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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체 게바라처럼 손가락을 빠는 아이를 낳은 아내. 어느 한의사는 아기집이 약해 아기를 잘 낳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자연분만'으로 무려 셋이나 낳았습니다. 첫 아이는 거의 12시간 진통을 했지만 둘째는 4시간 정도 했습니다. 막둥이는 처형이 아침에서 오더니 "오늘 예정일인데 왜 아직 병원가지 않느냐"며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진통은 커녕 몸에 별 느낌도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 아내는 처형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밖에 나갔습니다. 간호사들은 금방 아기를 낳을 산모가 사라진 것을 보고 이러저리 찾아다녔습니다. 처형과 밥을 맛있게 먹고 온 아내에게 간호사들.

"아기 낳을 산모가 어디갔었어요."
"배가 고파 밥 먹으려 갔어요."
"예? 아기 금방 낳는다고 말했잖아요."
"알고 있었지만 배가 고파서."

"아기를 곧 낳을 산모가 이렇게 하는 것 처음 봤습니다."

간호사들은 놀란 토끼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분 후 막둥이를 낳았습니다. 이런 아내인데 아기집에 약하다고 했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기 낳은 산모가 밥 먹고, 밥 먹은지 30분만에 아기를 '쑥'낳았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좋아해도, 친정 엄마 보다 못하지요

 엄마가 밥 먹고 30분만에 태어난 막둥이
 엄마가 밥 먹고 30분만에 태어난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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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아내는 아기를 낳으면 산후조리를 어디서 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는 산후조리원도 얼마 없었고, 설혹 있다고 해도 아내를 그런 곳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친가에서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남편이 출산을 큰댁에서 하라고 한다. 친정과 시댁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 어느 여자나 마음과 육신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은 친정이겠지. 남편은 부모님의 기도 속에서 영헌이가 생활하기를 원하고 있다." - 2008년 3월 7일(금요일)

아내도 시가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친정 엄마가 품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시어머니가 잘해준다고 해도 친정 엄마보다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알겠지만 결국은 제가 산후조리를 하게 됩니다.

아기가 뱃속에서 점점 자라면서 아내는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차가 없어 멀리 갈 수도 없었습니다. 때마침 막내동생이 와서 거제 해금강 나들이를 갔습니다.

"흐린 날씨다. 거제 해금강을 관광했다. 넓게 펼쳐진 바다. 푸른 산, 맑은 공기. 영헌이가 아름다운 자연에서 하나님 은혜를 깨닫는 고운 심성을 지닌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 3월 11일(화)

 15년만에 다시 찾은 거제 해금강 신선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거제 해금강 신선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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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유독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동양의 나폴리라고 하는 통영도 바다가 참 아름답지만 거제 해금강 바다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번에 다시 해금강에 다녀왔습니다. 해금강은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우리만 나이가 15살을 더 먹었을 뿐입니다. 아내가 조금만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타박합니다.

"왜 병원 가지 않으세요."
"견딜만해요."
"아닌 것 같은데. 빨리 가세요."

"그럼 같이 가요. 나도 당신이 병원 가면 같이 가잖아요."
"어떻게 한 시간도 안 떨어질려고 해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기를 가지면 철분이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철분제를 먹었는데 그만 아껴 먹는다고 이틀에 한 번쯤 먹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철분제를 확인했는데 반도 먹지 않았습니다.

빈혈제가 아까워 아껴 먹었다는 아내, 마음이 아픕니다.

"빈혈제를 복용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성 껏 복용하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이 약 검사를 하였다. 약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냈다. 남편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어리석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약을 아껴 먹었다." - 3월 13일(목)

 아내가 온 정성을 다해 키웠던 큰 아이. 눈물 범벅에 체 게바라처럼 손가락을 빨고 잠들었다
 아내가 온 정성을 다해 키웠던 큰 아이. 눈물 범벅에 체 게바라처럼 손가락을 빨고 잠들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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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철분제가 얼마 한다고 그것을 아껴 먹습니까? 아마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무료로 준 것 같은데. 그것을 아껴 먹다니. 자기만 아니라 아기를 위해서도 먹어야 하는데. 이런 습관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자기는 잘 못 먹어도 아이들은 꼭 챙깁니다. 엄마들 마음이 다 똑같을 것입니다. 생명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생명이 꿈틀거릴 때마다 아내와 저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남편이 배에 손을 올려 영헌이에게 장난을 쳤다. 영헌이 반응에 우리는 한바탕 웃고 즐거워 하였다." - 3월 14일(금)

생명을 경험할 때마다, 이 세상 귀하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음을 알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생명에 대한 편견은 없다는 것을 첫 아이를 통해 알았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는 가운데 참 따뜻한 목사님이 계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밥은 잘 소화가 되지 않아 힙들다. 과자난 아이스크림 등 간식은 그래도 조금은 소화가 되어 몸에 가벼움을 느낀다.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책에는 자궁이 커지면서 위와 장을 압박해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 한다. 목사님깨서 새벽기도회 참석이 힘들면 집에서 쉬어도 된다는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다. 목사님의 위로는 항상 눈물을 흘리게 한다." - 3월 15일(토요일)

지금도 이 분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작은 것이지만 그 때를 잊지 못해 동생이 지은 먹을거리를 보내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꼭 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다. 우리집은 지금도 닭강정을 좋아하는데 아마 아내가 첫 아이를 가진 후 워낙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장어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던 아내

"닭강정을 만들었다. 갱엿이 필요한 요리이다. 갱엿이 어떤 것인지 몰라 시장 아주머니께 물어보고 정성을 드려 음식을 만들었는데…. 닭다리와 가슴뼈가 조금 남았다." - 3월 23일(일요일)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내가 '장어국'이 먹고 싶다길래 끓여주었습니다. 아내는 앉은 자리에서 짬뽕 그릇에 세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한 번씩 그때를 떠올립니다. 어떻게 먹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억만금을 준다해도 먹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아버님이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버님 C.T촬영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병명 2~3개월 생을 사실 수 있다 하신다, 아버지께 드린 엄마의 수고가 새롭게 다가온다. 아버님께서 주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아픔과 고통 가운데서도 소망 안에서 생활하시고 억한 마음 보다는 담대한 마음으로 병마를 이길 수 있으시길 기도한다. 인간의 생명은 여호와의 손에 있는 것, 최손을 다해 부모님을 섬기자." - 3월 31일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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