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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걸음 걷기 운동를 지난 주부터 하고 있는데 다행히 '작심삼일'은 아니었습니다. 만 걸음은 아니지만 8천 걸음을 이상은 하루 정도 빼고는 항상 걸었습니다. 며칠 되지 않아 몸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강둔치에서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난해와는 분명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하루는 혼자, 하루는 막둥이와 아내, 하루는 큰 아이와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월 10일에는 큰 아이와 1시간 이상을 같이 걸으면서 많은 학교 생활과 미래 설계 따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큰 아이는 2주 동안 학교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합니다. 지난 여름방학때는 컴퓨터 조립을 공부해 자신이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는 쾌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큰 아이는 컴퓨터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컴퓨터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 관련 책을 읽어 상상력을 키우고, 깊이있는 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 어디갔어?"

13일, 온 가족이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남강둔치 자전거 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둥이가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네요. 결국, 아내가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자전거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오겠답니다. 덕분에 '엄마 찾아 삼만리'가 아니라 '엄마 찾아 5천 보'라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엄마 어디갔니?"
"자전거 빌리러 갔어요?"
"자전거? 그런데 왜 아직 오지 않니. 벌써 10분이 넘었는데?"
"아빠, 제가 한 번 가 볼게요."

큰 아이가 엄마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빠, 엄마가 없어요?"
"엄마가 없다? 그럼 어디간거야. 휴대전화도 안 가지고 간 것 같은데. 나한테 말을 하고 가야지. 이럴 꺼면 진즉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갔어야지."
"아빠, 내가 다시 엄마 찾으러 갈 볼께요."

딸 아이가 나섰습니다. 큰 아이에게 동생을 기다리라고 말하고 막둥이와 아내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전화번호였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 아내 목소리였습니다. 아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었나 봅니다.

아내는 종합운동장에서 허리돌리기 500번

"여보, 어디예요? 지금 어디있어요?"
"여기 종합운동장이잖아요. 지금까지 뭐하는 거예요?"
"아니, 종합운동장에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우리는 당신 자전거 빌리려 간 줄 알고 여기서 기다렸잖아요."

저는 이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아내는 혼자 종합운동장에 가버리고,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엄마 찾으러 나간 것입니다. 막둥이와 저는 남강둔치로 갔습니다. 남강둔치를 거쳐 종합운동장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기다리면 아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화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강바람이 참 차갑습니다. 엄마를 찾으러 간 아이들도 오지 않으니 더 화가 났습니다. 막둥이가 아빠에게 말을 걸었지만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엄마는 종합운동장에 갔다더니 왜 오지 않는거야!"
"엄마, 어디가셨어요?"
"건너편 종합운동장에! 아니 전화를 하고 남강둔치에 있는 줄 알면 빨리 와야지 뭐하는 거야! 네 형이랑 누나도 안 오네..."
"…."

화난 아빠 모습을 본 막둥이는 할 말이 없습니다. 20분을 바람부는 둔치에 있는 데 저 멀리 아내가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어쩌면 아내가 조금 더 늦게 온 것이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아니, 자전거 빌리러 가면 나에게 말을 하고 가야지."
"아니, 자전거 같이 타려면 당연히 빌려야지요. 막둥이 자전가가 없잖아요."
"아까 전화했는데 지금까지 무엇했어요?"
"종합운동장 주변에 운동기구가 많잖아요. 허리돌리기 500번하고, 마침 고등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 구경도 좀 했어요. 당신이 올 줄 알았죠."
"내가 그런 전화받고 당신한테 갈 줄 알았어요. 내 성격 몰라요?"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내 할 것 하고 가자' 이렇게 생각했지."

남매는 엄마찾아 5천 걸음

아내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 마침 큰 아이와 둘째 아이도 왔습니다. 엄마를 찾다가 찾지 못해 '엄마 찾아 5천 보'를 했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그냥 남강둔치로 온 것입니다. 딸 아이는 엄마를 보자 울먹이면서 어디갔다 왔는지 따지면서 품에 안깁니다.

 30분만에 만난 아내와 딸, 딸 아이는 엄마를 보자 울음부터 터뜨렸습니다.
 30분만에 만난 아내와 딸, 딸 아이는 엄마를 보자 울음부터 터뜨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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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만에 만난 아내와 딸, 딸 아이는 엄마를 보자 울음부터 터뜨렸습니다.
 30분만에 만난 아내와 딸, 딸 아이는 엄마를 보자 울음부터 터뜨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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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갔다 왔어요?"
"종합운동장에."
"가면 간다고 말해야 되잖아요?"
"엄마가 간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는 아빠하고 너희들이 먼저 간 줄 알고 바로 갔잖아."

"엄마 찾는다고 얼마나 돌아다녔는데..."

'독수리 5형제'가 30분만에 다시 모였습니다. 이제 남강 둔치를 달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마주치는 바람 때문에 조금 힘들고, 바람도 찼지만 마음은 상쾌했습니다. 운동은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하나 봅니다.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남강을 동무삼아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우리처럼 가족이 나온 분들까지. 다들 건강한 모습입니다.

"사람들 운동 많이 하네요."
"그렇지. 공기 좋고, 남강을 벗삼아 걸으면 얼마나 마음이 상쾌하겠어요.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아요. 만보기 차고 만 걸음 걷다보면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사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차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거나, 장바구니에 과일 한 박스를 사는 게지 이래저래 몸에 좋은 일 아니겠어요?"


 해넘이가 다 되었는데 남강둔치를 걷고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해넘이가 다 되었는데 남강둔치를 걷고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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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준 남강에 참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벌써 해가 잠자리에 들 모양입니다. 하루동안 온 만물에게 모든 것을 다 줬던 해도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아침 다시 떠 올라 온 만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겠지요. 그래서 저는 해돋이보다는 해넘이를 더 좋아합니다.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디카지만 해넘이를 찍어 봤습니다. 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도 살 수 없고, 이 세상 어느 것도 살 수 없지요.

 해님이 피곤한 하루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님이 피곤한 하루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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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펌프줄에 없네 "양심 불량이야"

30분만에, 5천 걸음만에 아내와 엄마를 만나고, 둔치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고, 해넘이까지 본 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남강둔치 자전거 보관소에는 공기를 주입하라고 펌프를 비치해 뒀습니다.

타이어에 공기가 얼마 없어 주입하기 위해 펌프를 집어 들었는데 펌프 몸체는 있고, 펌프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가져간 것입니다. 펌프는 아예 자물쇠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가져 가지는 못하고 펌프줄만 가져 간 모양입니다. 참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괜히 집어 들었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양심불량."
"맞아요, 양심불량이예요. 어떻게 이것만 가져가요?"
"그래, 이런 일 하면 안 된다. 둔치에 오는 모든 사람이 다 사용해야 하는데 펌프줄만 뽑아가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잖아.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나쁜 짓이야. 너희들은 이러먄 안 돼, 알겠어?"
"우리는 안 그래요."

 둔치에 비치해둔 자전거 펌프 그런데 몸체만 있고 펌프줄은 누군가 빼 가버렸습니다.
 둔치에 비치해둔 자전거 펌프 그런데 몸체만 있고 펌프줄은 누군가 빼 가버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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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이지만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양심 불량이자 얌채의 흔적을 만난 것입니다. 펌프줄 가지고 가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하지만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둔치에서 자전거를 재밌게 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엄마 찾아 5천 보'도 끝났기 때문입니다.


#남강둔치#아내#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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