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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중여치과(治衆如治寡)

일의 효율성을 깊이 따졌고 이를 실천에 적극 옮겨 썼던 인물을 꼽으라면 손자병법으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손무 장경손무(孫武 長卿, 기원전 544년경~기원전 496년경)을 떠올린다.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로 기원전 515년 오자서의 천거를 받은 오나라 왕 합려의 초빙을 받아들여 오나라의 군사(軍師)가 되었다. 합려가 손무의 용병술을 시험하고자 했다.

"선생의 병법 13편을 모두 읽었지만… 궁녀들을 조금이라도 군의 지휘를 따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까"

군대가 아닌, 군령(軍令)이 무엇인지도 모를 궁녀들이 군사의 지휘를 따를 수 있도록 해 보여줄 수 있느냐는 주문을 한 것이다. 다소 어이없을 수 있는 이야기로 합려가 자신의 용병술을 시험하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손무의 입장에서 이해했을 일이다. 손무는 이것을 승낙했다.

합려는 궁녀 180명을 손무에게 내 주며 훈련시키도록 했다. 손무는 합려가 가장 아끼는 궁녀 둘을 대장으로 세워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궁녀들은 훈련에 따르지 않고 장난처럼 여겼다. 그러자 손무는 군령을 세우기 위해 궁녀 둘을 처형하도록 하였고, 합려가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손무는 군령은 왕명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사형을 집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다음가는 궁녀를 뽑아 대장으로 삼고 훈련을 시키자 모든 궁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이 일로 인해 합려는 기분이 상했고, 손무는 그런 합려를 낮게 평가했으나 이후 합려가 손무를 중용하여 상장군을 삼는다.

전쟁을 지휘하려면 전쟁 전에 챙겨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에 대해서도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사기와 곧장 연결될 수 있기에 미리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많은 병사를 한 몸처럼 통솔해야 하므로 평소 작전 수행을 위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몸에 익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 전쟁이 계산했던 방향으로 항상 전개될 것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전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비책까지 미리 세워두어야 할 일이다. 모름지기 장수 된 입장에서나 전군을 통솔해야 할 위치에 있는 자라면 잠을 못 이루고, 가정에 다소 소홀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맡은 임무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하게 정립해 두어야 한다.
손자병법 <세> 편을 보면 이와 관련되는 손자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다.

치중여치과 분수시야(治衆如治寡 分數是也)
투중여투과 형명시야(鬪衆如鬪寡 形名是也)

많은 수의 병력을 적은 수의 병력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길은 조직과 구성에 달려 있다.
많은 병력을 적은 병력처럼 자유자재로 싸우게 하는 길은 약속과 규정에 달려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법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박근혜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3000개나 작동점검을 시켰다니~
▲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법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박근혜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3000개나 작동점검을 시켰다니~
ⓒ KBS2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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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손자)가 살던 시대에서나 이런 고민이 필요했을까?

현대는 더욱 견고하게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이 발달해 고작 몇 십 명이 타던 배에 이제는 수천의 사람이 탈 수 있으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많은 사람을 실어 대륙을 넘어 오간다. 한 국가의 인구가 수만에서 커야 수십만 명에 불과 하던 것이 이제는 이 땅에만도 오천만이 넘는 사람이 산다. 그만큼 치열한 세상이 된 것이다.

전쟁이나 돌림병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고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사건들이었다면, 그런 옛날에 비해 이제는 한꺼번에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사건들은 어떤 장소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런 사고들을 우리는 재난(災難)이라 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이 있는가 하면, 문명의 이기들에 의해 발생하는 재난도 있다. 큰 비가 내리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폭설 때문에 발생하는 재난이나 지진과 같은 지구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재해라면 정부에 대한 시각은 충분히 다르게 나타난다. 수습과정에서 나타나는 대처능력에 대해서 국민이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미미하다 하겠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들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는 문제가 다르다. 물론 여기에 천재지변에 의해 발생한 재난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진행한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2차 재앙은 자연재해와는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방지해야할 책임이 정부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다중이 이용하는 백화점이 붕괴되고 교량이 무너진 사건이 발생했다. 교량은 국가가 직접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자원이고, 백화점은 사업주가 운영을 하지만 관리책임은 국가에게 있다. 이 사건으로부터 충분한 교훈을 얻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서해 훼리호 침몰이나 천안함 사건으로부터 해난사고에 대한 관리감독과 구난에 대한 교훈과 경험이 충분히 되어 있어야 했다.

정부에게 막강한 권한과 힘을 준 이유는 국민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치면 해결하라는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임무를 부여했기에 권력을 만들어 준 것이다. 권력은 책임을 동반한다. 권력을 쥐고 권한만 행사하면 정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보여 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대통령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하는 세력과, 사건만 발생하면 어떻게든 정부나 대통령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하는 이들을 향해 '종북타령'이나 늘어놓는 세력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에 크게 실망했다.

"준비 된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 준비가 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란 말로 어쭙잖게 국민을 설득할 일이 아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진도체육관에서 의료품을 밀쳐놓고 진료를 위해 준비한 테이블에서 컵라면을 먹었다고 여론이 일자 "라면에 계란 넣은 것도 아닌데"라 어물쩍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이미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가 총 동원되어 현장에 집결했어야 옳은 일이다. 유조선이든 군함이든 동원할 수 있고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총동원해 더 이상 침몰하지 않게 받치고 인명을 구조했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모든 탑승객을 구해 낼 만반의 준비로 침몰하는 세월호에 잠수대원을 투입해 인명을 구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80명을 구조했으면 대단한 거 아니냐"는 말로 변명하고, 해난사고에서 구난활동을 했던 전직 UDT 대원들이 모여 활동하는 'UDT 동지회'가 17일 현장에 갔어도 뜻하는 대로 구조 활동은 고사하고 해경에 실망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UDT 동지회는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역군인들의 선배가 아닌가. 민간 잠수부가 아니라 실전으로 다져진 경험자들이고, 현역장병들을 훈련시키던 선배들이다. 그들을 민간잠수부로 취급할 정도로 안전행정부나 해양수산부는 무능함을 넘어 눈이 멀었다.

박근혜 후보 광고2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가지만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던 그는 지금 왜 지금 이 시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묻겠다고만 하는지?
▲ 박근혜 후보 광고2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가지만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던 그는 지금 왜 지금 이 시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묻겠다고만 하는지?
ⓒ 유투브 화면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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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게 정치'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으면 못하도록 하고, 불안전한 것을 안전하게 만든 역할이 정치'다. 관리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 자리가 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가 아니라,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에 대처하고 지원하며 구난활동의 책임을 지는 게 청와대다.

제대로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할 줄 모르는 인물들이 자리나 차지해 지금에 이르렀다면 마땅히 그 자리에 앉힌 자가 그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꽃 같은 어린 생명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고통스러워 할 때, 현장에서 자신은 소박하다고 보여줄 생각으로 라면 한 그릇 먹는 모습이나 보여주니 한심하다. "부덕의 소치로 재난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진심어린 사죄의 눈물을 보여야 할 청와대가 책임이 없다고 발뺌이나 하니 안타깝다.

진실로 국민을 위해 눈물 지울 줄 아는 대통령을 우리는 갖고 싶다. 국민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정부를 우리는 원한다.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가지만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던 그는 지금 왜 지금 이 시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묻겠다고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 동시 기재됩니다.



#박근혜#손자병법#세월호 침몰사고#UDT#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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