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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료사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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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따라가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요?"

17일 금융위원회(금융위) 관계자가 한숨과 함께 쏟아낸 말이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두고 기획재정부(기재부)와 신경전을 벌이던 금융위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가계부채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규제완화에 줄곧 부정적이던 금융위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부동산 규제인 LTV와 DTI를 각각 70%,60%까지 높이기로 기재부와 협의한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기재부와) 실무진들이 협의중"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 한다고 했으니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규제 완화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LTV를 70%까지 높이면 기존 제2금융권을 쓰던 사람들이 은행권으로 많이 움직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DTI 완화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제팀이 왔으니 전체적인 정책의 흐름에서 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기 경제팀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LTV를 지역에 상관없이 70%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TV는 은행권에서 수도권 50%, 지방은 60%,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에서는 70% 이내로 적용되고 있다.

또 DTI도 지역에 관계없이 60%로 완화한 뒤 내년부터는 규제 없이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DTI는 서울은 50%, 수도권은 60%로 제한되어 있고 지방은 제한이 없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LTV·DTI는 금융안정책이라더니...

그동안 금융위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DTI·LTV를 도입한 이후 10여 년간 미세 조정만 했을 뿐 큰틀은 유지해왔다. 금융위는 부동산 규제를 경기활성화 정책이 아닌 금융안정정책으로 사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LTV와 DTI는 경기부양책이나 부동산정책으로 쓰는 게 아니라 금융안정책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달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와 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자 신 위원장은 입장을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LTV·DTI와 같은 금융정책은 금융안정뿐 아니라 실물경제 지원에도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동산 규제의 합리적 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부동산 규제를 너무 쉽게 내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LTV 70%, DTI 60%로 완화될 경우 은행 대출이 늘어나 가계부채가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약 1025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6.4%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5.6%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9%를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최 장관의 파워가 워낙 세다보니 금융위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선 (최 장관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낡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가계소득 증대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높여서 경제 성장을 꾀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금융 부실로 연결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이나 고객들은 대출을 더 해주고 받으려고 하는데, 정부는 이를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규제를 풀어 가계부채를 더 위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경환#신제윤#LTV#DTI#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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