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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10년 전인 2000년에 '홈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어 갖게 되었다. 당시 중학교 1년생이었던 딸아이가 만들어준 홈페이지다. 몇 년 동안은 '네띠앙'이라는 포털 안에 세 들어 있었다. 네띠앙에서 '우수 홈페이지'로 선정하여 메인 화면에 게시도 했는데, 2006년이던가, 그만 네띠앙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전을 해야 했다.

 

 전세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유명하고 풍채 좋은 포털에 세 들까 하다가 유명인의 홈페이지도 아니고 구경 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이름이 좀 생소한 편인 아담한 포털에 세 들어 전세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

 

 다른 집에서 빌려온 게시판들도 있고 게시판이 꽤 많은 편인데, 그 게시판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가 관리를 하지 못한다. 홈페이지의 전반적인 관리는 지금도 대학생(현재 휴학 중)인 딸아이의 몫이다.

 

 방문자 수가 '5만'을 넘던 시점에서 전체 방문자 수를 알려주는 숫자판이 사라져 버렸는데, 그 후 복구를 하지 않아서 현재 총 방문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워낙 별 볼 일 없는 삼류 문사의 홈페이지이다 보니,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많고, 그저 한두 명씩, 가끔은 10여 명씩 찾아오기도 한다.

 

 (한때 동갑나기 소설가 이문열씨를 공격하는 글을 써서 잠시 화제가 되었을 때는 매일 수백 명씩이 찾아오고, '방명록' 안에서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썰렁하고 스산한 홈페이지일망정 그래도 일삼아 발걸음하시는 분들을 위해 나는 홈페이지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또 내 갖가지 물건들을 잘 보관하는 장소로도 홈페이지는 필요할 것 같다. 내 물건들을 그저 컴퓨터 윈도 문서 방에만 보관하는 것은 불안한 점이 없지 않다. 예전에 불의의 사고를 경험한 적도 있다. 홈페이지는 구분이 잘 되어 있는 서재 구실도 해서, 필요한 물건을 찾는 일이 윈도 문서 방보다 수월한 경우도 있다.

 

 가끔 내 홈페이지에 와서 이곳저곳을 면밀히 구경해본 이들 가운데는 내용의 풍성함과 세밀함에 놀라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인테리어는 촌스럽고 어설픈데 내용물이 다양하고 풍성해서 "이런 홈페이지는 처음 본다"고 감탄을 표한 이도 있다.

 

 아무튼 나는 방문자들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내 홈페이지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내가 이 세상 삶을 마치고 떠난 후에도 내 홈페이지는 남아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내 홈페이지에는 이상한 방문자가 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방문자다. 집 안으로 들어와서는 이상한 짓을 한다. 한 개 게시판에만 집중적으로 하루 수십 개씩의 갖가지 광고들을 깔아놓는다.

 

 많은 게시판 중에서 그 방문자가 선택한 게시판은 '신앙가족'이라는 문패를 달고 있다. 나는 가끔 40여 명의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들과 친지들에게 '가족메일'이라는 글을 전송하는데, 그 가족메일을 '신앙가족' 방에 게시한다. 다중이 읽는 매체에 쓰는 글이 아니고,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기에 나는 좀 더 확연하게 내 속내를 드러내곤 한다. 치졸하고 천박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조작된 '천안함 사건'과 '4대강 없애기 사업' 등등에 대해서 신랄한 논박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 가족메일이 게시되는 '신앙가족' 방을 선택하여 그 방문자는 매일같이 수십 개씩의 갖가지 광고들을 게시판 가득 살포한다. 그 광고들이 3페이지도 넘어가고 5페이지도 넘어간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마다 '매일미사 방'에 '매일미사'를 올리고 나서는 '신앙가족' 방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는데,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광고려니 생각했다. 광고 치고는 좀 심하다, 너무 예의가 없다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어 일주일이 넘고 열흘이 넘으면서 나는 혹시 '알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전에도 종종 내 게시판들에 광고가 몇 개씩 오르곤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 광고들을 이내 지우지 않았다. 방문자도 별로 없는 한미한 홈페이지까지 찾아와서 광고를 올리는 사람이 일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광고를 금세 지우는 건 정말 미안한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지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수 광고목적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알바' 짓이 분명하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내 글에 반감을 가진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지만, 알바 생이 아니라면 그렇게 매일같이 일삼아 와서 몇 십 개씩의 갖가지 광고들을 살포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일찍이 한나라당에서 양성하여 품값을 주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활용하는 알바 생이 3천 명에 이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한나라당에 봉사하던 한 알바생이 그 음침한 생활을 청산하고 '양심고백'을 한 글을 읽은 적도 있다.

 

 인터넷 매체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알바 생들이 무척 많음을 실감한다. 알바 생임을 쉽게 직감하기도 한다. 천편일률적인 언투, 제대로 논리가 서지 않는 억지 궤변, 야유와 욕설 등등을 보노라면, 알바 생들은 일단 '영혼 없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욕설은 하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의 치졸함과 천박성을 좀 더 적나라하게 적시하고 성토하는 내 편지글들이 집중되어 있는 게시판에 매일같이 수십 개씩의 광고를 몇 페이지에 걸쳐 살포하는 사람은 양심 없는 알바 생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내 홈페이지 '신앙가족' 게시판을 열고 무려 다섯 페이지나 청소하는 작업을 했다.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는 이 기묘한 싸움은 마냥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참으로 치졸하고도 천박한 알바 생의 공격이고, 슬픈 전쟁이다. 


#홈페이지#알바#가족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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