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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7일 "헌법이 (현행) 대통령제로 인한 폐해의 근원이라 보지 않는다"며 개헌론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도지사는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은 지금 시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과연 바람직한가 생각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도지사는 "개헌 논의를 보면 권력구조를 둘러싼 것이 많은데 1987년 직선제 개헌은 국민의 오랜 열망에 의해 태어난 매우 좋은 헌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임기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권력의 내부, 권력의 주변에서 권력 변화를 통해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는가를 갖고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 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감세 철회 논쟁에 대해서 김 도지사는 법인세 인하 정책은 유지하고, 소둑세에 대해서는 연소득 1억원 내지 1억2000만원 이상의 구간을 새로 만들어 높은 세율을 매기고 그 이하 구간은 감세 정책을 유지하자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의견에 동조했다.

 

김 도지사는 "제 입장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가깝다"면서도 "지금의 감세 논쟁이 형평성의 문제를 왜곡해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세 자체가 재정건전성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지표로도, 과거의 경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소득세도 법인세에 비해 너무 높여 놓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과외 단속까지 해서야... 어떤 악조건에서도 인도적 대북지원은 해야"

 

이날 여러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 도지사는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대통령이 발전시키고 있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선 불만을 나타냈다.

 

김 도지사는 "대통령이 세세하게 과외수업을 단속하는 것은 맞지 않고, 입시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맞지 않다"며 "어느 국가도 초등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이라 해서 국가가 관장하지 않고, 시장·군수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서민주택 건설 목적에 한정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린벨트는 40년 동안 사유재산권 행사를 막아놓은, 세계에 우리나라 하나만 갖고 있는 것이고, 영국도 이런 것이 있지만 지방에서 관리한다"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주택을 만드는 건 좋지만, 이 좋은 땅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과학·교육·문화체육 등의 발전에 써야지 임대주택을 100만평 이하로 찔끔찔끔 짓고 있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동안 CEO 리더십을 비판하면서 공공 리더십을 강조한 것에 대해 김 도지사는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고, 언론에서 CEO 리더십이 굉장히 선인 것처럼 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CEO 리더십은 조직 개혁에 적합하지만, 국가의 차원에서 정말 효율성이 없는 장애인과 같은 약자까지 다 포괄해야 하는 것이고 약한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심정으로 이끄는 공공 리더십이 적합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 김 도지사는 "국방·외교·안보에 대한 주권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에 대해 과거 어느 정부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중국 외교 부족, 대북대화 채널 부족 등을 지적했다.

 

김 도지사는 "한미관계는 좋지만 대중국 관계에서 천안함 사태 등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정부 내 중국 전문가층이 약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가 여러 가지로 북한에 너무 유화적이고 끌려다닌 것을 보완하다보니 경직적으로 나가서 대북대화 채널이 약해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북 전문가들이 더 많이 포진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북 쌀 지원 등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헌법 3조의 대한민국 영토조항은 북한도 대한민국 땅으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굶고 있다고 할 때 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세종시 입장 아쉬워... 손학규 탈당 안 했으면 더 큰 역할 했을 것"

 

이날 김 도지사는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내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다.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하면서도 여야 대선 주자들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놨다.

 

김 도지사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해 "최고의 인기스타"라면서 "절대권력을 가졌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 아니냐. 악조건 속에서도 이만큼 자신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대표 시절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며 "당 대표로서 여러 선거와 민심의 흐름을 생각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정치인의 득실을 넘어 이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분명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김 도지사와 지지계층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는 야권 대선주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만날 때 당장은 반갑긴 한데 서로 당이 다르기 때문에 좀 어색하다"며 "한나라당에 계셨다면 더 큰 역할, 대한민국 역사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분명히 맡았을 것인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에 비해 낮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도지사는 "여론이란 것이 늘 출렁이는 파도와 같은 것 아니냐"며 "한순간을 기록하는 스냅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좌와 우 통합하는 이음새 될 수 있다... 소녀시대 발언, 성희롱 아니다"

 

'좌파 운동권 출신인 김 도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좌파 정치를 펴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김 도지사는 "그런 의심을 갖는 게 마땅하다"며 "마흔 살까지 20년을 좌파에 몸담았는데 쉽게 고쳐지겠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도지사는 "다른 분들은 '트로이의 목마' 아니냐고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좌파와 우파를) 서로 통합할 수 있는 이음새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대 초청강연에서 걸그룹 소녀시대를 두고 "내가 봐도 아주 잘생겼다. 쭉쭉빵빵이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성희롱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김 도지사는 사과할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혔다.

 

김 도지사는 "그런 말을 해서 성희롱이 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고 (성희롱이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다"며 "언론에 자꾸 보도되고 그게 오해를 일으키고 비판을 하다보니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진국 관훈클럽 총무가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는 이동우 YTN 정치부장 대우,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창경 <조선일보> 정치부장, 김광호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차장이 패널로 참석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문수#관훈클럽#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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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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