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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의 '취업 후 상환제' 2010년 1학기 도입 무산 시도를 전면 규탄합니다!"

 

지난 연말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는 긍정적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을 수정·보완하고(기존의 저소득층 지원은 유지하고, 이자율을 최대한 낮추며 단리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취업후 상환제와 함께 '등록금액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는 국회 교과위원장실에서 등록금액 상한제 도입과 취업후 상환제 수정·보완 시행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했습니다. 국회 교과위 여야의원들의 합의문을 보면, 내년 1월 27∼28일 상임위에서 합의처리하고, 2월 1일 본회의에서 취업 후 상환제와 등록금액 상한제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정부가 애초에 내놓은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은 '무늬만 등록금 후불제'로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 지원을 폐지하는 등 오히려 서민에게 불리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미 폭등한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없었으며, 6%안팎의 높은 이자율을 '복리'로 적용하여 등록금 원금의 무려 3배까지 평생 갚아야 하는(교과부 시뮬레이션 결과) 등 도저히 그냥 통과시켜서는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등록금넷은 '취업 후 상환제'는 반드시 1) '등록금액 상한제'(등록금 책정 시 가계소득의 일정 범위 이상은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는 제도로 예전에 우리나라도 실시한 바 있고, 현재 영국·호주·독일 등의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음)와 함께 도입되어야 하며 2) 기존의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지원을 유지되고 나아가 확대되어야 하며 3) 취업 후 상환제 적용 이자율을 무이자 또는 '최소'로 하고 '단리'를 적용해야 하며 4) 수능 6등급 미만에겐 장학금 자격을 박탈하는 방침을 폐지하는 네 가지 내용을 반드시 충족해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창해왔습니다.

 

이에 정부 여당에서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매년 등록금을 책정할 때 물가인상률 100% 또는 150% 이상 인상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생-학부모 대표단과 등록금넷은 이는 이미 천정부지로 솟은 등록금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 결과, 인상률 상한제는 기본이고 가계소득의 일정 범위 또는 등록금 원가에 연동해 일정한 금액까지만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등록금액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교육선진국처럼 등록금 후불제(취업 후 상환제), 등록금 상한제(등록금액 상한제)라는 제도의 큰 틀을 도입하게 된 것이죠. 등록금넷은 이제 그 내용을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잘 구성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 국회에 제출된 안민석 의원, 권영길 의원의 등록금액 상한제 관련 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등록금액 상한제의 구체적 시행방안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취업 후 상환제' 시행 연기는 '질 나쁜 대형 사기'

 

그런데 '취업 후 상환제' 시행시기를 갑자기 2학기로 연기한다는 정부 측의 입장이 밝혀졌습니다. 오늘(6일)은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2학기로의 연기를 기정 사실화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정부여당, 청와대와 교과부까지 나서서 2010년 1학기부터 취업 후 상환제를 실시한다고 수십 번 약속해놓고 어떻게 갑자기 2학기로 연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정말 '질 나쁜 대형 사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등록금 반값 위원회까지 구성해놓고도,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뻔뻔스럽게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첫 번째 대형사기를 저지르더니, 이제는 국회가 관련 법을 늦게 처리해서 그렇다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는, 국민과의 중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두 번째 대형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써 정부 추산으로도 10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큰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당연히 취업 후 상환제를 통해 등록금을 납부할 준비를 하고 있었은데, 이를 어쩌란 말입니까. 벌써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2009년 안에 관련 법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여야 협의대로 1월 말 2월 초에 관련 법안과 함께 구체적 시행방안까지 확정해 2010년 1학기에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법안과 시행방안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시행을 미룬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부 여당이 7월에 제도 도입을 발표하고도, 2009년 국회 막바지에서야 관련 법안을 냈고, 또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수정보완 논의를 수수방관하며 시간을 보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여당이 져야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 약속대로 2010년 1학기 시행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교과부는 학생 등록기간이 겹쳐서 시행을 연기하게 됐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다. 재학생들의 경우는 보통 3월 말까지 등록기간이므로 충분히 이 제도의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입학 전에 등록금 등을 납부해야 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입학금 및 등록금 납부 연기 조치를 취해주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제도 도입에 맞춰 등록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간만큼만 납부 연기를 시켜주면 되는 것입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신입생들의 경우 실시가 어렵다면 재학생부터 실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 무엇 때문에 2학기로 연기하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야가 의견을 교환한 대로, 수정보완된 취업 후 상한제를 2010년 1학기부터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정부 여당은 수십 번 약속한 내용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약속대로 2월 초에 등록금액 상한제가 도입되고, 각 대학들의 예결산과 적립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용되며, 고등교육 및 대학재정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려나간다면, 수십 년의 '등록금 문제'가 정말 획기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2010년 1학기부터 취업 후 상환제가 실시되는 것이 그 전제입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피눈물나는 호소를 정부 여당이 외면하지 말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정책간사입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기고했습니다.


#취업후상환제#등록금문제#등록금액상한제#참여연대#등록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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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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