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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어린이 놀이기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알록달록합니다.
▲ 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어린이 놀이기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알록달록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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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어린이 놀이기구는 색깔이 알록달록합니다. 놀이기구와 색깔이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어린이 놀이기구하면 너나할 것 없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으로 알록달록 칠합니다. 학교에 있는 놀이기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부지런한 관리자일수록 칠이 벗겨지기가 무섭게 깔끔하게 또 칠하고, 벗겨지면 또 칠합니다.

서울에 있는 한 학교를 지나가다가 빨강, 노랑, 파랑, 초록으로 알록달록한 놀이기구가 유난히 눈에 확 띄어 들어가 봤습니다. 방금 칠한 듯 색깔이 선명합니다. 알록달록 참 예쁘지요?

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색깔이 참 예쁜가요?
▲ 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색깔이 참 예쁜가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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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가까이 가도 예쁘지요? 그런데 저 끝에 사람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알록달록한 어린이 놀이기구 가까이 가도 예쁘지요? 그런데 저 끝에 사람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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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알록 예쁜 어린이 놀이기구  정글짐을 예쁘게 칠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오른쪽 옆에 페인트 통이 보이는군요.
▲ 알록알록 예쁜 어린이 놀이기구 정글짐을 예쁘게 칠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오른쪽 옆에 페인트 통이 보이는군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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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보니 놀이터 끝 쪽에 있는 정글짐에 색깔을 열심히 칠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알고보니 놀이기구를 차례로 칠하고 마지막 차례인 정글짐을 칠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독한 냄새가 확 풍깁니다. 냄새를 조금 맡았는데도 눈쌀이 찌푸려지고 머리가 어찔합니다. 칠을 하고 계시는 분도 마스크를 쓰셨으면서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무슨 재료로 칠하길래 냄새가 이렇게 독할까 살펴봤더니 세상에! 그 옆에  '×'표시가 되어있는 '유해물질' 페인트와 시너통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분은 '유해물질' 페인트에 '유해물질' 페인트보다 몇 곱절 더 '유해한' 시너를 섞어서 놀이기구를 알록달록 예쁘게 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록달록 예쁘게 칠하는 재료들  이것이 놀이기구를 칠하는 재료들입니다.
▲ 알록달록 예쁘게 칠하는 재료들 이것이 놀이기구를 칠하는 재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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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세상에!  ‘×’표시가 되어있는 ‘유해물질’ 페인트와 시너통이 놓여 있습니다.
▲ 가까이 가서 보니 세상에! ‘×’표시가 되어있는 ‘유해물질’ 페인트와 시너통이 놓여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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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학교 운동장에 놀러온 동네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예쁘게 칠해진 놀이기구를 올라타고 미끄럼타고 오르내리면서 놀 것입니다. 열흘 남짓 뒤  개학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알록달록 예쁜 놀이기구에서 친구들과 놀 것입니다. 놀이기구에서 떨어진 페인트 가루가 손바닥에 은하수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신나게 놀 것입니다(실제로 놀이기구에서 놀다온 아이들 손바닥에 페인트 가루가 묻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놀이기구에 얼굴도 부빌 것입니다. 온 몸을 부비며 놀다가 교실로 들어와 공부도 하고 밥도 먹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까지 늘 그래왔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이 학교는 어린이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현관도 새롭게 단장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희뿌연 먼지가 자욱하고 독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현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모습  희뿌연 먼지와 독한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러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 현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모습 희뿌연 먼지와 독한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러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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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린이 놀이기구를 비롯한 학교 건물과 시설에 시너 섞은 유해물질 페인트를 사용하는 학교가 과연 이 학교만일까요? 제 경험으로 보건대, 우리나라 모든 학교가 똑같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노는 학교 공간에 유해물질 페인트와 시너를 사용하는 것은 하루 빨리 금지해야합니다.

덧붙이는 글 | 그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어린이 놀이기구에 '유해한' 페인트에 시너 섞어서 칠하는 모습을 늘 봐왔습니다. 늘 봤으면서도 나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어린이 놀이기구에 시너 섞은 유해물질 페인트칠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교 안에 오래있으면 있을 수록 늘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 있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유해한어린이놀이기구#유해한페인트칠#어린이놀이기구#초등학교시설#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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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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