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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입대 이후 군 관련 기사에 바짝 눈길이 간다. <국방일보>는 가정의 달을 맞아 '군대도 가정이다'라는 고정란을 선보이고 있다. 첫 순서는 육군부사관학교 양성교육대의 한 소대장이 교육생에게 매주 손 편지 20통을 쓰는 사연이 소개됐다. 지금까지 이 소대장이 쓴 편지는 500여 통이란다. 병무청 역시 행복 나눔 1, 2, 5 운동을 전개 중이란다. 주 1회 주변환경 돌보기 및 사회봉사 참여, 매월 2권 이상의 독서, 매일 5가지 이상의 감사편지 쓰기가 이 운동의 핵심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가정으로 우리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싶은 차에 아들에게 편지가 왔다. 아들이 신병교육대대에 있을 때는 편지가 자주 왔지만 자대배치 후는 전화 통화가 가능하기에 편지는 뜸했다. '어버이날 편지'라고 제목을 뽑은 아들은 편지를 통해 속내를 털어놨다.

 아들이 보낸 편지를  보고  남편과  나는 꽃의 계절에 어울리도록  꽃무늬 편지지에 답장을 썼다.
 아들이 보낸 편지를 보고 남편과 나는 꽃의 계절에 어울리도록 꽃무늬 편지지에 답장을 썼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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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하니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입대해서 훈련병 시절 수류탄을 던지고 행군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때는 '빨리 자대 가고 싶다' '과자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8주간의 훈련병 생활을 해야만 좋은 추억도 생기고 작은 것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낼 후임이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쉽지만 며칠 후면 후임이 들어옵니다. 후임 맞은 준비는 예전부터 돼 있었는데,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행정계원으로서 알려줄 것은 친절히 가르쳐 줄 것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혼내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선임으로서 챙겨줄 것은 확실히 챙겨주는 좋은 선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전역까지 14개월 남았습니다. 아직 반도 하지 않은 군생활이지만 제대 후 생각했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매번 느끼지만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대를 한 것이 제 인생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천상동호수공원에는 양귀비꽃이 만발했다.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부천상동호수공원에는 양귀비꽃이 만발했다.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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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맘 때 저는 병장입니다. 그때 이 편지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의 편지를 받거나 통화를 하고 나면 정말 힘이 생깁니다. 이 편지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달 휴가 가서 뵙겠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적은 아들의 편지를 보고 평소 표현을 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바로 답장을 썼다.

"아들 편지 받으니 새롭고 고맙고 참으로 행복하다.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군에 관한 문제로 고민했는데, 어느새 몸도  마음도 완전 대한의 군인이 돼 잘 적응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구나. 선임 깍듯이 대하고 후임 배려하며 규정을 잘 준수하는 군인 돼라. 너와는 잠시 떨어져 있지만 엄마, 아빠는 항상 너의 지원군이란다.

너 초등학교 친구 태권소년 용환이 알지? 어제 텔레비전에서 중계한 전국태권도대회에 나왔더라. 89kg 이하급으로 출전했는데 아쉽게도 상대 선수에게 졌어. 너 6월에 휴가 나오면 여수세계박람회에 다녀올까 해. 의미있는 휴가가 된다면 군 생활의 활력이 되겠지. 상동호수공원에는 양귀비꽃이, 백만송이 장미공원에는 장미가 만발했어. 이꽃들도 너를 기다리고 있어. 잘 지내. 아빠가."

 수도권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부천 도당공원 백만송이 장미원.  
아직 꽃봉오리로 머물러 있는 꽃이 많아 아들이 휴가 나오는 6월에도 
볼 만할 것 같았다.
 수도권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부천 도당공원 백만송이 장미원. 아직 꽃봉오리로 머물러 있는 꽃이 많아 아들이 휴가 나오는 6월에도 볼 만할 것 같았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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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보며 국방부와 병무청에서 감사 편지 쓰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편의 진심이 담긴 편지가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행복하게 하다니.

원불교 이광정 좌산상사가 쓴 <마음수업>에 나오는 글귀가 떠오른다. 이 책에는 "마음이란 방치하면 묵정밭이 되지만 가꾸면 황금밭이 될 수 있다. 묵정밭이 되면 온갖 독초, 잡초가 무성해 자타 간에 큰 피해를 주지만 황금밭이 되면 온갖 오곡백과의 은실이 열려 자타 간에 큰 은혜와 행복을 안겨준다"라고 나와 있다.

군은 병사들의 신체 단련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꾸는 일에도 관심 기울였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전개하고 있는 감사 편지 쓰기 운동과 병영 독서운동 등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로서 흐뭇한 소식이다.

나는 그동안 스크랩해 둔 신문자료와 6월에 우리고장에 개장하는 캠프장 소식, 아들 학교 소식을 담은 편지를 넣었다.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을 노래한 다음과 같은 시도 적었다. 이 편지 받고 더욱 마음이 건강하고 늠름한 대한의 아들이 되면 좋겠다.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는 단 한 줄 때문에 
양평에 소나기 마을 조성되었다고 한다. 최근 다녀온 황순원 문학촌소식도 전한다. 순수 ,절제, 나라 랑을  실천했던 <소나기>의 황순원 작가는 아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는 단 한 줄 때문에 양평에 소나기 마을 조성되었다고 한다. 최근 다녀온 황순원 문학촌소식도 전한다. 순수 ,절제, 나라 랑을 실천했던 <소나기>의 황순원 작가는 아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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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 로버트 브리지스

6월이 오면 나는 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를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일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 일기 8 #군대도 가정이다. #행복 나눔1,2,5 운동#국방부#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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