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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앞에 선 안성호 작가 작품앞에선 안성호 작가
▲ 작품앞에 선 안성호 작가 작품앞에선 안성호 작가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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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전시하겠다고 나선 작가가 있다.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만하다. 신간 소설집 <움직이는 모래>를 출간한 안성호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던 것이 뜬금없이 소설 전시회를 하게 된 이유였다고 말한다.

팔레드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출판 전시회에서는 소설 속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전시되었다. 소설 움직이는 모래를 시각적, 감상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에서 독자들은 작가가 기억하는 물내음 가득한 동네, 두려움의 존재였던 모래더미, 강을 지키며 떠나지 않았던 물푸레나무의 이미지 등 작가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소설 전시회가 마무리 되는 21일, 팔레드 서울 갤러리에서 작가를 만났다.

- 이번 소설 전시회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다. 계기가 무엇인가?
"내 소설은 비인기 종목이다. 독자가 없으니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숨겨져 있던 독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출신에 2002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가스통이 사는 동네'로 당선도 되었고 이후 알 만한 출판사나 문학지를 통해서 활동했다. 이정도 되는데도 당신의 소설이 비인기 종목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한국 소설시장에는 편식현상이 심한 것 같다. 그러나 인간도 채식주의자만 있을 수 없듯이 글도 다양한 모양과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는 서사중심의 글도 아니고 트렌드가 원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게 이유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써지질 않는다."

대화하는 안성호작가 대화하는 안성호작가
▲ 대화하는 안성호작가 대화하는 안성호작가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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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글을 보면 딱히 주제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의도는 있다. 항상. 하지만 내 글에 한해서는 주제는 모호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런 말도 한다. 주제가 확실한 것들, 예를 들면 전쟁반대나 이런 것에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지만 나에게 주제가 있다는 것은 4컷 만화나 다를 바 없다. 나에게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풍경이 되었든 인간의 심리가 되었든."

- 그러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가려진 인간의 세계를 심리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

- <움직이는 모래>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요양원으로 가시고  폐가가 된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내 유년기를 보냈던 그곳에서 준비 없이 사람이 떠나갔고 값어치 나가는 것들은 주변 인간의 이기적인 손길을 탄 지 오래인... 우두커니 한참을 있다가 오래된 곽성냥 하나를 품고 그곳을 떠났다.

그때 집은 근거 없는 안정을 위한 곳이고 결국 가족은 멸족을 향해 치닫는 서사라는 생각을 했다. <움직이는 모래>에서는 그러한 것을 담아 한 일가의 붕괴되어가는 가족사의 삶의 풍경을 덤덤하게 쓰고 싶었다."

<움직이는 모래> 전시회 풍경 <움직이는 모래> 전시회 풍경
▲ <움직이는 모래> 전시회 풍경 <움직이는 모래> 전시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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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내용이 간간이 있다. 근친상간과 같은 경우가 그랬는데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있을까? 그 가족의 이야기는 가족밖에 모른다. 심지어 성폭력의 경우도 가정 내에서나 아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라는 독단은 없다고 본다.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그렇게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문학평론가 김동원은 안성호의 소설 가운데 사람이 죽은 지 10년 뒤에 시작되는 <자작나무 숲>에서 작가가 죽은 사람을 자작나무 숲으로 살려내는 것을 보고 "죽음을 숲으로 일으키는 힘, 이런 것이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고 운을 뗐다. 상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 표현하는 것은 깊이를 가져다주는데, 그것이 안성호 작가의 매력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이번 안성호의 전시회가 소설의 글귀들이 튀어나와 사진들과 짝을 맞추고 있어 느낌이 남달랐다며  이번 전시회와 같은 방법으로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문한 팬과 담소중인 안성호작가 방문한 팬과 담소중인 안성호작가
▲ 방문한 팬과 담소중인 안성호작가 방문한 팬과 담소중인 안성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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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 작가의 오랜 독자라는 이혜린양은 프랑스 5대 디저트 중의 하나인 크렘 뷔릴레를 그의 작품에 빗대며 "윗면의 와지끈 부서지는 캐러멜과 그 안에 숨은 커스타드의 향긋한 바닐라, 그 따뜻한 향과 시원한 촉감이 살아있는 느낌이 안성호 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라고 했다. 혜린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은 읽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나가사와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안성호 작가의 작품도 많이 읽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독자의 기호에 맞추어 자신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독자와의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고 본다는 안성호 소설가. 그와 인터뷰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성형을 하기 보다는 예쁜 립스틱을 하나 사서 바르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여자의 마음을 느꼈다. 그것이 밥 뜸 들이는 기분으로 냈다는 <움직이는 모래>이후 올해 늦은 봄 출간 될 소설이 기대되는 이유일 것이다.


#안성호#움직이는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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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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