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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부터 서울 교육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싼 서울시 교육청과 의회의 갈등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징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로 취임한 문용린 교육감은 2013학년도 신규 혁신학교지원 예산을 전면 수용했다. 그러나 갈팡질팡한 정책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일으키더니 2013년도 수용 예산중 올해 신설되는 두 학교(우솔초등학교, 천왕중학교)를 혁신학교 지정에서 제외하겠다고 번복했다.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들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예산을 통과시킨 의회와는 불필요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교육위원회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하는 이 시점에서 의회와 집행부 간의 갈등이 교육감 취임 1달도 되지 않아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싸움에 가장 피해를 본다는 점을 생각할 때 퍽 미안한 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교육을 둘러싼 문제들은 처음에는 보수와 진보의 관점의 차이로 시작하여 이제는 교육 자체가 지나치게 정치의제화되어 진보세력 대 보수세력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그동안 곽노현교육감 정책이라면 사사건건 쌍지팡이를 들고 반대해왔다. 문용린교육감은 바로 이들 보수단체가 선출한 단일화후보 출신으로, 결국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등에 대해서도 교육적 판단보다는 진영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2013년 2월에 열리는 임시회를 앞당겨 1월 중순에 현안보고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연초 부서별 문용린 교육감 공약사업 짜기에 바쁜 교육청 직원들이 이곳저곳에서 '부담스럽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갈팡질팡하는 문용린 서울교육감을 바라보며 설사 보수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더라도 합리적인 태도로 서울교육을 대하기 바랐다. 화려한 스펙으로 말하자면 국립대에서 교수정년을 마쳤으며, 한국의 내로라하는 교육학자이자, 교육부장관 출신 아니던가?

그러나 막상 1월 18일 오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서울교육청 현안보고를 연구실 TV모니터로 지켜보며, 그 기대는 난망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문용린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노회한 나머지 처음에는 갈팡질팡하며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보이더니 결국에는 자신을 추천한 보수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사는 만사라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교육감선거운동본부 인사들을 교육청TF팀에 받아들이거나(2013.1.21 한겨레 기사 <문용린, 약속 어기고 또 사교육업체 대표 기용> 참고) 비리로 물러난 전전임 공정택교육감의 측근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등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

물론 그들이 모두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뿐더러 전임 곽노현교육감 인사 또한 매우 잘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인사승진의 구조가 너무 낙후되어있어 교수출신 교육감의 한계와 사각지대를 엉뚱한 세력들이 독점하기 때문인데, 결국 이번인사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이 부각되며 서울교육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교육운동가이자 시의원으로서 나는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고 있다. 공교육의 표준인 혁신학교는 현재 69곳, 엄마들의 인기가 높다. 나는 2011년 혁신학교 지정심사위원으로 여러 학교를 방문한 바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사, 학부모 50%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학부모, 교사, 교장선생님 등 다양한 그룹을 심사한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에게 더 높은 성적, 더 많은 지식을 주는 학교가 아니다.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행복한 재학생, 자신감 있는 졸업생을 기르는 학교이다.

획일화된 대학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개성과 소양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똑똑한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이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원비를 정부에서 보조하는 예산 소모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교육의 틀을 바꾸는 정책이다. 학부모들은 정작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자세히 모른 채로 왔다가 심사 중 혁신학교설명을 들으면 점차 눈을 반짝이며 꼭 지정되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니 어느 부모가 이런 학교를 원하지 않겠는가?

그간의 사업진행과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혁신학교 지정 관련 일지
▪ 2010년 12월까지 혁신학교 대상 심사
▪ 2011년 1월 혁신학교 지정
▪ 2011년 20개교에서 시작해 2012년 61개교, 2013년 70개교, 2014년 174개교를 선정, 총 300개교 선정 예정
▪ 2014년까지 설립예정인 31개교도 모두 혁신학교로 설립예정이나, 2013학년도에 새로 개교하는 학교를 지정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논란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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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일반학교
학급당 인원
25명 내외
35명
학년당 학급
5학급
10학급 이상
교장 권한
자율운영
일반적
교육과정
다양화, 특성화, 맞춤형 교육
일반적
교육형태
학습자 중심 교육
일반적
교육내용
학습능력 향상 및 인성교육
성적 위주
교원업무
전문성 신장, 잡무, 업무부담 경감
일반적
교육청지원
매년 1억원안팎의 예산을 추가지원
없음
기타
학부모와 파트너쉽 구축
지역사회와 협력네트워크 구축
없음

혁신학교가 '전교조학교'라는 소문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세력 간의 논쟁을 떠나 공교육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혁신의 움직임은 필수불가결 했다. 어차피 혁신학교의 성공은 교육청이 달성한 것이 아니다. 공교육혁신에 목마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이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그 돈으로 교사들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그 예산이 빛을 발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혁신학교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내 경험으로 공교육은 신뢰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답을 한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한 번 더 믿어 보겠다며 혁신학교를 세워달라고 청원을 하는데, 왜 새로운 교육감은 '교육 소비자'라고 치켜세우던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는가? 질 좋은 교육(상품)을 원하는 교육 주체들에게 새 교육감은 공권력 남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용린교육감의 남은 임기 1년 6개월은 무엇을 바꾸기에는 안정적인 시간이 아니다. 교육 사업은 그의 임기대로 어차피 1년6개월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백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할 양육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설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느냐 마느냐는 소모적인 논란이 아니라, 혁신학교를 객관화시켜 그 성과를 조명하고 도입 3년차를 맞아 제대로 된 점검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기존에 설립된 혁신학교운영의 기조를 유지하고 보완하며 그들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시키고, 교육청이 그들의 네트워크와 단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의 새 교육감, 문용린교육감이 할 일이다.


#혁신학교#문용린#교육#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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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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