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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과 폐지?

오랜만에 대학원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평소 연락을 하지 않았던 터라 데면데면했을 것임에도 선배는 인사 뒤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내용인즉슨 현재 학교에서 과를 폐지하려고 하는데, 졸업생의 입장으로서 이에 대해 대책을 논의해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렇다. 난 최근 구조조정의 위기에 몰려있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의 대학원 졸업생이다. 타 대학 학부과정에서 사회학과 사학을 전공한 뒤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 입학했으며 <북한의 국민정체성과 한국전쟁>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쓴 뒤 졸업하여 현재는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다.

본인은 졸업생의 입장으로서 이번 학교 당국의 북한학과 폐지를 반대한다. 학교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한정된 대학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사회흐름 및 요구에 부합하는 학문구조가 필요하다"며 "미래교육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주장일 뿐, 북한학과 존폐에 대한 논의는 좀 더 진행되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내가 북한학과 대학원을 지원했던 이유가 아직까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북한학과에 가게 된 이유

내가 처음 북한학을 공부하겠노라고 마음 먹은 것은 사회학을 공부하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접하고 나서였다.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앞에 내가 내린 결론은 분단이었다. 난 '분단'이라는 사회구조적 조건이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분단구조 하 우리와 쌍둥이인 북한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나의 결심은 군대에서의 특수한 경험으로 인해 더욱 굳어졌다. 나는 1999년 2월 군번으로써 서부전선 최전방 수색중대에서 복무를 하였는데, 1999년 6월 15일과 2000년 6월 15일 1년을 차이로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목도해야 했고, 이를 계기로 진지하게 북한학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연평도 해전으로 인해 유서를 써야 했던 1999년과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아스팔트를 비로 쓸었던 2000년의 모순된 경험이 나를 자극한 것이다.

난 대학 졸업 후 동국대 일반대학원 북한학과에 진학했다. 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의 교집합으로서 북한학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내가 고민해온 분단의 문제를 공부하고자 했다. 물론 지금까지 공부해온 사회학이나 정치학의 테두리에서 북한을 공부할 수도 있었지만 북한을 총체적으로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북한학'이라는 지역학을 공부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으며, 추후 사회에 나가더라도 북한학 전공이 나의 전문성을 알리는데 있어서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학을 전공하면 북한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나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나는 대학원에서 이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자료들을 보며 기존의 편견들을 고칠 수 있었고, 나름 북한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최소한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였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분단으로 왜곡되어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동국대 북한학과 폐지를 반대한다 시대에 대한 배반을 멈춰라
▲ 동국대 북한학과 폐지를 반대한다 시대에 대한 배반을 멈춰라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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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까지도 통일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북한학과를 학교 당국이 폐지하려고 한다. 폐지의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는 미래교육 운운하지만 한마디로 이는 북한학과가 인기가 없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는 연계전공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폐지와 다를 바 없다. 북한학을 정치학이나 사회학 등 일반 학문의 소분야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지역학으로서의 이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역학은 그 대상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의 학문이 함께할 때 시너지가 나기 마련인데, 북한학과의 폐지는 그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북한학과의 폐지는 옳은 것일까?

무엇보다 학교 당국의 이번 결정에 관하여 우리가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북한학이 가지는 특수성이다. 북한학은 단순한 지역학이 아니다. 물론 어느 지역이건 연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만은, 북한이란 대상이 특수한 이상 북한학 역시 특수할 수밖에 없다. 분단구조 속에서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며, 추후 통일이 되거나 긴밀히 교류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북한에 대한 지역학이 어찌 다른 지역학과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비근한 예로 통일부를 보자. 1968년 창설된 통일부는 말 그대로 남북 간의 특수 조건에 의해 탄생된 국가 기구이다. 으레 국가의 외교와 관련 되어서는 외교부가 그 모든 걸 맡게 되지만 남북 관계에 대해서 굳이 통일부가 존재하는 것은 남과 북의 관계가 일반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이며, 동시에 따로 통제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일반화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특수성이며 한계인 것이다.

MB는 정권 초, 통일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 남북 관계보다 한미 관계가 중요한 그로서는 남북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남북의 관계 역시 외교부 아래 두어 일반적으로 관리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에게 북한은 우리의 분단 쌍둥이가 아닌, 가장 근처에서 말썽피우는 불량국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MB의 정책 때문에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금강산 관광 중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 참혹한 결과이지 않았던가. 결국 이는 북한을 몰라서 통일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현정권이 겪어야만 했던 비극인 것이다.

난 학부 과정에서 사회학이나 정치학, 경제학 등 일반 학문을 배우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북한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기본도 없이 북한학 자료들을 읽다보면 호도되기 쉽고, 또한 편견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학과를 폐지할 수는 없다. 일반학문과의 접목이야 수업조정의 문제이지 그것이 과 존폐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휴전이라는 엄중한 외부조건이 전혀 변하지 않는 이 시대 북한학과의 폐지란 시대에 대한 배반이다.

학교 당국은 좀 더 먼 미래를 보기 바란다.


#동국대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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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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