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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정치적 중립성·공영성·프로그램 편성 자율성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몸으로라도 막겠다." -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

 

KBS 수신료 인상안 상임위 처리를 합의한 민주당이 호되게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실상 수신료 인상안을 용인한 것이란 당내·외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은 23일 오전 최고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연석회의를 열고 "당이 제시한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물리적 저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다시 유턴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2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28일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를 합의했다. 전제 조건으로 'KBS사장 출석 하 수신료 인상 선결조건 관련 질의 및 KBS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걸었지만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이를 당내 합의 수준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나온 혼선으로 설명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 때부터 민주당은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해선 이 같은 선결조건이 있다고 꾸준히 주장했다"며 "이번 최고위를 통해 선결조건의 수위를 구체적으로 재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제도적 장치에 대한) KBS 사장의 구두 설명은 선결조건에 대한 답변으로 불충분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KBS 수신료 인상을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폭풍 휩싸인 민주당 "힘 달리면 밟히고 가도 되는데 위에서 다 망쳤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안 합의에 대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특히 문제의 합의안이 김진표 원내대표의 '단독 플레이'였다는 점이 알려지자, 당내의 비판 여론은 김 원내대표로 향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힘이 달리면 밟히고 가면 되는데 위에서 다 망쳐놨다"며 "김 원내대표가 노 수석부대표에게 사인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당비 1천원 올리거나 당비를 받으려고 하면 얼마나 설명하고 굽실거려야 하는데 다수 국민에게 해당되는 KBS 수신료 문제를 이렇게 처리할 수 있느냐"며 "(김 원내대표가) 원래 관료여서 그런가"라고 꼬집었다.

 

손학규 대표 쪽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손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 대표 쪽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수신료 인상안 합의 건을 사후 보고했다"며 "손 대표가 화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수신료 인상으로 축소된 KBS 광고가 조·중·동 종편으로 빠진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텐데 어떻게 이런 합의를 했나"라며 "'여야 영수회담을 앞두고 몸싸움을 할 수 없었다'는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 협의 처리키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또다시 날치기를 시도했다"며 한나라당에게 책임을 돌렸다.

 

 

홍영표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 어제 합의는 긴급조치 성격이다"며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합의 처리를 약속했는데도 상임위에서 강행처리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홍 원내대변인은 "24, 28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사장에게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강도 높은 질의와 추궁을 할 것"이라며 "두고 봐라,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공세 나선 한나라당, "합의 파기한 김진표, 적반하장도 유분수"

 

그러나 민주당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오는 24, 28일로 예정된 상임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적으로 열세인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강행 처리를 막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하고자 할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했다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제(22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의 목소리에 떠밀려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앞으로 어떻게 원만한 국회 운영을 다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여당에 책임을 떠넘기기 전에 스스로 원내 운영의 파트너를 자임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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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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