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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치료감호소 무용치유교육시간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의 경계를 풀고 하나되는 시간을 갖는다.
▲ 공주치료감호소 무용치유교육시간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의 경계를 풀고 하나되는 시간을 갖는다.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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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줄기차게 왔다. 지난 5일, 상반기 교육을 종강하면서 담당병동 수간호사와 교도관, 주간호사와 함께 회의를 했다.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며 상반기 교육 사진을 정리하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예술치유교육프로그램은 법무부와 문화관광부가 협력·후원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이 주최·주관한다. 예술치유프로그램은 국립법무병원 공주치료감호소 안에서도 특별한 한 병동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상반기가 폭염 속에서 끝났다.

교정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내가 직접 강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보호관찰소 등지에서도 음주운전과 마약중독환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보급됐다. 하지만 치료감호소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보급한 것은 이제야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치료감호소에서는 일반 교정시설에 수용되기 어려운, 정신질환이 있는 범법자를 수용한다.

나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수용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또 프로그램을 위헤 해당분야를 전공하고 교원자격증을 가진 학사 또는 석사 이상, 경력 10년 이상 등의 자격을 지닌 강사를 선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강사들과 함께 감호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치료감호소에 들어 갈 때마다 새롭고, 일을 끝내고 나올 때마다 안타깝다.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

감호소는 겉으로는 번듯하고 아주 커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절대 큰 공간이 아니다. 일단 들어가면 이 건물과 저 건물사이의 통로가 비슷비슷하여 미로 같다. 병동에 있는 한 문의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들이 끊임없이 기다린다. 같은 병동 안에서도 여러 개의 문과 창살이 있다. 일반정신병동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밀집된 것 같은 공간에서 과연 치유가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의 적정이용인원은 3000명이다. 고령화시대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현재 등록회원은 1만 명이 넘었다. 식당에 자리가 없어 복도에도 배식의자를 갖다 놓고, 교육실은 포화상태라 지역의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공주치료감호소도 650명을 수용해야 적정인원이지만, 물질문명의 발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신분열, 조울증, 약물중독 등의 다양한 정신질환 범법자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치료감호소는 수용인원이 1000명이 넘어서 담당의사도 근무의 열악한 상황으로 지원자가 없어 부족하고, 교도관과 간호사들의 근무조건도 좋지 않다. 수용자들도 치료감호보다는 단순히 수용되는 상황에 놓일 때도 많은 것 같다.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소집단치료의 성격을 띤 예술치유프로그램이다. 정원제이지만 적정인원을 초과하는 치료감호소의 형편을 감안하여 더 받고 있다. 난타와 음악, 연극에 이어 올해는 에어로빅과 스포츠 춤을 접목하여 무용교육을 보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활기찬 몸 만들GO! 자신감 되살리GO!'다.

이 프로그램을 보급해야 하는 병동은 74병동으로 치료감호소 내에서도 특별히 따로 관리가 필요한 수용생들의 병동이다. 다른 수용생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도 있지만 지적수준이 높은 수용생들도 있다. 그리고 몸에 장애가 있는 분도 있고 신체에는 장애가 없지만 마음에 장애가 심하여 감성과 몸이 굳어진 분들도 많다.

지금은 격리 수용되어있지만 일정기간의 치료감호가 끝나면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되거나 사회로 출소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의 기운을 정상적으로 되살리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청과 배려 그리고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주치료감호소 무용치유교육시간 상처를 주고 받았던 사람들이 조금씩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갖는다.
▲ 공주치료감호소 무용치유교육시간 상처를 주고 받았던 사람들이 조금씩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갖는다.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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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손가락과 발 이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교육생도 있었다. 자신의 애칭조차 스스로 짓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상반기 교육 종강시에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과 팔, 그리고 다리도 조금 움직이면서 춤동작을 했다.

'스스로 몸으로 표현하기'나 '함께 표현하기'에서 왕따당하는 기분을 느껴 곧잘 울었던 교육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손을 들어서 자신을 표현한다. 끊임없이 스스로 몸의 중요성을 일깨우도록 했다. 지금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표현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손이 자기를 스치고 다른 사람의 배와 자기의 배가 풍선 하나를 두고 서로 꼭 껴안아야 할 때 참 멋쩍고 하기 싫다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집단군무 동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등과 가슴을 스치고 피부와 피부가 접촉하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들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간 듯이 즐겼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풍선과 공 그리고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서 서로의 신체를 접하기로 했다. 교육이 심화될수록 서로의 몸을 활용하여 동작표현을 하고 서로의 몸동작을 음악에 맞춰 따라했다. 나중에는 따라 하기를 멈추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기를 자주했다.

처음에는 대충대충 동작하지만 상대가 그 동작을 읽지 못하면 자신의 동작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맞힐 수 있도록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점점 더 창의적인 동작,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동작을 만들어 표현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활기와 창의성 그리고 자신감이 금붕어 비늘 한 조각만큼 붙는다. 그 비늘이 반짝거리는 웃음을 짓게 만든다. 홀로 또는 더불어, 때로는 모두 다 함께 껴안아 뛰고 뒹구는 시간 속에서는 수용생도 없고 환자도 없다. 그냥 즐겁게 무용놀이를 즐기는 동심이 살아있는 교육생들일 뿐이다.

다음 생은 수용되지 않는 삶이기를

다른 프로그램들은 매주 들어가는 강사가 2~3명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강사가 1명이다. 23명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에서 조금 잘하고 센스 있는 교육생들이 보조역할을 한다. 그리고 병동담당 수간호사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준다. 때로는 같이 하기도 한다. 그들이 입은 똑같은 옷과 이들을 지켜보는 교도관만 아니라면 일반인과 크게 다름이 없다.

무용시간이 끝나고 돌아간 병동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출소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나는 모른다. 단지 병동의 침상에서 누워있을 때라도 마음으로 마인드 동작을 하면서 활기를 스스로 생성하고 있다면 좋겠다. 사회에 살아가면서도 무용시간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신체접촉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 인생을 살기 어려울 정도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다. 스스로도 평생을 고통스러워해야 할 만큼 깊은 질곡의 과거를 가진 그들이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고 가야할 길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마음과 영혼의 문짝 하나는 열어놓고 빛과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이곳에 수용되지 않는 삶이기를...


#공주치료감호소 무용교육#서예가 이영미#문화예술교육 사회인식개선#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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