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어요!""맛있는 거? 먹고 싶은 게 뭔데?""부대찌개요."
"부대찌개…."학교 다녀온 막둥이가 저녁에 맛있는 걸 해먹자고 합니다. 아내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좋은 일자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제가 저녁을 할 때가 많습니다. 막둥이는 배만 고프면 아빠가 하는 음식이 더 맛있다며 뭘 해달라고 합니다. 저는 막둥이가 먹고 싶다면 거의 다 해줍니다.
"그럼 아빠하고 장보러 가자."
"아빠 정말이에요? 와! 오늘 저녁은 부대찌개 먹겠다. 난 아빠가 해주는 음식은 무엇이든지 맛있어요.""엄마가 해주시는 음식도 맛있어."
"당연하죠. 엄마와 아빠 음식은 다 맛있어요."
모든 찌개가 다 그렇듯 '육수'를 잘 내야 합니다. 육수를 잘 내지 못하면 그 찌개는 맹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저의 육수 내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물론 꼭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멸치육수입니다. 이번에는 멸치에 표고버섯을 함께 섞어 육수를 냈습니다. 표고버섯은 동생이 직접 키웠습니다. 멸치+표고버섯 육수를 냈으면 건져냅니다. 육수를 한 번 내면 끝내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멸치 육수에 소시지와 햄·돼지고기를 넣고 다시 육수를 냅니다. 부대찌개집에 가보면 육수에 햄과 소시지를 넣고 끓이면서 먹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예 햄+소시지+돼지고기 육수를 냅니다. 육수를 두 번 내면 국물 맛이 깊어집니다.
"아빠 왜 멸치 육수만 내면 되지 햄·소시지·돼지고기는 왜 넣어요?""멸치육수만 내면 깊은 맛이 우러나지 않아. 그런데 햄·소시지·돼지고기를 넣으면 깊은 맛이 난단다."
"저는 나중에 햄을 넣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 끓이면서 넣어도 된다."
"아빠가 햄·소시지 육수를 내면 더 맛있다고 하니까…, 저는 햄 육수를 내는 게 좋아요."
"막둥이는 아빠가 그렇게도 좋아?""그럼요."엄마가 육수를 낼 때는 멸치만 상요하는데 아빠는 햄을 넣고 또 육수를 내니 막둥이는 신기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냈는데 맛이 없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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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를 넣고 다시 끓입니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
ⓒ 김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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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양파와 대파를 넣고 끓이면 맛있는 부대찌개가 됩니다. |
ⓒ 김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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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닙니다. 두 번 낸 육수에 묵은지를 넣고 또 육수를 냅니다. 햄+소시지+돼지고기 얼마나 기름진 육수입니까? 느끼한 육수가 됩니다. 묵은지가 들어가면 기름진 맛을 없애줍니다. 묵은지는 또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묵은지가 맛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집 김장김치, 정말 맛있습니다. 갈수록 김치가 맛이 납니다. 묵은지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소금과 간장을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묵은지를 넣고 계속 끓이면 김치 시원한 맛이 저절로 우려납니다. 여기에 양파와 대파를 넣고 다시 끓이면 부대찌개가 됩니다.
학교 다녀온 큰 아이와 둘째 아이도 부대찌개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부대찌개가 먹고 싶었는데 아빠가 끓어주니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누나 오늘 아빠가 부대찌개 끓였다."
"정말 부대찌개 먹고 싶었는데….""아빠가 육수를 세 번이나 냈다. 내가 맛을 보니까 정말 맛있어.""아빠가 하는 음식은 다 맛있잖아.""오늘은 밥 많이 먹어야겠다."막둥이는 무려 세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호호' 하면서 얼마나 맛있게 먹든지 제가 다 놀랐습니다. 이제 우리집 부대찌개는 제 담당이 될 것 같습니다. 부대찌개 담당을 하더라도 아이들과 아내가 맛있게 먹으면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