륭한 모범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올빼미버스를 만든 서울시의 안전 대책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안전 관리의 책임은 운수회사와 버스기사들에게만 쏠려 있었다. 이에 서울시에 연락해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버스 운전은 심야버스처럼 해야"

서울시 버스정책과 이만호 담당자는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나 사고가 자주 발생되는 버스에 한해 버스점검을 실시한다. 실질적인 정기적인 검사는 따로 없다"고 전했다.

 새벽의 송파공영차고지,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N37번 버스.
 새벽의 송파공영차고지,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N37번 버스.
ⓒ 김은혜,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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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버스정책과 이종운 주무관은 "시범운행 경과를 살펴 본 후 버스 내 치안 강화를 위해 도우미나 보안관을 자원봉사 형식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심야버스 안전에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야버스가 도입된 지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버스기사의 안전을 위한 별도의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심야버스 정책을 시행하면서 안전 문제를 위해 근무시간이 짧은 심야버스 기사들이 운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월 216만 원으로 임금 인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월 급여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을 받는 기사들도 있다.

심야버스의 안전을 위해 차량 정비팀이 24시간 대기중이고, 기사들이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대체 차량의 부재는 충분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심야버스에서 고장 등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총 20회이다.

김씨는 "대체 차량은 아무래도 필요하죠. 운행 차량도 한 대 정도는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해 항상 대비하지만, 대체 차량과 인력이 마련되면 안전 부담은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심야버스 일부 노선의 통합(N10번과 N40번을 통합하여 N15번으로 운행) 및 증차(N61번)가 실시되어, 서울시는 시민들이 줄어든 배차 간격으로 올빼미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선 확대나 전 노선 증차는 계획에 없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올빼미버스#심야버스#서울시#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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