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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7월 20일에서 24일까지 실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찬반을 묻는 전체 당원투표에서 67.7%의 당원이 폐지를 찬성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고, 안철수 의원 측은 아직 창당조차 하지 않아 오리무중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심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성향으로 보아, 민주당도 타당의 정당공천제 유지를 빌미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강행할 우려가 있다.

물론 정당공천제에는 장점과 단점, 양면이 있다. 공천제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정치인재를 발굴해 육성하고, 공정한 공천을 통해 부적합자를 걸러내고, 여성 등 소수자의 정치 진입을 돕는 정점을 집중 홍보한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정당들이 그럴 만한 능력이 있으며 그럴 생각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천제 유지의 본심이 공천제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개인적 이득 때문임은 천하가 다 아는 일 아닌가. 따라서 정당공천제 주장은 그 주장의 이유가 타당한가라는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다.

반면 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 공천비리 배제 ▲ 지역 내 1당독점 완화 ▲ 국민여론 반영 ▲ 다양한 인재 진입 허용 ▲ 정당분권 추구 등의 장점을 내 세운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해도 이 장점들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은 그 주장의 이유가 타당한가라는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한다.

이제 2차 관문이 남아있다. 사실 두 주장 모두 그 주장의 이유는 바람직한 것들이다. 따라서 어느 주장이든 그 주장으로도 다른 주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관철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2차 관문이다.

정당공천제는 이미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지만, 혹시 2차 관문을 통과하는지를 살펴보자. 정당공천제를 실시해도 정당공천제 폐지의 이유인 공천비리를 없앨 수 있나? 지금까지의 장구한 공천비리의 역사는 그 가능성을 일축한다. 지역 내 1당 독점 폐해를 없앨 수 있나? 그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 성향 이외의 다양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나? 민주당에서 민주당 성향이 아닌 인재를 영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당분권을 추구할 수 있나? 국회의원이 지역 당원을 관리하는 현 체제에서 중앙당의 정치역학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공천은 불가능하다.

반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도 정당공천제 유지 주장의 이유인 정치인재 발굴이 가능한가? 인재란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이다. 정치 부적합자를 골라낼 수 있는가. 그건 당연히 유권자가 투표로 결정할 일이지 정당이 공천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여성 등 소수자 정치진입을 보장할 수 있는가? 그건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개선해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여성명부제 등이 소수자를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권고되고 있다.

앞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정당공천제 폐지의 타당성을 입증하였지만, 정당공천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그것의 중앙집권적 행태에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성향은 한국의 지방자치를 질식시키고, 지방의 모든 물자를 서울로 집중시켜 지역불균형을 초래한 원흉이다. 따라서 한국 개혁의 초점은 중앙집권의 타파에 있고 정치개혁도 정당의 분권화가 그 핵심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바로 정당분권화의 첨병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당공천제 폐지의 현실화 여부다. 민주당이 이미 당론을 정당공천제 폐지로 결정한 현재로서는 열쇠는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새누리당에게 정당공천제 폐지를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양당 의원들 간에 정당공천제 유지에 대한 이심전심의 교감이 흐를 것이므로 이 일의 성취는 매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새누리당도 정당공천제 폐지가 대선 공약이었으므로 공약을 쉽게 내팽개칠 수는 없겠지만, 어디 내팽개쳐진 공약이 한둘인가.

또한 민주당이 당론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새누리당 측과의 대화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철수 의원 측도 대선 과정에서 공천제 폐지를 공약한 만큼 공천제 폐지의 실천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지방분권#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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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냈고 '지방이 블루오션이다', '균형이 희망이다' , '광주전남자립발전론'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국가는 균형발전과 분권, 지역은 자치에 몰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국가가 할 일을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의 시정에 관심을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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